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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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년07월][100회]기쁘게 받아주기

2020.06.25 16:07

편집실 조회 수:113

명경지수 100

 

기쁘게 받아주기

 

박지수

 

어느 분이 최근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셨다.

딸이 마음을 내어

"엄마, 옷 한 벌 사 드릴게요. 갑시다."

"아니야! 너도 아이 셋에다, 어려운 데, 됐다."

아들이

"엄마, 우리 모처럼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사드릴게요."

"아니야! 너도 지금 많이 힘든 데, 됐다. 그냥 집에서 먹자."

절친한 이웃 사람이 모처럼 장어를 선물로 가져왔는데

"괜찮아요. 힘드신 데, 뭘 이런 걸 가져오셨어요. 괜찮아요."

했단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 이건 좀 그렇네.’ 하는 소리가 마음에서 들린다. 그래서 내 생각을 전했다.

"세 사람의 마음을 거절하셨네요. 그렇게 거절하는 대신, 이렇게 이야기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상대도 기분 좋고, 나도 기분 좋아지는 말로 받아주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어머나~. 우리 딸이 엄마 옷을 사준다고? 아유 고마워라. 네 식구 챙기기도 힘들 텐데, 엄마까지 챙겨주니 참 고맙다. 우리 딸 사랑해~.>

<아들~, 엄마, 아빠 생각해서 맛있는 거 사준다니 기분 좋네. 그래 가서 맛있게 먹고 힘내서 기분 좋게 살자~. 기분이 좋으면 하는 일도 더 잘 되니까 말이야. 아들, 고마워~>

<이렇게 맛있는 장어를 사 오셨네요. 고맙습니다. 장어 좋아하는데, 모처럼 장어 실컷 먹을 수 있게 됐네요. ~ 먹을게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기분 좋게, 감사하게 받으면 어떨까요? 그 장어를 요리해서 이웃에게 한 접시 나누면 더 기분 좋을 것 같아요.

아니! 너도 힘든데, 됐다.’ 이런 말들은 거절하는 말, 자르는 말이에요. 상대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긴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거절의 말이지요. 상대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니, 그 마음에 작은 상처가 생깁니다. 그러니 이어지지 않죠. 마음이 단절되면서 차가워지게 되지요.

 

제가 고쳐 이야기한 것처럼 말씀해 보시면 벌써 기분이 다르지요? 이어지거든요. 마음이 이어지면 사랑이 오고 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결합수호가 좋아하는 마음이지요. 마음을 잇고, 금전을 잇고, 관계를 이어 경제적 어려움에서, 고통스런 사정에서 벗어나게 하는 수호를 받을 수 있답니다.

 

고성 초대회장님 이야기에서도 자녀 같은 산하들의 정성을 어떻게 받아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순교를 오신 초대교회장님 앞으로 포교소장이 슬며시 정성금을 내밀면, 고작 교통비밖에는 안 되는 정성금이지만 항상 고맙다, 수고했제.’라는 말을 빼놓지 않으셨다. 그리고는 그 포교소 살림을 누구보다 잘 아는 초대회장님은 돌아가시는 길에 누구도 모르게 음덕함에 도로 넣고 돌아가시기도 했다. <오직 근행뿐이야, 남상우 엮음, 56페이지>

 

자녀들이 어렵지만, 부모를 위해 효도하는 마음을 내었는데, 그것을 잘 받아주면 자녀에게도 큰 덕이 된답니다. 옛말에 효도는 삼천 가지 덕의 근본이 된다고 하고, ‘백 가지 행실의 근본이 된다고도 합니다. 이 길에서도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신님에게 효도하는 것으로 받아주신다고 하셨지요. 자녀에게 효도를 강요해선 안 되지만, 효도하고 싶은 마음을 거절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효도할 수 있도록 잘 받아주는 것이 자녀들에게 큰 덕이 됩니다. 자녀들의 인생이 더 잘 풀리고, 행복해지는 덕을 쌓게 되니까 꼭 기쁘게 받아주셔야 됩니다. 이것은 부모와 자식이 서로 돕기, 윈윈하는 행위가 됩니다.

그렇게 기쁘게 잘 받아주는 마음이 더 큰 마음, 더 큰 사랑이기도 합니다.

 

<교조전 일화편, 하늘에 닿는 리>에도 보면 [고맙게 여기면서 하면 하늘에 닿는 리가 된다, 신님께서 받아주시는 리는 고맙게 되돌아온다.]라고 하시고, [받아들이는 대로 갚음한다.]는 말씀이 친필에 여러 번 나옵니다. 말이든, 생각이든 받아들이는 대로 되돌려 준다고 하십니다.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면 기분 나쁜 일이 생기고, 거절로 받아들이면 거절당하는 일이 생겨나겠지요? 기쁘게 받아들이면 기쁨으로 돌려주시고, 즐겁게 받아들이면 즐겁게 돌려주십니다. 내 앞에 다가오는 모든 것을 감사히, 기쁘게 받아들이면 내 앞에 오는 모든 것들이 감사와 기쁨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잘 받아주는 일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떠오는 선생님 한 분이 계신다.

3년 전 교회장 자격 검정강습 청강생으로 터전에서 강습받을 때 일이다.

수업 시작 전에 선생님 교탁에 간단한 다과와 차를 갖다 놓는다. 주로 다과는 과자나 사탕이나 초콜릿이나 빵 같은 것이었다. 교회본부 강사이신 교회장 자격검정 선생님들은 대체로 아주 순수하신 분이신 듯하다. 선생님들은 수업 중에는 간식을 잘 드시지 않으시고, 수업 후에 수줍어하며 챙겨 가신다.

그중에 특히 아베 선생님이 떠오른다. 왜냐하면, 이 선생님께 받은 감동 때문이다. 이분은 어떤 것을 드려도 !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인데~~.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말씀하시며 받으셨다. 정말 기뻐하는 아이 같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셨다. 그런 모습은 준비해 놓은 사람과 보는 사람조차도 무척이나 기분 좋게 만들었다. 사소한 과자 하나라도 그렇게나 기쁘게 받으시는 분은 처음이었다. 기쁘고 즐겁게 잘 받아서 상대에게 만족을 주셨다. 그 모습이 좋아 자꾸 뭔가를 더 드리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우리가 드리는 것이 무엇이든지

!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겁니다.”

하며 기뻐하는 모습은, 중년 나이에도 아이같이 순수한 모습을 담고 있었다.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정말로 따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게 했다. 무릇 훌륭한 신앙인이라면 저렇게 세 살 아이 같이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살지 않을까 싶다.

 

포교사들은 대부분이 베풀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뭔가를 주려고 한다. 세상의 많은 사람 중에도 베푸는 것을 잘하는 좋은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그에 비하여 받는 것을 기쁘게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실은 주기보다 받아주기는 더 어렵고 마음이 크지 않으면 안 된다. 주는 것, 베푸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고, 선행이라 덕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다들 노력해서라도 베풀려고 한다.

그러나 받아주는 것은 마음이 작으면 편안하지 않다.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고, 심하면 거지 같다고 모욕을 느낄 수도 있으며, 나 자신이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라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나아가 신앙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누구에게 뭘 받는다는 것은 덕을 까먹는 손해 보는 일이라는 계산이 있기도 하다. 이런 생각은 표면적으로, 혹은 좁은 마음으로 보면 일리가 있다.

인도에서는 구걸하는 사람들이 당당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내가 당신에게 선행을 베풀도록 해서 덕을 쌓는 기회를 주고 있다. 당신에게 공덕을 쌓게 해 주니까 나도 좋은 일을 하고 있다.’라는 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란다. 다소 교만하고 거만한 태도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말도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억지로라도 선행을 베풀면 안 한 것보다는 서로에게 덕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기쁘게 받아주기는 상대도 살리고, 나도 키우는 서로 돕기다. 이것이 세상을 더 밝게 하고, 아름답게 한다. 이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기쁘게 받아주기보다도 더 좋은 것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기쁘게 감사하게 하는 마음가짐이다. 줄 때도 마음이 즐겁고, 받을 때도 즐거워 걸림이 없는 상태가 성인된 마음이리라. 세상 만물은 내 것이 아니라 신님의 것이므로 감사히, 흔쾌히 내어 서로 나누고, 받을 때도 주는 상대를 기쁘게 하고, 나 자신도 기뻐하며, 더 나아가 신님의 은혜에도 감사하면서 받는 마음, 그것이 신님이 바라시는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