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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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큰 강물이 되리라

 

유상준 (성진교회장)

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으로 바람이나 쐬자고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우리 동네에서는 안양천을 지나야 한강변으로 갈 수 있다. 안양천은 해를 거듭할수록 물이 맑아지는 까닭에 봄이면 많은 종류의 물고기 떼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데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유영을 하며 때로는 점프를 하고 솟구쳐 올라 다시 물속으로 풍덩풍덩 물보라를 일으키며 잠수를 한다. 얼마나 즐거우면 저럴까. 강변을 거닐던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탄성을 지르며 좋아라 한다. 주위의 뚝방과 빈터에는 연두빛 여린 새싹들이 저마다 키재기를 하듯 움이 트고 있다. 나도 덩달아 신이나 즐거운 마음으로 페달을 힘껏 밟으니 얼굴을 스치는 봄바람이 정말로 상쾌하다.

 

힘껏 달리던 속도를 늦추며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나는 언제쯤이나 물과 같은 마음이 될 수 있을까.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물. 저 여린 새싹들도 물을 먹고 움트고 있다. 진흙탕 물보다 더 탁한 이 마음의 물이 언제쯤이나 정화되어 물고기가 헤엄치고 맑은 물을 마시고 모든 개체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

안양천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심한 악취 때문에 사람들이 기피하던 곳이 아닌가. 그러던 곳이 어느 새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안식과 체력단련을 위해 모여드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거기에는 자전거 전용도로, 보행자 전용도로가 있고, 여러 가지 꽃들로 장식된 꽃길이 만들어지는 등 차츰차츰 아름다운 곳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십 여 년이 다 돼 가는 포교생활 가운데 무슨 향기를 품었나. 내 몸에서 악취가 풍기고 있지는 않는가. 갑자기 두려워진다. 내 마음도 자전거길, 보행자길, 꽃길이 되어 모두가 달려가 보고 싶은 길, 쉬어가고 싶은 쉼터, 그런 곳이 되고 싶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자꾸만 궤도를 이탈하거나 뒤뚱거릴 뿐이다. 이유는? 이놈의 교만과 욕심 그리고 집착! 개뿔도 모르고,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는 주제에 난 척 하기는. 그래서는 안 되지. 알이 찬 곡식이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는 자연의 법칙을 배워야지. 순리를 따르리라.

사욕이 한이 없는 진흙물이야 마음이 맑아지면 극락이로다 (신악가 10장 넷에)

라는 신악가 말씀처럼 이 마음속에는 사욕이 가득 차 있다. 언제 마음이 맑아져서 극락같이 되려나. 인간은 본래 무일물(無一物)이라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인데. 적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알고 감사를 아는 참다운 용재가 되고 싶다. 그래서 모여드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배려와 친절을 베풀어서 언제라도 또다시 찾고 마음껏 머물 수 있는 쉼터이고 싶다.

교조님의 말씀에 이곳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한 사람이라도 즐겁게 하지 않고서는 그냥 보낼 수 없다.”고 하셨듯이 나도 이 말씀을 실천하리라. 그리하여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워 모두가 향기를 맡고 싶어하는 큰 꽃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저 흐르는 맑은 물속의 고기들 마냥 힘껏 솟구쳐 올라 용솟음치는 마음으로 천리의 길을 영원히 영원히 이어가리라.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정리되어 가는 즈음에 어느덧 자전거는 한강변을 달리고 있었다. 한강변의 많은 사람들 속을 달리고 달려 여의나루에 도착, 자전거에서 내렸다. 유유히 흐르는 저 한강물을 보며, ‘나도 큰 강물이 되리라다시 한 번 더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