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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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년05월][118회]이쁜 순주씨~

2022.04.26 17:09

편집실 조회 수:140

명경지수118

 

이쁜 순주씨~

 

박 지수

 

* 4/10 은혜를 조금 갚은 것일까

서재에 앉아 글을 쓰고 있으니 엄마가 지나가면서 두유를 건넨다.

엊그제는 저녁근행을 올리는데, 엄마가 방에서 나와서 가만히 서 계신다. 무슨 일인가 쳐다봤더니, 엄마 방에 바나나를 들고 서 계신다. 그리고는 내밀었다.

또 잠시 후에는 두유를 가지고 나와서 주신다.

엄마는 센터에서 배차 오는 남자 선생님을 챙겨 뭐라도 건네신다.

그래서 미리 두유, 초콜릿, 비타민, 사탕, 홍삼 스틱, 과자들을 항상 갖춰놓고 있다.

남편이 가끔 웃긴다고 저도 주세요.” 하면 주인한테 뭘 주냐고 하시면서 안 주셨다. 그런데 이젠 우리도 챙겨 주시네.

센터 선생님한테 왜 드리냐고 물으니 "내 태우러 와 주니 고마워서 드린다"고 하신다. 그것을 미뤄 생각해 보면 딸과 사위인 우리한테도 뭔가 고맙게 느껴지나 보다. 부모님께 갚아야 할 은혜가 많은데 엄마가 우리에게 고맙게 느낀다는 건, 은혜가 어느 정도 갚혔다는 게 아닐까.

 

* 4/13일 울 엄마는 걱정없네~.

엄마와 티브이를 보는데 보험 가입 권유하는 선전을 한다. 거기에 나오는 말 중 난감하네~. 걱정이네~. (나중에는) 걱정없네~”라고 재밌게 리듬을 타면서 하는 말이 있다. 그걸 보고, 엄마랑 둘이서 난감하네~. 걱정이네~. 걱정없네~.” 하면서 말장난하며 웃는다.

문득, “엄마, 난감하네~가 무슨 말이고?” 물어본다. 종종 엄마의 기억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차, 혹은 엄마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질문을 한다.

난감하다는 거는 맘대로 안 돼서 힘들게 됐단 말이지.”

~, 대단한데~. 그걸 안단 말이야? ~.” 칭찬한다.

 

엄마에게 아침마다 수훈을 전하는데, 오늘은 그 말을 써먹었다.

어버이신님, 울 엄마 안순주 여사님, 85세입니다. 날마다 어버이신님께서 보살펴 주시고 지켜 주시니 아무 걱정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센터 가서 재밌게 지냈다 오실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엄마는 신님이 보살펴 주시니 걱정없네~.’ ”

하면 엄마는 눈을 감고 큭큭 웃으신다. 나로서는 엄마가 한 번이라도 웃으면 성공!

 

* 4/17일 울 엄마 하하님
엄마가 인지능력이 좋아지다 보니 애로 사항이 생겼다. 주간보호센터(노치원)에 가시지 않은 일요일은 너무 심심해서 힘들어하신다. 심심하다는 표현으로 화장실을 한 시간에 5~6번은 다니신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일요일에는 목욕을 시킨 뒤 외식을 시켜 드리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거부감이 심하던 씻기도 기분 좋게 하신다. 목욕하고, 밖에 나가 맛있게 드시고 돌아오실 땐 기분이 아주 좋으시다.

 

우리 엄마의 애칭은 하하님이다.

오늘은 일요일 외식을 가면서, 돌아오면서 내내 하하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왜냐하면 사위(울 남편)
"장모님, 이쁜 딸 낳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색시가 장모님 닮아서 이쁘고, 마음씨도 좋고, 음식도 잘하고, 착하고 똑똑합니다. 장모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이쁜 딸을 낳아 주셨으니 오늘 제가 한턱 내겠습니다."
너스레를 떠니 하하님은 손뼉을 치면서 즐거워하신다. 보는 나도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남편은 수시로 이렇게 말씀드려 엄마 기분을 좋게 해 드린다. 그런 남편이 정말 고맙다.
나 역시 오고 가는 내내 웃음꽃이 피도록 이야기를 걸고 농담을 나누었다. 엄마가 어떤 말에 반응하고 웃으시는지, 엄마의 웃음 스위치가 어딘지 잘 알기에....

'하하'라는 말은 일본어로 엄마라는 말이다. 그리고 엄마가 늘 하하하 잘 웃었으면, 또 사시는 날 내내 하하하 웃으며 행복하게 사시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지은 애칭이다. 처음 모시고 왔을 때는 무표정했던 엄마가 애칭대로 이젠 잘 웃게 되었으니 감사하다.

 

* 4/18일 엄마 이름은 순주씨~.

이른 아침 시간, 센터에서 엄마를 모시러 온다.

모시러 오는 선생님은 남자분인데 서글서글하고 사람이 좋아 엄마가 좋아하시는 분이시다. 순주 어르신~” 하고 부른다.

오늘 아침에 선생님한테 부탁드린다.

이제부터 순주 어르신이라고 부르지 마시고, ‘순주씨~’ 라고 불러 주세요~.”

? ... 순주씨?”

엄마가 순주씨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시거든요. 맞지요? 순주씨~”

라고 하니 엄마가 기분이 좋아서인지, 아님 우스워서인지 하하하 웃으신다.

선생님, 우리 순주씨 손도 한번 잡아 주시고~.”

하면서 현관을 나서는 엄마를 선생님한테 맡긴다.

 

그날부터 고맙게도 선생님은 입에 붙은 어르신을 빼 버리고 연습을 해서 순주씨~’라고 애교스럽게, 다정스럽게 불러 주신다.

그 전날, 우연히 순주씨~’ 라고 장난으로 이름을 불렀더니 엄마가 엄청 좋아하셨다. 해서 선생님께 부탁드린 것이다. 어릴 때 부모님한테 사랑받으며 불린 이름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엄마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큰 딸이라 사랑을 많이 받으셨다고 한다.

 

그 뒤로부터는 나도 엄마한테 애교 잔뜩 넣어서 순주씨~”라고 부른다. 그러면 엄마도 또 하하하하하하하고 몇 초를 웃으신다. 치매가 좋구나 싶다. 평생 누구 엄마, ㅇㅇ댁으로 불려 자신의 이름을 잊었는데 드디어 이름을 찾게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센터의 아들뻘 되는 선생님이 다정하게 순주씨~” 라고 부르는 데다, 나도 이쁜 순주씨~ 잘 다녀오세요~” 손을 흔들며 인사하면 엄마는 또 하하하하하 웃으신다. 이렇게 엄마는 아침에 센터 가실 때마다 기분이 한층 업~ 된다. 보내는 내 마음에도 웃음이 피어난다.

 

* 4/19일 초콜릿을 나눠 주기

엄마는 배차를 오는 선생님한테 뭔가를 드리고 싶어 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3년째 드리고 있다. 선생님도 엄마 기분을 맞춰 주는 마음으로 오버하여 반응을 보여 준다. 그러면 엄마도 기분 좋게 웃으신다.

엄마, 선생님한테 왜 초콜릿을 주려고 하는데요?” 어느 날 물었더니

받고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노? 다 좋아하지.” 하셨다.

 

이날은 수련원에 히노끼싱할 게 있어서 두 사람이 와 있었다.

문득, 엄마에게 초콜릿을 3개 드리면서

엄마, 저 사람들한테 하나씩 나눠 주세요. 나눠주는 거 좋아하잖아요. 받는 사람들도 좋아할 끼다.” 하고는 남편과 그분들을 불렀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듯이 하나씩 나눠 주니, 중년의 남자들이 아이처럼 엄마 기분을 맞춰 주려고, 엄청 좋아하는 리액션을 취한다. 엄마는 또 기분이 좋아서 하하하하하웃으셨다.

 

 

어떻게 하면 엄마의 기분이 좋아질까? 어떻게 하면 기분 좋게 해서 센터에 보낼까를 자주 궁리하며 생각한다. 아침에 센터에 가시는 엄마를 웃으며 가도록 만드는 게 요즘 내가 하는 최고의 효도이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도 밝아지는 것 같다. 전에 없이 트로트 유행가를 부르질 않나, 시답지 않은 우스갯소리도 곧잘 하게 되었다. 엄마 덕분에 나도 밝아지니 서로 도와 즐거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