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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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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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박혜경(진홍교회)

 

: 엄마, 엄마는 지금 행복하세요?

: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는데?^^

: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이야기하다가 생각이 나서요.

: 나는 지금처럼 아무 걱정 없이 산다면 지금이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데?

: 그런데 보통 여자들은 결혼하고 자식 낳고 살다 보면 자기 자신은 없어진다고

하잖아요. 엄마는 그런 생각해 보신 적 없어요?

: 글쎄. 엄마는 지금 너무나 좋아하는 악기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고, 집에 걱정

없고 너희들 잘 크고 지금처럼만이라면 너무 행복한데.

 

몇 년 전 딸아이가 학교를 다녀와서 했던 이야기다. 여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가 보다. 갑자기 이 이야기가 생각난 건 얼마 전 내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이라 생각이 났다. 그리고, 얼마 전 어느 사모님께서 나한테 뭘 하는 게 가장 행복하냐고 물으신 적이 있다. 거기서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책 읽고 누워있는 거라고 했는데, 이건 쉴 때 가장 행복한 행동이고, 그 외에 가장 행복한 일은 아무래도 악기를 가르치는 시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자들이 보통 결혼하고 직장을 다니면 상관없지만, 주부로 지내며 애들 키우고 애들이 대학 들어가고 나면 애들은 다 컸다고 엄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남편도 자기 일에 바빠 혼자 밖으로만 맴돌고, 그러다 보면 자신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 이름도 없어지고, 누구 엄마로 세상에 뒤처져서 사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단다. 그렇지만, 나는 행복의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식들 걱정 안 시키고 잘 자라고, 가정이 화목하면 그걸로 정말 충분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사회에서 성공을 생각한다면 나는 실패한 사람이며 잘 살아온 인생이 아닌 것이 된다.

 

나는 초등학교에 다니기 전부터 장래 희망이 확고하게 정해져 있었다. 성악가!!!

어릴 적 우리 집 기상 송은 만화주제곡이었다. 그리고 가족들이 마당에 나와서 국민체조를 하고, 우유를 마시고,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든, 집에 있든, 각자의 일을 한다. 언니와 오빠가 학교에 가고 나면 우리 집은 경음악이 들린다. 아니면 가곡이나 팝송이 들리기도 한다. 심지어 언니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기도 했다. 늘 이렇게 음악과 가까이 있고, TV 프로그램도 음악과 관련된 것을 자주 봐왔다. 동요프로그램, 가곡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자연적으로 TV에 나와 예쁜 드레스를 입고 가곡을 부르는 성악가가 그렇게 멋있을 수 없었다. 나도 노래를 해보니 잘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꿈은 성악가로 정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뭔가 하고자 하는 게 있으면 꼭 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한 그런 성격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회장님 말로는 남하고 의논도 안 하고 무조건 내 생각이 옳다고 느껴지면 밀고 나가는 성격이라고 한다. 너무 고집이 센가 보다 ^^;;;;). 그때부터 나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계속 학교 합창단을 했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교통사고로 집이 어려워졌고, 가정 형편상 두 명을 음대에 보낼 수 없을 것 같아서 난 스스로 꿈을 접었다. 그때는 내 인생에서 다시 음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강습소에 가서 여자악기를 처음 만지고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조율 음도 그렇고, 악기도 그냥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뭐야, 재수 없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한번 들으면 다 이해가 갔었다. 그래서 혼자 연습하며 조율도 했었고, 강습소에 소장님들이 악기를 연습하러 오시면 악기를 조금씩 가르쳐드리기도 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조율도, 악기도 대충이었지만, 그렇게 교회 악기는 내게는 쉽게 다가왔던 것 같다. 예전에 어떤 소장님께서 나보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는데, 그분이 나에게 사모님은 악기를 애 터지게 하는 것도 못 봤는데 언제 그렇게 다 배웠어요?” 하셨다. 그때는 뭘요.” 하면서 쑥스럽게 웃었지만, 정말 애 터지게 노력 안 해도 쉽게 했었던 것 같다. 아마 늘 음악을 듣고 불러서 음이 귀에 잘 들어왔던 것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피아노도 독학으로 하고는 학원에 다녔기 때문에 엄청나게 빨리 진도가 나갔던 것 같다.

 

결혼하고 교회 일을 하다 보니 피아노를 칠 일이 많았다. 그런데 주변에는 피아노를 칠 사람이 없어서 여기저기 교회 노래 반주를 하기도 하고, 교회 노래를 가르치기도 했다. 사실 피아노 전공자라면 알겠지만, 피아노 실력이 형편없고, 악보에 도레미를 적어가면서 치고 있다. 그래도 어릴 적 성악을 하면 필요할 것 같아 엄마를 졸라서 다닌 피아노 학원이 내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

 

어느 날, 전도청에서 여자악기 강습회가 있다고 한번 와보라는 연락이 왔다. 그때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갔었다. 거기서 전 청장님 사모님께서 나보고 아직 애가 어리지만, 보조강사를 할 수 있겠냐고 하셨다. 그때 아무 생각도 안 해보고 하고 대답했다. 그때 작은 애가 기저귀를 뗄 때였는데 그렇게 악기 강습회 보조강사가 되었고, 다음 해부터 강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남교구 강습소에서도 악기를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악기를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참 재미있다. 교조님께서 가르쳐 주신 악기를 사회에서 배울 수도 없고, 가르칠 수도 없는데 그 일을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늘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하고, 내 생각대로 학생들이 따라오지 않으면 힘도 들지만, 그래도 신님 일 중에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이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한 번씩 신악가를 부르다 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기가 돌아다닌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때는 신님이 지금 기쁘게 활동을 해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학생들이 내 생각대로 잘 따라오지 못하면 이 사람은 왜 내 생각대로 따라오지 않는지 늘 고민해 보고, ‘다음에는 이렇게 해봐야지.’ 하며 늘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쳐 학생이 내가 원하는 만큼이 되었을 때는 그것보다 뿌듯한 일이 없다.

중학교 다닐 때 우리 학교는 오르간이 음악실에 70대 정도가 피아노 학원처럼 있어서 학생 한 명당 오르간 한 대가 정해진다. 그러면 2학기 실기시험은 무조건 피아노이다. 그래서 신학기에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들이 음악 선생님께 합격이 되면 그 학생이 멘토가 되어 멘토 한 명당 자신 주변 번호의 친구 몇 명을 가르쳐 그 친구들이 실기시험 10곡을 연주해야 한다. 그때 친구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면 친구들이 너는 참 잘 가르친다고 나보고 커서 선생님이 되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그때는 선생님이라는 일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교회에서 악기를 가르치는 이 일이 나에게는 천직이라는 생각을 늘 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 자부심도 상당하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사모님 소리는 대문만 나가도 듣지만, 선생님이라는 소리는 아무나 듣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다음 생을 이어가도 나는 꼭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성악을 안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앞으로 음악을 할 날이 나에게 올까.’ 하는 생각이 들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어린 학생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나는 이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지금 자기가 배우고, 경험하는 일이 언제 어떻게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르기에 기회가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배우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잘 못 된다고 한들 그다음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너무 좌절할 필요도 없고, 너무 잘 된다고 기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나도 지금의 이 행복이 계속 이어지도록,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교만하지 말고 감사하게 생활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