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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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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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115

 

우리는 형제 중에 형제

 

박지수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오랫동안 계속될수록 애증(愛憎)이 반복된다.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 같이 좋다가도, 꼴도 보기 싫어 진저리가 쳐질 정도로 미운 때도 있다. 그에 따라 당연히 마음의 거리도 빈틈없이 가까워졌다가도 천리나 멀리 떨어지는 때도 있다. 이렇게 사랑하는 감정과 미워하는 감정이 뒤섞이면서 겹겹이 고운 정 미운 정이 쌓여간다. 사랑하다가도 미워하고, 미워하다가도 사랑한다.

세상사 모든 것이 흐르고 흐르니 변하지 않는 것은 어디 있으랴. 요동치는 감정의 변화도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이 씨실과 날실처럼 켜켜이 쌓이고 쌓여 굳건한 관계로 자라나거나 아니면 시들시들하다가 관계가 아예 끊어지고 마는 것을 자주 보아왔다.

다행히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더 굳건한 관계로 자라면 이제는 남이 아니라 그냥 가족이 된다. 어느 땐 피를 나눈 육친의 가족보다 더 가까운 가족이 된다. 니 것 내 것이 없어지고, 뭐라도 챙겨주고 싶고, 뭘 줘도 아깝지도 않다. 떨어진 시간이 길어지면 그립고, 보고 싶고, 연락이 없으면 걱정이 되기까지 한다.

 

이런 끈끈한 가족이 되려면 꽤 긴 시간이 소요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들이는 시간과 정성이 쌓이고 쌓여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생각과 뜻을 공유하는 일이며,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하고, 함께 놀고, 함께 뒹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는 사이에 마음과 정이 오고 가고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간다.

 

이런 관계를 교조님께서는 형제 중의 형제라 하지 않았을까? 형제 중의 형제라면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이미 다르기 마련이다.

 

교조님께서 어느 날

"이 집터에 살고 있는 사람은 형제 중의 형제인 거야. 형제라면 누군가가 오늘 어디에 간다고 하면 서로 둘러보고, 입고 있는 옷 중에 누구의 것이 제일 좋으니 ', 이걸 입고 가라.'고 하거나, 또 가령 12전이라도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서로 모아 '이걸 용돈으로 해서 다녀오너라.' 하고 내어주어야만 형제인 거야."
라고 깨우치셨다. (교조전일화편 163 ‘형제 중의 형제’)

교조님 말씀 따라 이 길의 교우들은 서로 형제 중에 형제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말은 그리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 일은 가끔이고, 일회성에 그치는 일이 많다. 나도 이런 말씀들을 잘 알고 있고, 인용도 많이 하지만, 실제로 내 삶에서 느껴 보는 일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몇 차례다. 서로 돕기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쌓인 은혜가 중첩되고, 오고 가는 마음이 쌓이고, 뜻과 정을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 그런 느낌이 들어왔다.

 

저 사람에게는 뭘 줘도 아깝지 않다. 뭔들 아까우랴?’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확 들었다. 뭘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 뭐든 다 내어주고 싶은 사람, 그리고 자주 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가 진정 그 자신으로 이 길 안에서, 세상 속에서 더 즐겁고 더 행복하기를. 그러기 위해서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내 마음속에 가득 찼다.

, 이런 것이 교조님께서 말씀하신 형제 중에 형제구나. 이런 형제들이 포도알처럼 뭉쳐서 즐겁게 이 길을 가는 거야. 그래 우리는 형제 중에 형제야. , 이런 느낌, 이런 마음이야하고 무릎을 쳤다. 드디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교조님 뜻을 깊이 체득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교를 시작한 지 25년이 지나면서, 요즘 들어 이런 느낌을 주는 교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기 시작했다. 처음 한 둘이던 사람이 점차 불어나 이제는 열 명 가까이 늘었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런 형제 중에 형제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내 삶은 더 행복해지고, 더 즐겁고, 더 감사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즐거운 삶으로 가는 길, 천리교라는 슬로건이 부끄럽지 않고, 더 당당하게 외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형제들이 포도알처럼 둥근 마음으로 뭉쳐서 살아가라고 하신 교조님! 그 말씀을 다시 음미해 본다.

 

교조전일화편135 모두 둥근 마음으로
1883, 4년경, 구보 고사부로(久保小三郞)가 아들 나라지로(楢治郞)의 눈병을 구제받아 사례참배 차 처자를 데리고 터전에 돌아왔을 때의 일이었다.
교조님께서는 붉은 옷을 입고 거실에 단좌하고 계셨다. 전갈인의 안내로 교조님 앞에 나온 고사부로 부부는 너무나 황공한 나머지, 머리도 들지 못한 채 엎드려 있었다.
하지만 나라지로는 당시 7, 8세의 아이인지라 스스럼없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교조님 곁에 있는 포도가 눈에 띄어, 그 포도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교조님께서는 가만히 그 중 한 송이를 손에 드시고
"잘 돌아왔구나. 이것을 주마. 세상은 이 포도알처럼 모두 둥근 마음으로 뭉쳐서 사는 거야. 이 길은 두고두고 즐겁게 걸어가는 길이야."
라며 그것을 나라지로에게 주셨다.

 

 

둥근 마음으로 뭉쳐서 산다는 것은 한 가족처럼, 내 것 네 것 가리지 않고, 서로 나누고 나누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형제 중에 형제이런 소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