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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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년01월] 선생님 - 김연수

2020.12.31 18:57

편집실 조회 수:91

선생님

 

김연수(도성포교소)

 

저의 둘째 아이는 좀 늦습니다. 덕분에 사춘기도 좀 늦게 와서 와이프가 고생을 좀 했습니다.

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와이프가 담임선생님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가 매일 늦게 오길레 아이한테 학교에서 딴짓하다 늦게 온다고 매일 야단을 쳤습니다. 한참 뒤에 알고 보니, 담임선생님이 아이를 이유도 없이 매일 청소를 시켰던 겁니다. 아이가 또래 애들보다 좀 처지고, 옷 입고 다니는 모양새도 영 집안이 정상적인 데가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선생님이 아이를 함부로 대했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무슨 법이 생겨서 학부모가 학교 선생님께 촌지를 주면 큰일 날 일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학부모들이 선생님께 촌지를 주는 게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던 때였습니다.

저희는 사정도 되지 않았지만, 저와 집사람은 그런 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담임선생님을 별도로 만나거나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담임선생님이 아이를 차별해서 대우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던 차에 학교 체육대회를 한다고 해서 집사람이 학교에 갔다가 담임선생님을 봤답니다. 선생님이 깜짝 놀라면서

아이고, **어머님이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 게

이런 멀쩡한 엄마가 있는 아이였구나.’

하는 눈치가 보이더랍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는 부당하게 아이가 늦게 남아서 청소를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가 상장도 하나 받아왔습니다. 선생님이 뭔가 미안했던지 일부러 챙겨준 상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일이 있고 좀 지나서 알게 됐습니다. 뭔가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하고, 어디에 신고라도 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려서부터 매일 듣고 자라던 신앙이야기가 있어서 선배선생들의 흉내라도 내보자는 마음이 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보다 더 속이 상했을 와이프에게도

우리에게 그런 인연이 있는 걸 아이가 작을 때 보여주고 지나가는 것이니 감사하게 생각하자.”

하고 달래고, 저도 그렇게 마음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별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마음의 상처도 없이 지나갔다는 겁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고3이 되었습니다. 늦게 사춘기를 겪다 보니, 공부도 안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도 느끼지 못해서 고3 때는 대학교에 갈 생각도 못할 정도로 공부를 못했습니다.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수능시험을 보긴 했지만 역시나 결과는 영 신통치 못했습니다.

그러고 졸업을 하게 될 무렵 와이프가 고3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하게 됐는데, 아이가 다시 시험을 봐서 어디 전문대라도 들어갈 수 있게 해주라는 얘기를 했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재수를 하게 되면 학교에서 보는 모의고사 시험지 남는 것을 줄 테니 연락하면 학교에 와서 시험지를 받아가라는 얘기를 해줬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수능시험을 망친 후에 다시 한번 수능시험을 보고 싶다고 해서 집에서 재수를 하게 됐습니다. 재수하는 1년 동안 담임선생님이 학교 모의고사 볼 때마다 전화를 주셔서 시험지를 가지고 가라고 알려주셨고, 아이는 그렇게 꼬박꼬박 학교에서 보는 모의고사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모의고사를 보던 날은 마침 비도 오고 시험이 임박해서 제가 대신 시험지를 받으러 가게 됐습니다. 1년 동안 챙겨주신 선생님께 인사라도 할 요량으로 가게에 있는 빵, 과자를 조금 챙겨갔습니다.

선생님을 뵙고

“1년 동안 잘 챙겨주셔서 **가 성적이 많이 올랐습니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전해드렸습니다. 그 말을 듣고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가 순하고 착해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하시는 겁니다. 저는 속으로

아이가 머리가 좋아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라고 하시는 줄 알았는데,

순하고 착해서

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그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선생님이 제자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그 마음이 제게도 전해져서 시험지를 받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저런 좋은 선생님이 아이 담임선생님이었다는 감사함에 마음이 벅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