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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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박혜경(진홍교회)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내년 2월이면 20주년이 되더군요. 그동안 여러 일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웃픈(웃기고 슬픈)일들이 떠오릅니다. 우리 가족의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

 

에피소드 1. 아빠의 생활 엿보기

고성교회에서 몇 안 되는 곰 님들 중의 한 명입니다. 아마 먹을 것과 와이파이와 컴퓨터와 핸드폰만 있으면 한 달간 산속에 들어가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실제 그런 이야기가 한동안 교회에 돌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워낙 말이 없어서 일일이 묻고 답을 얻기 위해 몇 번을 옆에 붙어서 묻고 묻고 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지만, ~~ 살아보니 이제는 저 혼자 묻고 답하기를 합니다. 만약 회장님 생각과 다르면 그건 한 번 생각해 봐야겠는데.”라든지, “그건 아닌데.” 합니다. 그러면 ! 내가 뭔가 다시 생각해 봐야겠구나하고는 다시 생각하고 의논합니다.

말은 없지만, 애들과 가족들을 위해서는 정말 자상한 아빠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치, 사회 등 애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들은 같이 의논하고 토론하며 아이들의 생각이 잘못된 정보로 인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잡아주기도 합니다. 큰아이하고는 정치, 경제, 사회문제의 대화를 많이 하고, 작은애하고는 컴퓨터, 기계, 자동차, 핸드폰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뭐 말 안 하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전 세계 사람 중에 제가 우리 회장님하고 가장 말을 많이 한 사람이니까 그걸로 위로 삼고 살아야지요. !!!

 

에피소드 2. 엄마의 생활 엿보기

드디어 저를 알릴 기회가 왔습니다.

저는 49세입니다.

나이를 밝히는 이유는 아마 제 나이에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그렇게 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슬슬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왜 그렇게 예쁘고 귀여운 남자 아이돌이 좋을까요? 어쩌면 아들 같기도 하고, 사윗감 같기도 해서 그런지 유독 그런 사람들이 좋더군요. 그래서 딸아이 친구가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팬이라서 그 가수의 사진을 딸아이에게 주면서 엄마 드리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핸드폰이며 컴퓨터에 사진을 붙여놓고 시간 날 때마다 그 사진을 보며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딸아이가 좋아하는 가수를 한 번 살펴보자 하는 생각에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제가 더 좋아하게 되더군요. ^^ 우리 막내는 한 번씩 엄마, 우리 반에 친구들 엄마 아빠하고 우리는 확실히 달라요.” 하면서 학교에서 친구 부모들은 트로트를 좋아하는데, 우리 부부는 발라드나 댄스음악과 같이 아이들과 같이 듣는 음악을 좋아하니까 그런가 봅니다.

그리고 가족이 같이 모여 보는 프로그램도 음악방송이나 유튜브 시청,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같이 보며 엄마가 신이 나면 어깨 들썩 가수들 따라 하며 춤도 나옵니다. 이런 모습은 전혀 밖에서는 안 하는 행동입니다. ᄏᄏ

! 그리고 한 가지. 트로트 가수 중에 임영웅을 갑자기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주방에서 일하는데 음악을 듣다가 노래가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와 누구의 노래인지 찾아보다가 임영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임영웅의 발라드가 우리 집에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 되었습니다.

 

에피소드 3. 혜인이의 생활 엿보기

아주 어릴 때 슈퍼에 돈 천 원을 주고는 먹을 것 사 오라니까 한참이 지나서 빈손으로 오는 딸. 왜 아무것도 안 사 왔냐는 말에 껌이 600원인데 돈이 천 원이라서 못 샀다고. ㅠㅠ 그때 알아봤습니다. 수학이 어려울 것 같다는, 확실히 얘는 문과 스타일이라는 것을요.

그러나 또 좋은 점은 중학교부터 고3까지 한 번도 학교에 교복을 안 입고 가는 날이 없습니다. 3 정도 되면 체육복도 입고 다니고, 슬리퍼 신고 학교도 가는데 한 번도 그러지 않는 아주 바른 생활의 아이입니다. 아마 집 밖을 나가며 슬리퍼는 한 번도 신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학교 학생부장 선생님께서 너는 우리 학교의 기준이다.”라는 말씀을 다 하셨겠습니까. 등교하다가 교문에 복장 위반으로 붙들려 쭉 줄 서 있는 아이들 앞을 혜인이가 지나가면 학생부장 선생님께서 저 누나처럼만 하고 다니라고 말씀을 하시곤 한답니다. 반 아이들이 한 번씩 놀리는 겸 너는 기준이니까 그러면 안 되지.’ 하면서 놀릴 때도 있지만, 그게 은근히 싫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걸 즐기기도 하는 것 같고요. 어떨 땐 저보다 더 고지식한 부분이 있어서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런 바른 생활이 장점이기를 바라봅니다.

또 동생을 잘 돌봐주려고 노력을 합니다. 시험을 마치면 같이 마산 시내에 가서 밥도 먹고 놀다가 들어오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상담한다고 동생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하기에 저는 빠져나왔더니, 나중에 상담 결과를 듣고 빵 터졌습니다. 혜인이가 동생에게 이런저런 대학 입시 준비하면서 보니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해주며 동생은 그런 후회하지 말라고 하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혜인: “기진아, 니는 맨날 놀기만 하고 니가 무슨 뽀로로가?”

기진: “그래, 나는 뽀로로가 되는 게 꿈이다.”

혜인: “?”

기진: “나는 노는 게 제일 좋다.”

혜인: !!!

며칠 후 이 이야기를 듣고 얘들 엄마 아빠는 빵 터졌다는군요.

 

에피소드 4. 기진이의 생활 엿보기

기진이 이야기는 너무너무 많아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이 아이의 머릿속에는 호기심 90%와 약간의 핸드폰, 조금의 컴퓨터 게임, 그 외 먹을 것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항상 돈을 주면 그 돈으로 꼭 친구와 같이 나눠 먹을 것을 삽니다. 소풍 때 천 원을 줬더니, “엄마, 천 원으로 껌 500원짜리 두 개 사서 친구하고 나눠 먹었어요.” 하더군요. 그래서 이 아이는 수학은 되겠네.’ 했습니다. 누나와 모든 면이 다릅니다.

어느 날 친구가 때리는데 그러면 보통의 아이들은 안 맞으려고 막을 텐데, 맞으며 ~, 한 대, 두 대…….” 하고 숫자를 세서 스물 몇 대나 맞았다나요. 그래서 왜 너는 맞기만 하고 막지를 않냐고 했더니 친구가 울면 안 된다나요. !!! 그래서 다음부터는 숫자 세리지 말고 때리기 싫으면 막기나 하라고 가르쳐 줬습니다.

그리고 지나가다 남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인 기진이가 모르는 대학생 형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전거가 고장이 났다고 같이 고쳐줬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전거를 얻어서 탔기 때문에 너무 고장이 잘 나서 기본적인 것은 애가 고쳐서 썼습니다. 안되면 혼자 자전거점에 가서 고쳐오고요. 그래서 그 형이 고맙다고 떡볶이 사준다고 해서 같이 가도 되는지 물어보려고 전화가 왔더라고요. 별일은 없겠지.’ 하며 갔다 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비가 엄청 많이 불고 태풍이 오던 날. 누나와 같이 하교하며 바람에 우산살이 부러지고 뒤집혀서 보통은 울거나, 버리고 올 텐데, 그 우산을 보고 재미있다고 길거리에서 춤을 추며 오니까, 누나는 누나대로 그런 동생이 재미있다고 춤추는 영상을 찍어서 가족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거나, 갖고 싶은 물건을 사준들 저렇게 행복한 표정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 아이를 봐오며 가장 행복한 순간의 한 장면으로 제 머리와 가슴에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친구들 컴퓨터가 꽉 차서 안 되면 그 컴퓨터를 정리해 주는 일을 한답니다. 학교 교실에 가면 서랍에 샤프가 수두룩합니다. 친구들 고장이 난 샤프는 다 고쳐준다네요. 어느 날 애는 학교에 갔는데, 필통이 집에 있기에 학교 다녀온 기진이에게 물어보니 샤프는 서랍에 가득하다나요. 걱정 안 해도 된답니다. 하루는 집에 와서 자랑합니다.

기진: “엄마 학교에서 에어컨 청소했어요.”

엄마: “왜 했는데? (혹시 벌 청소인가?)”

기진: “선생님이 해보라고 시켰어요.”

엄마: “학교에 청소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니가 굳이?”

기진: “재미있어서 친구들 불러 같이했는데, 잘한다고 다른 반에 거도 씻어 달라고 해서 몇 개나 더 씻었어요.”

엄마: !!!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정말 살면서 기진이 때문에 황당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선생님 컴퓨터 작업은 혼자서 다 하고, 심지어 생활기록부 등록부터 성적 등록까지 남아서 다 해드렸다나요. 컴퓨터에 약한 선생님이 담임을 맡으면 초등학교 때부터 늘 선생님 컴퓨터 작업을 많이 도와드렸습니다. 귀찮고 힘들 텐데도 선생님을 도와 드렸다는데 엄청 뿌듯함을 느끼는 아이입니다.

저는 기진이가 크면 뭐가 되어있을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살면서 누가 커서 어떻게 될지 궁금한 아이가 또 있었나 생각해 보면 물론 제 아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말 궁금합니다. 기진이 말로는 위에서 소개한 뽀로로가 되는 꿈은 어릴적 잠시 든 생각이고, 지금은 프로그래머가 꿈이라는데요. 글쎄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 모든 선생님에게 정말 성격은 짱이다.”, “성격 끝내주네.” 하는 말을 듣고, 아이를 가르치신 선생님 중에 한 번도 아이 성격이 안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 아이입니다. 그러나 가족 4명 중에 셋과 다른 하나인 기진이는 우리가 너무 힘들 겁니다. 때로는 아이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빠, 엄마, 누나는 그냥 FM입니다. 문제 안 일으키고 조용히 자기일 하며 특별히 걱정 안 시키고 사는 사람들 속에 유독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 어디로 튈지 몰라서 늘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가족들을 맞추려고 따라 오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하기도 합니다.

 

우연히 시작된 혼자만의 지난 시간 되돌아보기를 하며 여기까지 생각이 났네요. 이 글을 적으며 혼자 키득거리고 있으니 회장님이 옆에서 보다가 뭐가 그리 재미있냐고 같이 웃어주더군요. 나중에 보시라고 했지만, 생각만 해도 웃긴 일들이 많았습니다.

다음에 또 생각이 나면 한 가지씩 이렇게 큰 뭉텅이가 아닌 작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 집은 재미있게 사는구나.” 하고 생각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살다가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저희도 많은 고민과 눈물을 흘리며 살았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말이 20년이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어떻게 좋은 일들만 있겠습니까? 제 연재 글의 주제가 재미있는 글이 될 때까지이므로 우선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공개한 것이고요, 다음에는 슬펐던 일들도 기회가 된다면 실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참고 살아 온 우리 신랑님께 감사를 드리며, 19, 15년 동안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폭발할 듯한 괴성을 들으며 무사히 심장을 떨어뜨리지 않고 잘 간직하고 사는 아이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니 무슨 고백의 시간도 아니고, 자랑도 아니고, 우스갯소리에 불과하지만, 저에게는 20년의 생활을 다시 정리해 보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