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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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년03월][108회]믿고 맡깁니다

2021.03.08 16:19

편집실 조회 수:59

명경지수 108

 

 

믿고 맡깁니다

 

박지수

 

지난 연말인 1230, 엄마가 다니는 주간 보호센터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노인 요양병원 같은 노인복지시설에서 확진자가 많이 생기고, 노인들은 코로나에 특히나 취약하여서 전수검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낮에 센터의 간호사한테 전화가 왔다.

어르신이 코로나 검사하면서 발버둥 치고 해서 저희가 팔다리를 꽉 붙들고 했습니다. 어르신 기분이 나쁘니까 따님께서 잘 달래 주세요.”

저녁에 돌아오신 엄마는 많이 지쳐 보였다. 그래도 생각보단 기분이 나쁘지 않으셨다. 그날 밤은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지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큰 무리 없이 센터에 가셨다. 그런데 오후에 우리가 고성교회에서 막 참배를 끝냈을 때,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다른 볼일을 봐야 하는데 지금 바로 오라고 난리다.

어르신이 집에 가려고 나오다가 현관에서 갑자기 주저앉았는데, 일어서질 못해요. , 다리를 덜덜덜 떨고 있습니다. 혈압이 높이 치솟아서 위험해요. 얼른 병원 모시고 가셔야 합니다. 우리는 책임을 못 집니다. 여기서 병원에 모시고 갈 수 있지만, 평소에 창원에 병원에 다니시니까, 보호자가 오셔야 해요. 병력을 모르기 때문에 보호자가 바로 병원으로 모셔야 합니다. 빨리 오세요. 빨리.”

갑자기 전화해서 위급상황이라고, 빨리 지금 당장 오라니, 기가 막힌다.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호들갑을 떨어 댄다. 무슨 일이 나면 책임이니까 그런 모양이다. 하도 호들갑을 떠니 내 마음도 놀라서 두근두근한다.

하지만 엄마의 상황이 대충 짐작이 갔다. 평소에 엄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지병이 없고, 일 년 반 정도 엄마를 지켜 보고, 보살펴 왔으니 지금 왜 그런가 짐작이 된다. 게다가 나는 지금 출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가는 시간이 걸리지만, 되는대로 빨리 갈 테니, 침대에 눕혀 안정시켜 놓으시라고 했다. 서둘러 일을 마치고 센터로 갔다. 40분쯤 후에 도착하니 엄마가 휠체어를 타고 나온다.

엄마 혈압은 좀 내렸지요?” 물으니 간호사가 . 아까보단 많이 안정되셨어요.”라고 한다. ‘그럼 그렇지. 당연하지.’ 속에서 말이 나왔다.

어르신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고 덧붙이는 소릴 어깨너머로 들으면서 집으로 모셔왔다.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

 

엄마한테 물어보니 코로나 검사를 한다고 혓바닥을 꾹 누르고 그 안으로 면봉 같은 것을 쑥 집어넣었단다. 그래서 구역질을 할 뻔했단다. 엄마는 검사한다니까 처음 당하는 일이라 긴장해서 용을 많이 썼던 것이다. 게다가 발버둥 치지 못하게 몇 사람이 팔다리를 붙잡고 꽉 눌렀으니 몸살이 나고, 담이 몸에 붙지 않았을까.

그렇게 집에 모셔 오고 나서부터 더 상태가 안 좋아졌다. 허리가 아프다며 일어나거나 움직이질 못하고, 다리에 힘이 없어서 걷지도 못하셨다. 입맛도 없는지 식사도, 간식도 잘 드시지 않고 그저 눈 감고 누워 계셨다. 운동 삼아 다니던 화장실에도 갈 수 없어서 방 안에서 이동식 변기를 사용하셨다. 그런 최소한의 움직임조차 힘들어하셨다.

저렇게 누워있으면 이제 몸의 근력이 다 빠져서 아예 못 일어날 텐데. 그럼 더는 집에서 보살필 수도 없어진다. 할 수 없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보내야 한다. 큰일이네. 어쩌나.

최대한 늦게 일어나거나, 일어나질 않아야 한다고 형제들이 생각하고 있던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과 불안,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날부터 나흘 동안, 엄마는 집에서 집중 보살핌을 받으셨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온갖 처치를 했다. 엄마는 병원에 가지 않겠다, 한의원에도 안 가겠다.’고 하시고, 오로지 찜질로 따끈하게 지지면 낫는다.’며 누워있으려고만 하셨다.

사실 온 세상이 코로나로 난리인데 병원에 모셔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병원에 모셔간들 무슨 처치를 달리 할 수 있을 것인가. 혈압, 당뇨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아픈 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병원에 모셔가면 온갖 검사를 하느라 그것 때문에 엄마는 초주검이 될 테고, 그러면 없던 병까지 생길 것이다. 만약 병원에 가면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가 눈앞에 그려진다.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 병원에 모셔가는 게 능사가 아니다.

조석으로 전하던 수훈의 횟수를 늘리고, 몸을 풀어주는 도수치료 같은 요가 동작을 시켜 드렸다. 그리고 스팀 타올로 마사지하고, 저주파, 초음파 안마기로 안마를 해 드리고, 가끔 혼자 자가 치료로 놓는 침도 놓았다. 침은 두 대놓고 나니 좀 나아지긴 하는 데 엄마가 아프고 무서운지 거부하셨다. 파스도 바르고, 진통소염제도 발라 드리니, 엄마 방이 파스 냄새로 코가 아플 정도였다. 약국에 가서 몸살약과 담을 푸는 약도 사서 드시게 했다. 그런 노력을 했음에도 엄마는 조금씩 조금씩만 좋아지셨다.

연세가 있으니 빨리 회복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편 신님께서 엄마에게 좀 더 정성을 쏟으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 싶어 최선을 다했다. 5일째가 되니 그런대로 힘들지만 움직일 수는 있게 되어 센터에 나가셨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코로나가 다시 대유행하여, 매주 코로나 검사를 하게 되었다. ‘한번 코로나 검사로 나흘을 꼼짝 못 하고 누워 고생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코로나 검사하면 센터에는 아예 못 나가겠다, 큰일이네.’ 싶었다.

이런 사실을 형제들에게 알렸더니, 모두가 걱정했다. 남동생은 코로나 검사하기 전날 밤에 엄마에게 전화했다. 미리 아이들에게 연극을 준비시켜 할머니한테 보여드렸다. 엄마가 가장 이뻐하는 손자 손녀의 재롱이 할머니를 즐겁게 했다.

끝에 아이들이 할머니 내일 코로나 검사 잘 받으세요. 우리 할머니 파이팅!” 해 주었다. 엄마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남동생의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감동스러웠다. 엄마에게도 아들과 손자 손녀의 기특한 마음이 전달되지 않았을까.

 

마침내 코로나 검사를 하는 날이 밝았다. 아침에 수훈을 전하면서

어버이신님, 오늘은 센터에서 우리 엄마 코로나 검사하는 날입니다. 부디 엄마가 용쓰지 않고, 긴장을 풀고, 편안히 검사를 받도록 신님께서 도와주세요. 제발 편안하게 검사받을 수 있도록 신님께 엄마를 맡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버이신님!”

했더니 엄마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끄덕하신다.

코로나 검사는 오전에 받는다는데 계속 신경이 쓰였다.

엄마가 괜찮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나면 어버이신님,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엄마를 신님께 맡깁니다. 도와주세요.” 그렇게 하길 하루에 열댓 번은 한 것 같다.

워낙 호되게 고생했기에, 나도 모르게 불안과 걱정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그때마다 신님을 부르며 엄마를 맡겼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신님을 믿고 신님께 맡기는 기원밖에 할 도리가 없다. 신전에서 기원할 수 없을 때는 그 자리에서 신님, 도와주세요. 보살펴 주세요. 신님께 맡깁니다.” 말씀을 드리며 부탁드렸다.

 

그날 오후에 돌아오신 엄마, 생각보다 괜찮았다.

엄마 안 힘들었어요?” “힘들어도 괜찮았다.” “지난번보다 안 힘들었지요?” “, 괜찮다.”고 하셨다. 휴우~ 다행이다. 아들과 손자 손녀의 응원을 받고, 신님의 수호로 괜찮으신 모양이다.

그다음 주에는 앞 주에 괜찮았으니 조금 걱정, 불안은 덜해졌다. 그래도 똑같이 수훈 전하며 맡기고, 수시로 떠오를 때마다 신님을 믿고, 맡겼다. 덕분에 지금까지 엄마는 코로나 검사를 잘 받고 계시고, 건강도 상당 부분 회복하셨다.

 

아침저녁으로 수훈을 전할 때 꼭 전하는 말씀은

"어버이신님께 오늘도 엄마를 맡깁니다" 이다.

엄마를 신님께 맡긴다는 것은 엄마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이다. 또한 신님을 믿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엄마에 관한 일은 무슨 일이든 그냥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하니 마음이 참 편안하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믿음직한 신님께 맡기고 안심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이길 신앙이 얼마나 감사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