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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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박혜경(진홍교회)

 

수능시험에 관한 이야기들

몇 년 전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수능 역사상 처음으로 수능이 연기되었습니다. 제 친구 딸이 그때 수능을 쳤었는데, 일주일의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당연히 자신의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힘이 빠지는 그런 시간을 거쳐 수능을 치렀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마침 그해 수능이 불수능(시험이 어려움을 나타내는 말)으로 유명했습니다. 어떤 아이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던 순간이 되었고, 어떤 아이에게는 그동안 노력한 것이 헛되이 되어버린 정말 허망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시험장에는 국어 첫 시간에 시험지를 받자마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고, 제 친구네는 독실한 불교 신앙을 하는 집안이라 그 아이는 관세음보살(보살의 하나. 괴로울 때 그의 이름을 정성으로 외면 그 음성을 듣고 구제하여 준다고 함)을 외며 수능시험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 덕분인지 친구의 딸은 대구에서 무사히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우리 딸이 얼마 전에 수능시험을 치렀습니다. 한 해 동안 수능이 내년으로 미뤄진다, 새 학기가 가을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교에 간다 안 간다, 온라인 수업을 한다, 올 고3은 버리는 고3이다 등 정말 말도 많은 한해였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물론 누구나 수고를 했지만, 이번 고3이 가장 고생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어수선한 상태에서 역시나 수능이 2주 정도 연기가 되었고, 시험을 치기 전 1주일을 학교도 가지 못하고 도서관도 가지 못하고 오로지 집에서 혼자 공부하며 페이스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아직 수능을 치는 학생이 없는 집에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요즘은 수능을 치는 학생이 한 학교에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수능 성적이 있지 않으면, 3을 보낸 사람으로 수능을 봤었다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형식적으로 수능을 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서 우리 딸 아이의 학교에서는 120명 고3 학생 중에서 30명 정도만 시험을 쳤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원서접수가 끝나는 9월 말이 되면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수업이 안 되므로 그런 아이들을 학교 도서관에 모아서 따로 공부하게 합니다. 여기저기 어수선한 분위기, 기간 연장, 1주일간의 혼자 공부하기를 하는 등 아마 악조건이 여러 가지로 겹친 것 같은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수능시험 날 학교 앞에 응원하는 후배들도, 북을 치고 노래 부르는 응원도 없이 쓸쓸히 수능 시험장으로 걸어가는 아이를 보며 출근길에 눈물이 나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때 생각을 하니 또다시 눈물이 나는데요. 이제 제 손을 완전히 떠난다는 생각, 엄마가 할 부분은 여기까지란 생각, 쓸쓸하다는 생각, 아직은 어린아이들인데 그 어깨에 진 짐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워 보여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반전은 조용한 걸 좋아하는 딸은 미리 유튜브 영상으로 시험 치기 전의 준비 상황을 미리 보면서 머리로 그리던 것을 조용히 실천하며 여러 가지 준비를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세상 조용한 것이 이렇게 좋을 수 없었답니다. 그리고 시험지를 받았는데 그 어떤 잡념도 없이 마지막 시험까지 오로지 시험에만 집중하며 지금까지 없었던 집중력으로 시험을 잘 치러서 수능 전날까지 등급을 여기저기 오가던 성적이 확 치고 올라가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본인도 시험 치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정말 신기했다고 했습니다.

보통 때는 수능 모의고사를 치거나, 지난 모의고사를 공부하다 보면 집중이 덜 되고 ! 이거 어디서 나왔는데.’ 하는 생각에 그걸 생각하느라 다른 것에 집중이 안 돼서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시험장도 학교에서 혼자 가게 되어 저는 걱정했는데, 오히려 딸은 그게 더 좋았답니다. 친구 신경 안 써도 되고 아무도 말을 안 섞어서요. 거기에 수능시험 감독관 중 한 분이 자신 학교 선생님이라 영어 시간에 더 마음 편히 시험을 칠 수 있었답니다.

 

1년 동안 매일 근행을 하루도 빠짐없이 보아온 아이의 적은 노력을 신님이 받아주신 건지 하여튼 수능 날 채점을 하며 우리 집은 난리가 났습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야 늘 잘하는 것이니까 상관없겠지만, 우리 아이는 학원도 제대로 못 보내고, 상급 회장님의 딸이 터전에 공부하러 가기 전 방학 기간에 영어 과외를 시켜주었고 그때 잡힌 개념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학원에 1년 정도 보낸 것이 다인데 이렇게 성적을 낸 것이 제가 봐도 신기했습니다.

학교에서 영어 공부를 온종일 하니까 지나가던 친구들이 너는 영어 공부만 하냐고 했다던데 그렇게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반에서 2명이 수능 공부를 학교에서 했는데, 일 년 동안 빠지지 않고 토요일에 학교에 갔던 아이기도 하고, 영어 선생님이 두 아이를 앉혀놓고 영어 시간에 특별과외를 해 주신 것도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잘되도록 신님의 수호 아래에서 잘 맞춰진 바퀴처럼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신님의 수호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2. 합격에 관한 이야기

11월 초에 미리 대학에 합격했지만, 사립대학이라 비싼 등록금 걱정에 국립대학 발표를 기다리는데 한 달 반을 기다린 것 같습니다. 매일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다 최종 합격한 대학을 놓고 잠시 고민을 했지만, 딸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습니다. 부모가 간섭해 봤자, 본인이 하기 싫으면 그만이니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했습니다. 제가 저번에 글에서 어디에 합격했는지 말씀드린다고 했지요? 마산대학교 간호학과에 합격했습니다.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 턱걸이로 겨우 붙었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3. 등록금

옛날에는 시골에서 자식 대학 공부를 시키기 위해 소를 팔았다고 했는데, 저희는 소가 없어서 걱정이 좀 되었습니다. 등록금이 나오기 며칠 전이 되니까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했습니다. 백만 원은 들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우린 그런 돈도 없이 어찌 딸을 대학에 보내려고 했었지?’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등록금 납부 하는 날 점심때가 되어도 아무 연락이 없기에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등록금이 세상에 0이 나왔습니다. 한글과 숫자밖에 없는데, 영어도 없는데 읽을 수 없어서 학교로 전화를 했습니다. 이렇게 나왔는데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그냥 0원을 입금하던지, 그냥 있으면 된다고 하더군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상황이라면 깜짝 놀라셨겠지요.^^

오후가 되니 학교에서 봉투가 왔는데, 거기에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수능을 잘 쳐서 학교에서 주는 백만 원의 장학금을 받고 나머지 230만 원은 국가장학금을 받아서 0원으로 된 겁니다. 그동안 다른 집은 어려운데 어찌 대학생들을 잘도 키운다며 부러워했는데, 이런 방법이 있었군요. ㅎㅎㅎ

만약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형편이 어렵다고 생각되어 애들 공부시키는 게 걱정인 분들은 크게 걱정을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님은 우리가 다 살아가도록 수호를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학만 보내 놓으면 나머지는 본인이 알아서 아르바이트하던, 장학금을 받던 알아서 하라고 했으니 그렇게 하도록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잘할 거라는 기대해봅니다.

 

4. 은혜보답으로 가는 길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번에는 고성교회 학생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나오기 전 저는 딸이 우리의 뒤를 이어 학생회 회장단에 들었으면 하는데, 아이는 생각이 어떨지 모르니 학생회에서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할지 물어봤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미리 아이의 결정을 따르자고 이야기를 했고, 그렇지만, 하는 쪽이면 좋겠다고 의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지금까지 네가 고성교회 학생회를 통해 받은 것이 너무나 많다. 이제 그 은혜보답을 할 때가 왔다. 그렇게 해도 너는 언니 오빠들이 너를 키워 준 노력의 100분의 1도 아직 못 갚았다.”라고 했습니다. 너무 비장했나요? 하여튼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가 교회에 가서 동생들 돌보기 버겁고, 집에 오면 밥도 못 먹고 다음 날까지 자고, 힘들다고 말해도 그동안 언니 오빠들이 너를 그렇게 돌봐 주었으니 너도 동생들을 그렇게 돌봐줘야 한다고 했었습니다. 우리는 교회에만 가면 아이들을 방목합니다. 그동안 아무 걱정 없이 근행을 올리고 회의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언니 오빠들을 따라다니며 즐겁게 잘 놀다가 집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늘 교회에 가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어릴 때 아이를 고성교회 어린이 근무(청년은 청년 근무니까)를 시킬까 생각할 정도로 고성교회에 가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요. ^^ 덕분에 어떤 값으로도 매길 수 없는 든든한 재산인 교회 친구, 언니, 동생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저는 아이의 신앙생활의 노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거기에 학생회 임원이 되었다고 고성교회 장학회에서 장학금도 주셨습니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그래서 덕분에 그동안 갖고 싶다고 했던 아이패드를 사줬습니다. 요즘에 무선이어폰 없는 고3과 아이패드 같은 거 없는 고3은 자기밖에 없다고요. 드디어 우리 딸 소원성취했습니다. 그런데 덜컥 사고 보니 너무 겁이 났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너무 큰 돈을 자신에게 써서 이래도 되나 겁이 나더랍니다. (짜식 쫄기는 ㅎㅎ)

 

학생회 일을 하게 된 것도 감사한데, 장학금도 주시고 너무나 많은 것을 받기만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오랜 신앙의 길을 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감사히 받으며, 이제부터 은혜보답은 시작입니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시작될지 모를 혜인이의 은혜보답을 기대하며 신님의 크나큰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쓴 행복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