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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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설레임

 

전인수(진홍교회장)

 

얼마 전 후배의 결혼식에 갔었다. 결혼식장이 새로 생겨서 내가 잘 모르는 곳인 데다, 결혼식장이 있는 도시가 예전에 버스로 1시간씩 걸리던 곳이라 좀 여유 있게 출발한다는 것이 너무 여유 있게 도착해버려 결혼식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하였다.

후배만 잘 알고, 부모님들은 잘 모르는 데다, 교회에 아는 분들도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시간이라 상당히 뻘쭘한 상황이었다. 보통은 이렇게 시간이 남을 경우 폰에 넣어놓은 책을 읽는데(폰이 정말 커서 책 읽기 좋다...ㅎㅎ), 마땅히 앉아서 책을 읽을 만한 곳도 없어서 좀 더 뻘쭘하게 시간을 보내야만 하였다.

 

학교에 다닐 때 꼭 자주 지각을 하는 애들은 학교 가까이에 사는 애들이었던 기억이 난다. 나도 부모님이 천혜의 장소에 교회를 지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모두 5분 거리에 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등교시간에 맞추어 움직였던 것 같다. 다행히 내가 지각하는 것을 즐기지는(?) 않아서 지각은 잘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 번 지각을 한 것 같다.

 

모임이 있으면,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약속 시간이 지나서 오는 사람도 있다. 그냥 간단히 술 한잔 하는 자리라면 늦게 오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지만, 기차를 타는 것처럼 약속된 시간에 맞추지 않으면 여러 가지로 지장이 있는 경우에도 늦게 나타나 다른 사람들의 간을 졸이게 하는 사람도 꼭 있는 것 같다.

특히 요즘은 차가 있고, 빠른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목적지까지 도착 시간을 예상하여 시간에 맞추어 출발하는 사람도 있다. 내비게이션도 기술이 좋아져서 요즘은 막히는 길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길안내에 반영해주는 경우도 많이 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것인지, 이렇게 시간에 딱 맞추어 출발하고, 시간에 딱 맞추어 도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 시대이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볼 수도 있으며, 게임도 하고, 자신의 SNS에 현재 자신의 모습을 올리는 것도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기다리는 시간에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차나 지하철을 타고 어딜 갈 때도 모두 스마트폰들만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풍경은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다리는 시간에 뭔가 넋 놓고 있다든지, 가만히 있으면 바보라고 생각되는지 모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서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때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TV에 요즘 대세 남자배우 박보검이 나와서 자신의 근황에 관해 소개했는데, 맨 얼굴로 지하철을 타도 다들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어서 자신을 몰라본다는 이야기를 했고, 거기에 옆에 있던 다른 연예인들도 거기에 공감하는 내용이 있었다.

 

기다림은 설레는 일이다. 누구를 만나기 전 그 사람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설레고, 어디를 가면서 어떤 곳일지 궁금함에 설렌다. 내가 찾아가는 길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어떤 새로운 곳이 있는지 설렌다.

마찬가지로 근행을 보기 전 오늘은 어떤 신님의 수호가 있었는지, 무엇을 기원할지 생각하면서 기다리며 설렌다. 또 앞으로 어떤 수호를 내려주실지 설렌다.

 

바쁘게 살아가는 척한다고, 이런 설레임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지??? 기다리는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무언가 해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지는 않은지???

지금도 근행을 보기 전, 설레는 마음이 있는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