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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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년12월]절집 앞에서 - 최진만

2015.12.01 07:58

편집실 조회 수:40

절집 앞에서

 

최진만

 

언덕 위 절집 앞 감나무 밭에

어제는 비가 왔다

햇살에 투시된 가지마다

주절이 열린 붉은 대봉, 침샘의 달콤함으로

옛적 홍시 한 개 따 먹어봤으면!

감나무 뒷배를 지켜내던

그 무덥던 여름, 키 큰 은행나무 잎,

바람은 노랑나비 떼를 부른다.

좁은 골목길 가득매운 처녀들 웃음소리

몇 십 년으로 멀어진 지금,

넓혀진 큰길 따라 몇 송이 코스모스가

그 웃음소리처럼 한들거린다.

 

묻혀버린 세월에

낯익은 풍경과 사람은 어디가고

추억을 되돌리기엔 시멘트벽이 두텁다.

고요하다 못해 쓸쓸했던 이 거리

자동차가 지난 자리에 서서

한 줄 시를 쓸 수 있다는 위로와

자연의 배려에 감사하며

저버릴 수 없는 시의 날줄을 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