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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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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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117

 

머리 싸매고 낑낑

 

2022.2.21.

오전에 고성교회보 원고를 쓰려고 낑낑대보지만 쓰지 못했다. 그냥 머릿속이 하얗다. 몸이 고단하면 원고가 쓰이질 않는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야 원고가 술술 쓰이는데, 어쩔 거나. 어쩔 거나.....

점심 후 치과 가기 전 전도부터 한다.

입춘이 보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몹시 춥다.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장갑 낀 손이 시리다. 다행히 해님을 등지고 서서 박자목을 치고 있으니 햇살이 따스하게 등을 감싸 안으며 데워 준다. ‘, 어버이신님, 감사합니다.’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다 어느새 엄마 품에 안긴 아기처럼 눈이 스르르 감긴다.

 

방에 있는 반려 식물들이 활짝 피어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 준다. 참 예쁘다. 창밖은 아직 찬바람 씽씽인데, 자신의 제일 이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내 방에서 꽃들이 가장 아름다운 날, 화양연화를 만들고 있다.
이 예삐들을 보면서 때때로 말을 건넨다.

아이, 예쁘다! 아이구, 예쁘다!”

그리곤 가벼운 손길로 만져 준다.

너를 보니 내 맘에 사랑이 솟는구나! , 행복해! 아이, 고마워!”

얘들은 내가 주는 사랑만큼 자라는 듯하다.

문득, 반려 식물에 하듯이, 나 자신한테도 말을 건네며 사랑을 준다.

아이, 예쁘다! ~, 예쁘다!”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마음껏 기뻐한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너도 저 예쁜 꽃처럼 신님이 주신 능력, 지혜, 소명을 마음껏 꽃 피우렴!”

축원한다.

내가 이 반려 식물에 대하듯이 신님도 이런 마음으로 나를 나날이 보살펴 주시는 게 아닐까? 반려 식물을 보면서 문득 신님을 느낀다. 신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더 예쁘고 더 아름다운 지수 꽃으로 매일매일 피어나는 것 아닌가? 신님께서 나날이 주시는 큰 사랑을 받아 나다운 나, 용재다운 용재로, 온전한 자신으로 한 걸음씩 성인 되어 간다.
지수, 잘하고 있어. 사랑해! 언제나 너는 신님의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어! 신님이 늘 곁에서 함께 하고 있어. 파이팅!!”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향해 하이 파이브를 한다.

어버이신님께서 여간 아닌 정성으로 만들어 주신 자신에게도 맘껏 축원한다.

이가 부러지는 바람에 할 수 없어 미루고 미루었던 치과를 찾기 시작한 게 지난 연말부터다. 그동안 썩은 사랑니도 뽑고, 신경치료도 하고, 보철도 했다.

치과에서는 긴장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순간순간 긴장이 된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기계 음악 같은 치과의 기계 소리는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긴장하지 않고 이완하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호흡에 집중해 보기도 하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자주 하는 것은 기원이다. 생각나는 사람들을 기원하는 것이다. 어느 날은 10명 넘게 기원을 했다. 치과 하면 늘 긴장되는 곳이니 이런 기원은 치과 올 때마다 계속된다. 치과가 나를 좀 더 정성스런 용재로 만드네.

어느 날 "따끔할 수 있습니다." 하는 간호사의 말과 "따끔하게 아플 수 있어요~" 하는 의사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따끔할 수도 있다면, 그럼 따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네. . 나는 따끔하지 않을 것 같은데~.' 하는 자신을 보면서 큭~ 웃는다. 긍정적이라 다행이다. 만약에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따끔할 수 있습니다."는 소리에 맞추어 바로 긴장할 듯하다. '따끔할 수 있다니, 아프겠다.' 생각하고 긴장하겠지. 그러나 긍정적인 사람은 따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 안 아프겠네.’에 초점을 맞추겠지. 긍정적인 자신이 감사하다.

 

여기 치과에 와서 친절한 사람이 하는 말을 다 듣게 되는 것 같다. , 치과에 있는 간호사들, 의사가 무척 친절하다는 말이다. 치료하기 전에 충분히 치아 상태, 치료 방법, 치료비 등등을 설명하고 이해시킨다. 그다음에 왔을 때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다시 설명해 준다. 이렇게 치과가 친절한 곳이었나? 놀라며 좋은 치과를 만난 것이 기뻤다.

치료를 시작하면 간호사와 의사는 항상 먼저 이야기해 준다.

물 들어갑니다~. 소독약입니다. 냄새가 나빠요~. 소독약, 맛이 안 좋아요~. 기계로 돌돌돌 합니다. 얼얼할 수 있어요. 타는 냄새가 나요. 냄새가 안 좋아요. 조금 우리할 수 있어요~. 조금 누르는 느낌이 있습니다. 따끔할 수 있어요~. 마취합니다. 아프지 않을 거예요. 아프면 왼손을 드세요. 코로 숨 쉬세요~.” 같은 말들을 리듬감 있는 노래처럼 말했다. 아마도 치과는 다 그렇게 하도록 훈련받는지 모르겠다. 이 치과의 모든 간호사, 의사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그런 간호사와 의사 덕분에 치과 가는 게 괴롭지 않고, 불안하지 않게 되었다. 무슨 과정의 치료인지를 늘 미리 말해 주니까 안심이었다. 이해를 시켜 주니 불안함이 사라지고, 편안해지면서도 호감이 간다.

으뜸인 리에서 신님께서 납득을 시켜 받아들이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납득의 필요성, 납득의 감사함을 느끼며 으뜸인 리를 생각한다.

 

치과에 와서 코로 호흡하는 법을 새삼 터득했다. 처음에 계속 들었던 이야기가 코로 숨 쉬세요.” 하는 이야기였다. 입을 벌린 채 코로 숨 쉬는 게 어떤 것인지 처음에는 당황했다. 입을 다물면 자연히 코로 숨 쉬는데, 입을 벌리고 코로 숨 쉬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니, 입을 벌리고 코로 어떻게 숨 쉬어요?’ 묻고 싶지만 천으로 얼굴을 가려놓았기에 말을 할 수 없다. 무슨 일이든 처음 당하는 일은 당황스럽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어쩌다 보니 입을 벌리고 코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 코로 숨을 쉰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코로 숨을 쉬지 못한다면 치과 치료는 아주 어려워질 텐데, 입과 코, 둘 다 숨 쉴 수 있게 만들어 주신 어버이신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부러진 이를 뽑아내고 임플란트를 2개 심는 날이다. 그동안 받은 치료보다 더 큰 치료인 모양이다. 수술이라고 하는 걸 보니....
간호사가

"임플란트 수술한다니 무서우시죠?"

한다. 사실 생각 없이 갔는데 , 정말, 말이란 오묘한 것이다.’ 무섭냐고 물으니 무서운 생각이 든다.
"너무 무서우면 하나씩 할까요? 너무 힘들 것 같으면 두 개 한꺼번에 하지 말고 하나씩 할까요?"
"두 개 한꺼번에 하면 더 힘드나요? 더 많이 아픈가요? 누구는 4개를 한꺼번에 했다던데..."
", 한꺼번에 하시는 분도 계세요. 긴장하지 않으면 많이 안 아픕니다. 잠시 생각 좀 해 보시고 말씀해 주세요."
한다. '긴장하지 않으면 많이 안 아프다고? .... 시간도 절약할 겸 한꺼번에 하자. 할 일 많은 데 치과 오는 시간도 만만찮으니....'

양쪽 잇몸을 다 마취하니 온몸에 힘이 쭉 풀려 조금 헤롱헤롱하다. 머리도 살짝 아프다. 지금까지 치과 의자가 쭉 놓인 반쯤 트인 공간에서 치료하던 것과는 달리 따로 수술방에 가서 수술한단다. 그래서인가, 다른 날보다 더 무섭고 아프게 느껴진다.

 

아프면 왼손을 들라고 하면서 수술을 시작한다. 아픔을 견디면서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냈더니 간호사가 안쓰러운지,

아유~. 아프죠?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져요

하고 아이를 달래듯이 위로해 준다. 의사도

너무 아프면 왼손을 드세요. 그럼 잠깐 쉬었다 할게요.”

위로한다.
그리곤 간호사가 아파하는 내 손 등을 문지르며 격려해 주고 있다. 그 손길에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최근에 읽은 책 내용이 생각난다.

 

손을 잡으면 혈압과 심박동수, 코르티솔 수치가 내려간다. 서로 손을 맞잡으면 용기가 생긴다. ‘손 잡아주기 실험에서 전기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여성들은 누구의 손도 잡지 않았을 때보다, 자신의 배우자나 낯선 사람의 손을 잡았을 때, 뇌 신경 두뇌 스캔에서 두려움이 덜 생겼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이 괴로워할 때 손을 잡으면 두 사람의 호흡과 심장박동이 같아진다. 두 사람의 몸이 비슷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그들의 뇌파도 같아지는데, 이를 동조현상이라 한다.

인간은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방식으로 정서적 및 생물학적으로 연결되어있는데, 이때, 접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정함의 과학켈리하딩, 더퀘스트, 65~6p)

 

무섭거나 괴로울 때 누군가 곁에서 손을 잡아주면 안정이 되고, 설사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손을 잡아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 몸으로 체득을 한다.

'따뜻한 위로, 따뜻한 손길이 감사하다.

한 시간여 수술이 끝나고, 간호사와 의사의 위로를 들으며 나오니 결제하란다. 임플란트하는 비용 절반을 결제하고 치료 마칠 때 나머지를 내란다. ‘임플란트 비용은 상당한데, 두 개를 했으니 얼마지? 통장 잔액이 결제할 만큼 되나?’ 생각하며 휴대폰을 보니 어떤 귀인이 돈을 보내왔다.

통장에 있는 돈에 더해서 오늘 임플란트 결제 비용이 된다. 참말 놀랍다. 내가 임플란트 결제하는 줄 어찌 알고 딱 맞춰서 돈을 보냈을까? 딱 맞춰진 금액을 딱 그 시간에 보내온 것이다. 곁에서 지켜 보고 보내 준 듯한 어버이신님의 수호에 깜짝 놀라면서 정말로 기쁘고, 감사하다.

임플란트라고 하면 먼 나라 이야기, 남들에게나 해당하는 일로 생각했다. 아니, 치과 치료할 엄두 자체를 못 냈던 거지. 그런 내가 임플란트를 한 것도 놀랍고, 치과 치료를 가슴 콩닥거리지 않고 하게 된 것도 너무나 감사하다. 어버이신님, 감사합니다. 귀인님, 감사합니다.


저녁근행 후 차츰 마취가 풀리니 통증이 심해진다. 처방약을 늦게 먹어서인가. 긴장했던 몸과 얼굴이 아프다. 특히 깨진 이를 빼느라 고생한 턱 쪽이 제정신이 없도록 아프다. 저녁근행 후 그냥 들어와서 잤다. 두어 시간. 약효가 도는지 통증은 많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많이 고단하다. 통증에 마음이 빼앗기다 통증이 조금 줄어드니, 감사한 생각이 또 찾아온다. 통증 없이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마취약, 진통제, 항생제까지 감사하다. 그것을 연구 개발한 사람들과 제약회사와 의사와 병원과 간호사들.... 다 감사하다.

잠시 엄마 방에 가서 잠자리가 편안하신지 살핀다. 잠자리 인사하고 내 방으로 돌아와 바로 자리에 눕는다.
, 오늘 교회보 원고는 물 건너 갔다. 내일은 제발 술술 써졌으면 좋겠다.’

다시 기절한다.

 

 

편집자 주 : 이글은 223일 들어왔습니다... 글쓴이의 고통과 정성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