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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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년03월]자식 자랑 - 김연수

2020.03.06 17:36

편집실 조회 수:143

자식 자랑

 

김연수(도성포교소)

 

아이 셋을 키우면서 느끼는 게 하나 있습니다. 같은 엄마, 아빠 사이에서 나왔는데 참 아주 다르다는 겁니다.

더 많은 자녀를 키우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아이 셋과 같이 생활하다 보면 집안이 떠들썩할 때가 많습니다. 자기들끼리 다투기도 하고, 저와 집사람과 갈등을 겪을 때도 물론 있지요.

그렇게 살면서도 아이들에게 하나씩은 배울 점이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큰아이는 자기가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참 열심히 합니다. 둘째는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많습니다. 자기가 아무리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부모를 먼저 챙깁니다. 셋째는 막내라고 자기 멋대로 하는 것 같은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압니다.

얼마 전에 저의 생일이었습니다. 저는 생일을 잘 안 챙깁니다. 학교 다닐 때는 항상 방학에 들어 있어서 다른 친구들은 생일을 해서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대접하는 친구들도 있기는 했습니다만, 저는 방학에 생일이 들어 있다 보니, 친구들끼리의 생일은 저와 거의 상관없는 일이고, 집에서도 흔한 말로 먹고살기 바쁘시다 보니 자식들 생일은 미역국, 구운 김, 계란찜 정도의 아침상으로 때우는 일이 흔했습니다. 물론, 그때는 그것도 큰 대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말이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저의 생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어머니의 생신도 변변히 챙겨드리지 못하는 죄송스러움에 저의 생일을 챙기는 건 일부러 소홀히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데, 아이들이 조금씩 크면서는 집에서 조촐하게 파티하는 것까지는 마다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윗사람을 챙기는 것에 교육상 안 좋을 것 같기도 하고, 핑계 삼아 식구들끼리 간단하게 밥상에 같이 앉는 시간도 만들 겸 해서 그냥 그렇게 하곤 합니다.

얼마 전, 저의 생일에 작은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음악 듣는 걸 좋아하다 보니, 이어폰을 몇 개 가지고 있는데, 아이 보기에 비싸지 않은 이어폰을 사용하는 게 안 돼 보였나 봅니다. 집사람이 살짝 귀띔해주는 말이 아이가 제 생일선물로 요즘 유행하는 이어폰을 사준다고 하는 겁니다. 다른 어른들 생각하는 가격으로 이어폰 가격치고는 절대 싸지 않은 이어폰인데 그걸 사준다고 해서 좀 놀랐습니다. 비싸기도 했지만, 사실, 저는 그 이어폰이 굳이 필요가 없었는데, 아이가 생각해서 사준다는 데 함부로 사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을 집사람에게 얘기했더니, 아이가 왜, 그런 비싼 이어폰을 사주려는 지에 대해 얘기해줬습니다. 아이가 저에게 그걸 사주기 위해서 얼마 받지도 않는 용돈을 몇 달 동안 모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아빠한테 받은 게 너무 많잖아.”라고 하더랍니다.

그 말을 듣고 더더욱 거절할 수가 없게 된 겁니다.

그 한마디에 제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난 애들에게 해주는 것도 없는데, 더군다나 나는 나의 부모에게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하는 송구함에 미안함까지 더해서 말이죠.

 

요즘 드는 생각이, 즐겁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감사한 마음이라는 겁니다. 부족함을 느끼는 데는 감사한 마음을 찾을 수 없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아무리 형편없는 상황이나 물건이라도 그것만으로 참 만족스럽다는 생각만 들게 되면 거기서부터 감사한 마음이 생기는 거라고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생각만 거기에 미쳤지 제 마음은 많이 동떨어져 있긴 하지만 말이죠.

제가 아이들에게 남들처럼 좋은 환경도, 가지고 싶은 것도 다 못 해주는 처지에서 아이의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참 많이 놀란 게, 이 아이는 겉으로는 표를 안 내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부모로서 그런 말을 들어서 감동하는 마음보다 이 아이의 그 부모에 대한 감사한 마음 하나로 스스로 더 큰 선물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