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본 사이트에는
천리교회본부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이
담길 수도 있습니다.




천리교 교회본부



cond="$

휴 가

박혜경(진홍교회)

 

마음이 참 편안한 요즘입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여유로운 것도 같고, 애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늘 봄이면 교회 일을 보랴, 학교 행사 참여하랴 하루에 세 군데도 들르며 꽤 바쁘게 지냈었는데, 올해는 그것의 삼 분의 일도 못 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혹시 감기 기운이 느껴져 병원에 갔다가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이 의심되어 검사하느라 몇 시간을 보내시거나, 콧물약만 받으면 되는데 병원에서 안 받아줘서 큰 병원에 가기 싫어 그냥 콧물을 흘리며 살았던 분은 없으셨나요?

어차피 마스크 쓸 거 신랑 몰래 마스크로 커버가 되는 몇 군데를 시술하신 분은 없나요? 얼마 전에 들으니까 그런 분들이 있더라고요. 진작 알았으면 어디 한 군데라도 손을 볼걸.’ 하고 저처럼 생각하신 분들 이미 늦었습니다. 지금 제가 글을 써 버렸거든요. ㅎㅎㅎ

 

이번 글의 제목은 휴가입니다.

휴가라는 말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니, 직장·학교·군대 따위의 단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 또는 그런 겨를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휴가라는 말은 그냥 들으면 좋은 것 같습니다. 왠지 여유가 넘쳐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단어인데요. 그러고 보니 저는 직장 다닐 때도 휴가라고 어디를 놀러 간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드물게 영화 보러 가든지 잠깐 번화가에 가서 놀다 오는 거 말고는 바다나 산으로 간 적은 없었습니다. 대구에서 살았기 때문에 바다가 참 특별하게 생각되는 데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휴가를 마치고 나서 회사에 가면 휴가는 왜 갔냐며 이렇게 하나도 안 태울 바에야 회사나 나오지.’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공식적으로 M.T를 간다든지 회사 야유회 외에는 개인적으로는 별로 그런 기회는 없었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결혼하고 나서도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가기도 힘들었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회장님을 생각해보니 너무 쉴 틈 없이 지낸 것 같아서 휴가 겸 포교 겸 재작년에 시간을 드렸습니다.

잠깐 우리 회장님의 이야기를 하자면, 대학교 4학년 때 교회장의 리를 받았습니다. 친구들 같으면 학교 다니며 놀러 다니며 철없이 부모님께 의지해 살아갈 나이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어머님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습니다. 총각 혼자 어머니 대소변 다 받아내고 교회 일 보러 다니며 그렇게 2년을 지냈습니다. 그러다 저와 결혼하고 10개월을 어머님과 같이 살다 어머님이 출직하셨습니다. 그리고, 그사이 제가 아프게 되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몇 년을 아픈 마누라 보살피며 지냈습니다. 그러면서도 교회에서 교회보 편집부 일을 보았고, 학생회 담당을 하며 지냈습니다. 옆에서 보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남들처럼 술을 밖에서 많이 마시는 편도 아니고 집에서 저와 마시는 술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고, 담배도 안 피우고 별다른 취미 생활도 없고, 그냥 컴퓨터와 같이 지내는 것 외에는 특별히 신경에 거슬리는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조용히 산다는 느낌입니다. 행동도 곰과 같고, 대답도 곰과 같고. 이런 이유로 휴가를 드렸습니다. 어깨에 매달린 가족들 걱정하지 말고 오로지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라고요. 집만 벗어나도 살 것 같았을 겁니다. 우리 여자들이 남이 해준 밥이 다 맛있듯이.^^

 

휴가 겸 포교를 나가면 어디를 가고 싶은지 제가 물어보니, 전라도 쪽에 가고 싶다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순천이 제일 가고 싶다고. 그래서 계획이랄 것도 없지만, 보온병과 차에서 먹고 자고 할 거니까 뒷자리에 펼 에어매트와 이불 베개와 옷가지만 가지고 포교를 나갔습니다. 마침 우리 차에는 창문에 햇빛 가리개가 커튼으로 되어있어서 앞 유리창만 가리면 차에서 자더라도 밖에서 잘 안 보이니 참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봄이라 아침저녁으로 쌀쌀하지만, 그래도 길거리에서 자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하며 걱정이 그나마 좀 덜 했습니다. 물론 본인은 잠자리도 불편하고, 식사 대신 따뜻한 물만 마시니까, 온종일 걸어 다니다 보면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상급과 여러 가지 교회 일을 제외하면 한 달에 2주 정도 시간이 나서 그 기간 저는 회장님이 누굴 챙기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그렇게 마음의 쉼표를 찾았으면 했습니다. 저녁이 되면 오늘은 어디를 걸어가고 나는 어느 곳에 차를 세워놓고 잠을 자며, 내가 가는 목욕탕은 어디며 하면서 자상한 성격처럼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습니다.

 

그동안 회장님은 포교를 나가려고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오래 걸리지는 못했습니다. 한 번은 침낭을 가지고 노숙을 하기로 하고 미숫가루만 가지고 갔는데, 동네에서 정자에 자리를 펴니까 모르는 사람이 정자에 자고 있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쫓겨나기도 하고, 마을회관에 부탁도 드렸지만 요즘 세상이 무턱대고 외지인을 반기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그것도 맘대로 안 되고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실망하고 돌아오기를 몇 번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차가 있으니까 주차할 곳만 있으면 자는 것은 걱정이 없어서 집에서도 걱정이 덜됐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봄가을 두 번을 하고 나니까, 경남 교의 강습소에서 강사 제의가 들어와서 지금은 못 하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실천도 많이 안 하는 우리지만, 그래도 신님은 조그만 노력에도 수호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봄에 그동안 부부가 계속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 아빠가 포교를 나가신 곳을 하루 날 잡아서 아이들과 휴가 겸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아빠가 포교를 나갔던 그 계절에. 주차하고 잠을 잔 곳도 가보고, 목욕탕도 가보고, 어렵게 갔으니 순천만도 가보고, 야시장도 가보고 돌아왔습니다. 그곳에 가보니 그동안 보내줬던 사진들이 다 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 여기였구나!’ 정말 조용하고 좋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밥도 못 먹고 배고팠을 텐데, 이 길을 걸어 다니려면 얼마나 다리도 아프고 덥기도 더웠을까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빠의 고생을 조금은 더듬어보며 우리도 하루 여유를 즐기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아마 그곳은 두고두고 제 마음에 오래 남아있을 겁니다.

 

모처럼 시간이 많이 나니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습니다. 내가 지난 시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기도 하고, 책도 읽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지 올해는 미세먼지가 적고 날이 너무 좋아서 빨래도 원 없이 해 보고, 늘 외출해 있으면 날이 맑아서 오후 두 시에 빨래 걷는 걸 너무 하고 싶은데, 요즘은 그게 가능하니 뽀송뽀송한 빨래를 개며 너무 기분이 좋다는 생각에 더 이 시간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휴가에 대해 생각해보니 나의 휴가가 아니라 그때의 느낀 점은 없지만, 그래도 이런 때도 있었다는 생각에 옆에서 지켜본 사람의 느낌으로 휴가에 대해 적어봤습니다.

 

여러분도 이 시기에 여유를 가지며 마음과 몸에 휴식을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다시 바빠지면 지금의 좋은 기억으로 또 몇 년은 바삐 지내도 힘들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나의 옆 사람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며 서로서로 힘들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오래 행복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