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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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104

 

 

고가도로 아래에서 1

 

 

박 지 수

 

지난해부터 통영시 도산면에서 고가도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공사를 하는구나. 근처에 무슨 공단이 들어오려고 그러나? 관공서가 이전하려나?’ 궁금해하며 지나다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 날 보니 고가도로가 완성되었다. 통영 시내나 거제에서 도산면으로 들어오는 차들은 모두 그 아래로 들어오게 되었다. 몇 번 지나가다가 문득 저 아래에서 전도하면 비가 와도 괜찮고, 한여름 땡볕에도 괜찮겠다. 한겨울 외는 모든 날씨에 상관없이 전도할 수 있겠네. 전도 명당이구나.’ 싶었다. 여름철을 지나면서 잦은 비에 전도 활동에 애로가 있었기에 눈이 번쩍 띄었다. 그래서 포교소 앞에서 매일 하던 전도를 틈만 나면 그곳에서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가끔 함께 전도하던 용재가 사정이 생겨서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 의논해 왔다. 그야 전도지. 전도야말로 가장 빠르게 수호받는 방법이자, 신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실천이니...

그리하여 서로 만나기 편한 도산면 고가도로 아래에서 매일 전도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3명이, 때때로 여기저기서 용재들이 모여와서 많게는 예닐곱 명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고가도로 아래서 매일 전도하는 작정이 50일이 넘고 있다.

 

매일 아침 전도하며

우리가 전도하는 시간은 아침 시간이다. 보통 730분부터 전도를 시작하여 좌근, 팔수로 기원근행을 올린다. 그렇게 4번을 반복한다. 4번의 기원을 드리는 것이다. 셋이 한 사람은 깃발을 들고 인사하는 역할, 한 사람은 박자목, 한 사람은 피리를 맡아 신명나르기하며, 세상을 향해 이 길의 향기를 발산한다.

이 시간은 새소리가 많이 들리는 새들의 아침식사 시간이다. 명랑한 아침 새소리와 신악가, 박자목, 피리 소리가 어우러져 즐겁다.

어느 날 아침, 신명나르기를 하는 우리 앞에 지나가던 트럭이 잠시 멈추더니 남자 두 명이 "아침밥은 잡솼는교?"하고 묻는다. 뒤에 차가 따라 오는 데도 잠시 멈춰서 뜬금없이 물어보고는 간다. 가만 보니 길 건너에 있는 식당에 아침 먹으려고 가는 공사장 트럭이다. 자기들은 아침밥을 먹으러 가는데, 이렇게 쌀쌀하고 이른 시간에 저 사람들은 아침이나 먹었는지 신경이 쓰였나 보다. 그 마음이 참 따뜻하고도 감사하여 찡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전도를 마치고 나니, 우리에게 인사에 화답해 주는 오른쪽 가정집 아저씨가 지나가다 어디서 온 천리교냐고 묻는다. 아마도 천리교를 제법 아시는 분인 듯하다. 저산과 시내에서 온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고 가신다. 매일 아침 만나는 분이니 궁금하실 법도 하다.

이쪽 동네와 건너편 동네에 모두 포교소가 있었다고 하는 걸 보면 예전에 많은 이들이 신앙했거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며,

'? 아직 천리교가 있네. 하며 천리교를 다시 생각하겠구나. 반가워하며, 혹은 그리워하며, 아니면 옛 생각 하며 지나갔겠구나' 싶으니 더욱 사명감이 생긴다.

날마다 정해진 자리에서 빠짐없이 신명나르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다시 느끼며 더 즐겁고, 더 밝고, 더 깔끔한 모습으로 제대로 전도를 해야지 하는 마음을 다진다.

 

지나가는 차들

오늘은 차가 몇 대 지나가나 세어 봤다. 궁금해서 대충 세어 보니 200대 이상 지나간다. 시골이라도 제법 다니는 셈이다. 통근 버스, 통학버스, 시내버스, 시외버스도 지나가니 신명나르기할 때 지나가는 사람은 500명 이상이겠다. 평일에 아침 730분에서 9시 사이는 출근, 통학하는 시간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우리를 보고 지나가네,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보는구나싶으니 더 즐거운 마음이 생긴다. 정말 전도 명당, 도산면 고가다리가 우리 전도하라고 생긴 것 같아 기쁘다. 그곳은 빨리 다니지 못하고 천천히 지나가는 자리라 더욱더 그렇다.

월차제 같은 날은 점심 무렵이나 오후에 하기도 하는데, 그때도 차와 사람들이 많이 지나간다. 고가도로 양쪽 근처에는 맛있는 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근처에 공사장과 공장들이 많고, 면사무소나 은행도 있어서 이 두 식당으로 점심시간에 사람, 차들이 많이 몰린다. 점심시간은 특히나 사람들의 마음이 여유로워서 우릴 더 유심히 보고, 인사도 잘 받아주며 지나간다.

 

꿈에

한 달 쯤 전도했을 때 우연히 만난 이 길의 젊은이가 우리 부부의 꿈을 여러 차례 꾸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청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지가 벌써 20년 정도 지난 듯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우리 꿈을 왜 꾼 것일까? 물론 시중님은 대학부일 때 그 청년이 초등학생으로 늘 선생님, 선생님하면서 따르긴 했다고 한다.

그 청년은 우연히 전도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평소에 다니는 길이 아니었는데 특별한 볼일이 있어 지나갔단다. 박자목, 피리, 깃발을 들고 전도하는 모습이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같이 즐거운 분위기였다고 표현하였다. 전도하는 사람들이 누군지도 몰랐는데 이야기하다가 우리인 줄 알고 더욱 놀랐다.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제대로 이 길을 가고 있다면, 신님이 이렇게 연결해 주시는구나 싶다. '특별히 연락하거나 인맥 관리한다고 애쓰지 않아도, 신님 일만 제대로 하고 있다면 신님께서 꿈으로라도 연결해 주시는구나. 그렇구나. 우리가 할 일은 역시 나날이 교조모본을 따라서 신님 일을 하면 되는 것, 그 외는 모두 신님이 알아서 해 주신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며 놀랍고, 신기하고 감사하다. 든든하고, 흐뭇하고, 신님의 존재에 대해서 더 강하게 믿게 된다.

선배 선생님들께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꿈에 어디 가면 이런 사람이 있을 테니 가서 도움받으라고 해서 사람이 찾아왔다. 그래서 구제를 하게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열심히 신한줄기로 걷고 있었기에 신상, 사정자의 꿈에 신님께서 선몽을 해 주신 것이겠지. 그 생각과 오버랩되면서 참 감사하구나 싶다.

 

피리 불기

어느 날 신명나르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좌근 피리를 불었다. 일기장에 기록할 만한 큰일이다. 그동안 시중님이 1시간 20분 전도 내내 혼자 피리를 부는 게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피리 소리는 낼 줄 아는 내가 연습해서 번갈아 불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피리를 불면 폐활량도 늘어날 테고, 풍기수호의리도 더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물론 전에 팔수와 신악가는 피리를 불었던 적이 있다. 여자악기를 연주하기에 악보를 다 외우고 있어서 그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좌근은 불어 본 적이 없어서 긴장을 많이 했다. 긴장하다 보니 팔, 어깨가 뭉칠 지경이었다.ㅠㅠ

먼저 작정하여 일주일간 피리 연습을 한 후 전도 때 피리에 도전했다. 40분 정도를 무난히 부는 것이 우선 목표이다. 2주째 들어 좌근 1절을 부르는 데 영~ 소리가 안 난다. 2절을 부르다 피리를 아예 내려놓는다. 옆에 깃발 들고 서 있는 시중님이 쳐다본다. 그냥 피리를 넘겨 줘버리고 싶었다. 너무 소리가 안 나니까.ㅠㅠ

'나도 듣기 괴로운 데 주변의 가정집이나 차문을 열고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이 들으면 괴롭겠다 민폐겠다. 이것 참 넘사시럽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다음 순간, ‘잘 안된다고 포기하면 피리를 결국 다시는 불 수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아직 능숙하지 않기에 안 될 때도 있고, 소리가 안 날 때도 있는 게 당연하지 않아? 지금 포기하면 영영 못 분다.’ 싶으니 정신이 바짝 든다.

수영선수들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한 번 더 손을 뻗치면 끝난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 포기하고 싶을 때, 한 번만 더 손을 뻗치면 된다고 훈련시킨단다. 나 역시 무슨 일이든 안 될 때 한 번 더 시도해 보는 것, 거기서 한 발짝 나아간다는 신념을 평소에 가지고 있다. 그렇게 노력해 왔다. 그런데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포기하지 말고 '요시!!! 다시 한 번만 더 해보자!' 하고 3절부터 다시 불었다. 내 마음을 시험한 듯, 다음 순간 피리소리가 놀랍게도 맑게 잘~~ 난다. 곁에 시중님 엄지척~ 해준다.ㅎㅎ

그렇게 고비를 넘기고, 그날 두 번의 좌근, 팔수를 무사히 피리로 불었다.

다음날 좌근 2잠깐 이야기는 잘 불어졌다. 근데 팔수를 하려니 힘이 딸려 소리도 잘 안 나오고, 숨 가쁘고 어지럽다. ㅠㅠ. 이젠 소리를 제대로 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오래 불 수 있는 게 문제였다.

그래도 다음 날 그다음 날도 계속 피리를 부니 소리가 그런대로 잘 난다. 횟수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나아져 버벅거리는 게 덜해졌다. ‘삑사리가 나는 경우가 팍 줄었다. 역시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최고다. 제대로 안 된다는 건 충분히 연습하지 않았다는 변명일 뿐이다.

조금씩 피리 부는 실력이 나아지고 있으니 감사하다. 100일쯤 하면 내가 목표하는 대로 40, 후반 피리쯤은 무난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수훈 전하기

전도하고 있을 때 수훈을 두 분께 전할 기회가 생겼다.

처음 분은 할머니셨는데, 예전에 신앙하셨단다. 지금은 딸이 목사라서 개신교를 다니지만... 지난밤에 좋은 꿈을 꾸었는데 수훈 받으려고 그랬나 보다고 기뻐하셨다.

두 번째 분은 건넛마을에서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 나오신 할아버지셨다. 많이 편찮으신지 중간에 한참 쉬었다가 건너편 버스정류장으로 가셨다. 시중님이 보고 있다가 바로 길을 건너가서 할아버지께 수훈을 전했다. 허리가 아프신 할아버지는 병원에 가시는 길이란다. 할머니께서 천리교 신앙하고 계신다고 한다. 이렇게 인연이 되니 기쁘다.

그 할아버지는 전도하는 우리 앞을 지나가시면서 인사를 잘 받아주고, 일부러 오셔서 어디서 온 천리교냐고 물어보셨던 할아버지셨다. 그렇게 할아버지께 이틀을 수훈을 전하고 사흘째는 나오지 않으셨다. 그런데 하루 지나 나흘째 되던 날 전도가 끝나갈 무렵에 그 할아버지께서 길을 건너 버스 타러 나오신다. 지난번보다 훨씬 잘 걸으시고, 버스가 오니 뛰어서 타셨다. ~ 아팠던 허리가 많이 좋아지셨나 보다. 그다음 날, 할아버지가 나오셔서 세 번째 수훈을 받으셨다. 기다렸다는 듯이 밝은 얼굴로 수훈을 받으시며 좋아하셨단다. ‘할아버지. 건강하세요.’하고 축원해 드린다.

 

프로 용재

피리를 불다가 왼쪽 동네에서 볏짚을 태우는 연기가 불어와 숨으로 들어온다. ~, 숨이 막혀서 피리 불기를 포기하고는 시중님한테 넘긴다. 그런데 헐~. 시중님은 소리가 잘 나네. 어휴~... 역시 고수와 초보의 차이가 확연하다. 고수는, 프로는, 아무리 악조건에서도 실력을 발휘하는군. 연기 때문에 피리를 중단하고서 생각한다.

'프로는 상황을 탓하지 않는다.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해낸다. 그것이 프로다.

이 길의 용재로서 프로라면 어떤 사람일까?

어떤 경우에도 구제를 최우선으로 나아가는 용재?

나날이 꾸준히 신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용재?

나날이 신한줄기를 잊지 않고 실천하는 용재?

나는 어떤 정도의 용재일까? 과연 프로 용재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신님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구제를 최우선으로 하고, 나날이 꾸준히 신한줄기로 나아가겠다는 마음을 다시 확인한다. 그 정도는 되어야 용재로서 프로라고 할 수 있겠지.

 

눈길을 주고받으며

지나가는 차들은 우릴 구경하느라, 신호가 바뀌어도 출발하지 못하거나 천천히 지나가다 뒤차의 경적을 부르기도 하고, 우리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고가도로 아래는 가깝게는 바로 1미터 앞, 멀어도 5미터 내에서 차들이 지나간다. 1차선이라서 지나갈 때는 언제나 한 줄로, 천천히 지나가게 되어 있다. 그러니 외면하거나 피할 수는 있어도 우리를 못 볼 수는 없는 곳이다. 하여 때때로 눈길이 마주치게 된다. 우리는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으니, 우리를 바라보는 분들도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끄덕여 인사에 화답한다. 서로 교감하는 것이다. 물론 외면하는 분들이 아직은 많지만.

여기는 한적한 시골 면소재지라 조용하여 집중도 잘 되고, 지나가는 차 속의 사람들과 아이컨텍(눈맞추기, 눈길 교환)도 잘 된다. 눈맞추기가 중요한 이유는 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오고 간다는 뜻이다. 마음이 오고 가야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법이다.

어느 연구 결과 행복한 사람은 눈맞추기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우울한 사람은 눈맞추기를 못 한다고 한다. 눈을 맞추지 못하니 더욱 우울해진단다.

눈길을 주고받으며, 서로 화답해서 인사하다 보면 훨씬 더 즐거운 마음이 생긴다. 기분 좋은 신명나르기가 된다. 상대방에게도 훨씬 더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갈 듯하다.

아침에 전도하고 나면 하루가 편안하다. 아침에 할 일을 다 한 느낌, 그래서 기분 좋게,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아침 전도를 통해 신님께서, 하루하루를 지켜 주시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만들어주시는 것 같다. 참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