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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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48

 

그 날 내게 어둠이 찾아왔어

 

 

박지수

 

그 날 내게 어둠이 찾아왔어.

햇살 같은 밝음,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여유만만을 즐기며 삶을 기쁘게 살던 내게 어둠이 손을 내밀었어.

"나도 너와 같이 놀고 싶어.“

흠칫 놀랐어.

"? 왜 나야? 난 너 같은 어둠 안 좋아하는데?“

두려웠어. 어둠의 손을 잡다니!! 그건 내겐 정말 무서운 일이었어.

항상 난 밝은 쪽에만 서 있으려고 했거든.

마음속에 어둠이 조금이라도 스며들라치면 화들짝 놀라며 도망쳤으니까...

그런데 어둠이 이렇게 말하네.

"넌 언제까지 나를 두려워하며 나를 피해 도망 다닐래? 난 네가 날 좀 도와 줬으면 좋겠어. 난 네 도움이 필요해. 밝은 쪽만 보지 말고 나도 좀 봐 주면 안 되겠니? 이렇게 힘들어 울고 있는데, 넌 이런 날 외면할 거니?"

".. 그래. 힘들구나. 맞아, 난 항상 밝은 걸 좋아해. 난 어둠이 두려워. 미안하지만 난 네가 무서워서 피하고 싶어."

"그럼 넌 어둠 속에 절망 속에 있는 사람들은 다 외면할 거니? 너희 신님은 밝은 사람만 구제하시는 신님이니?"

"그건.... 아니야."

당황해서 더듬거리며 말했어.

"넌 그럼 어둠 속에서 손을 내미는 나를 뿌리칠 거니? 넌 어둠을 두려워하고 피해 도망 다녔어. 계속 그렇게 할 거니? 그럼 세상의 절반은 구제를 포기하는 거잖아."

"그래. 그것이 내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야.... 난 두려워. 내게 어둠이 묻어오는 것, 내가 어둠 속으로 손을 내미는 것이 정말 두려워."

"아니야, 넌 어둠을 두려워하지만 네겐 용기와 힘이 있어. 넌 어둠을 밝힐 수 있어. 그러니 제발 나를 좀 도와줄래? 부탁이야. 근행을 올리는 널 보면서 너라면 나를 도와줄 수 있다고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어. 너에게 내 어려움을 하소연해 보라는 목소리를 들었어. 평화롭고 환하게 웃음 짓는 네 얼굴이 그렇게 내게 속삭이는 듯 했어.”

어둠이 내게 매달리듯 말했다.

 

'그래, 그래. 신님은 지금 내게 어둠속의 사람들을 구제하라고 하시는구나.

이제껏 내가 두려워서 외면해 온 사람들을 이제는 도와내라고 하시는구나. 그렇다면 해 봐야지. 이젠 내 치명적 약점을 극복해 봐야겠다. 세상의 절반의 구제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밝은 사람들보다 어둠 속의 사람들에게 더 손을 내밀어 구제해야 되지 않겠나. 밝은 사람이야 가만히 두어도 저절로 행복과 즐거운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니...'

그 날부터 신님의 손에 의지하여 떨면서 어둠의 손을 잡게 되자, 내겐 온갖 세상의 어둠들이 몰려 왔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들, 그리고 인간에게 닥칠 수 있는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몰려왔다. 어둠의 소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쉴 새 없이 태풍처럼 몰려왔다도무지 나로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들이, 믿기지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너무나 힘들어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어둠에게 슬며시 손 놓고 싶다는 뜻이라도 비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내가 했던 신님의 말씀을 쏟아놓는다.

너는 그렇게 힘드니 그만해도 돼. 하지만 우리 어둠은 단 1%의 가능성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 사전엔 포기란 없어. 구제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니? 넌 용재라고 했지? 남을 도우면 제 몸 도움 받는다는 걸 믿는 천리교 용재라고 했지. 구제를 포기하는 게 용재니?

그래 네가 손 놓고 싶음 놓아. 하지만 네 맘은 편치 않을 거야. 너의 신님은 손 놓기를 바라실까? 너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거 알아. 손 놓고 싶음 놓아도 돼. 지금까지도, 이만큼도 네가 정말 힘들게 견뎌오고 고생한 거 알아. 하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 주면 안 될까?”

어둠은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이 정도에서 포기하고픈 내 마음을 한편 다독거리고 한편 몰아세운다. 구제자로서 내 자리를 잠시 벗어나니 갑자기 역전이 돼 버린다. 신님이 이젠 어둠의 마음에 듭셔서 내게 말씀하시는 듯하여 깜짝 놀란다.

이야기를 들은 어느 사람 말대로 거기서 소설을 쓰는 건지, 아니면 과대망상병 환자가 아닐까 생각도 해 보지만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다. 내게 이런 어둠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이유는 그동안 내가 이것들을 두려워하며 도망 다녔기 때문이고 이제는 그런 두려움을 떨치고 구제에 나설 때라고 신님이 알려주시는 것이다.

하지만 약한 신앙심에 휘청거렸고, 밝음만 추구하던 여린 마음은 충격과 두려움과 괴로움에 휩싸여 버렸다. 심장엔 쇼크로 무리가 가고, 연거푸 터지는 처음 듣는 사건 사고에 놀란 가슴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내 심장이 충격을 받아 상하는 것이 느껴졌다. 마침내 나는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몹시도 힘겨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다가 마침내 신앙으로 정면승부를 걸었다.

구제를 위해 어둠의 손을 잡았고 신님을 믿었기에 두려움에 떨면서도 애써 떨치지 못했으므로... 눈물을 쏟으며 전도를 다니고 단식과 33야 기원근행에 매달렸다. 우울증은 모든 어둠의 종결편이었을까? 드디어 이 어둠을 정면 돌파 하였다. 통쾌하고 상쾌하게 우울증을 물리치면서 다시 어둠의 손을 잡는다.

 

이길에 들어와서 신님의 도구로 걸어온 지 햇수로 20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이길 안에서 배워온 가르침, 쌓아온 경험과 지식과 지혜와 깨달음, 나름의 실천들, 그 모든 것들이 지금 현재 이 어둠을 구제하기 위해서 쓰여 지고 있다.

나날이 휘청 휘청거리면서울며불며, 혹은 작은 구제의 기쁨들을 누리면서, 두려워하던 어둠에 익숙해지고, 조금씩 밝혀, 어둠과 친해지고 당당해지고 있다.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이 새로운 경험이 내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을 메꾸어 세계구제로 나아갈 기쁜 날을 고대하며, 나는 오늘도 당당히 어둠과 손잡고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