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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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35

 

넘어진 김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박지수

 

이야기 1.

 

요즘 아파서 넘어진 김에

누워 뒹굴면서 하늘과 구름을 봅니다.

따스하게 볼을 어루만지는 봄 햇살과 바람결을 느낍니다.

피어나는 진달래꽃, 연두빛 새싹들과

밤하늘의 별, 달도 봅니다.

 

읽다만 책도 뒤적이고,

밀쳐놓은 일기도 펼쳐 씁니다.

잊고 지냈던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오래 전에 사둔 편지지와 엽서를 꺼내 봅니다.

, 이렇게 누워서 쉬어보라고 넘어뜨린 모양입니다.

 

하늘에 구름으로 그리는 신님의 그림솜씨가

얼마나 뛰어난 지 감탄하라고,

네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주변을 둘러보며 즐기라고, 기뻐하라고,

그리고 이젠 네 자신을 좀 돌보고 살라고 넘어뜨린 것 같습니다.

 

어젠 문득

"이렇게 아무 것도 안하고 살아도 되는 거야?”

하고 묻는 내면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 난 지금 안식년*이야! 그러니 방해하지 마!”

하며 단호하게 잘랐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흐뭇했습니다.

그래! 안식년이야.

올 한해는 아무도 내게 어쩌라고 못하게 할 거야.

올 한해는 온전히 나를 위한 거야!!!!’

 

"그래, 좋아! 근데 어떻게 먹고 살 건데?”

슬며시 물러나던 내면의 비판자가 딴지를 겁니다.

"먹고 사는 거? 뭐 언제는 그런 거 걱정하고 살았냐?

신님께서 주시는 대로 먹고, 안 주시면 안 먹으면 되고.

적게 쓰고, 차 적게 타고, 많이 움직이면 되잖아.

항상 그렇게 살았는데 뭘 새삼 걱정이야?”

"그래도 지금까진 열심히 살았으니까

수호를 받아 그렇게 살아진 거 아냐?”

"그렇지, 열심히 살았으니 지금 이 모습이지.

그러니까 올해는 안식년을 갖는다고!!

알잖아? 안식년을 두 번 가질 시기가 지났다는 거!

근데 처음으로 안식년을 갖겠다는데 그게 못마땅한 거야?"

 

"그야 뭐... 걱정되니까 하는 말이지.

그렇게 하면 주위에서 가만 안 둘 텐데...”

"걱정 마. 나 걱정해서 하는 소릴 줄 알지만.

올해는 정말로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게 뭔지 찾아서

그 마음 가는 대로,

스스로 즐겁게 행복하게, 그리고 가볍게 살 거야.

그러니 너도 어리둥절해 하지 말고, 편안하게 좀 쉬어. 제발!”

 

어제, 이렇게 내 마음 속에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따스한 햇살 속에서 가만 앉아 있을 때....

 

 

이야기 2

 

요즘 몸과 마음, 생각에 대해 여러 가지 궁리를 해 봅니다.

 

수피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인데 떠오르는 대로 옮깁니다.

어느 탐험가가 아프리카 오지에 탐험을 갔습니다.

아프리카 원주민 세 명을 고용해서

짐도 나르고 길 안내도 받으며 사흘 동안 밀림 속을

쉬지 않고 빠르게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나흘째 되는 날 원주민들이 멈춰서 더 이상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대요.

왜 그러냐고 화를 내고 다그치고, 달래도 말을 듣지 않았는데

간신히 알아본 이유!

"지난 사흘 동안 정신없이 너무 빠르게 오느라고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했다.

우리 영혼이 따라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

고 했다는 군요.

 

이 글을 읽으며 제 마음과 몸, 그리고 생각의 거리를 느껴봅니다.

과연 내 영혼과 내 마음은 어디에 있는 지?

내 마음과 몸의 거리는 얼마인지?

내 몸과 내 생각과의 거리는 얼마인지?

 

그 간격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간격이 커질수록

더 아프고 더 불행하고

더 삭막해질 것이란 건 자명한 일이겠지요...

최근에 겪고 있는 모든 문제와 증상의 답이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여기에서 생각을 멈추고

가만히 서서 몸이 따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바심 내며 다그쳐 몰고 달려왔던 발걸음을 멈추고...

지친 몸이 저 뒤에서 주저앉아 있는 게 보입니다.

그런데 마음은 어디 있는 걸까요?

마음은 저만치 동떨어져 혼자 왔다 갔다 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생각과 몸의 문제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듯....

너무 오랫동안 무시당해 와서

이젠 상관없는 남의 일을 보듯 무심해져 버렸습니다.

 

올 한해, 가만히 멈춰 서서

오고 가는 사계절의 바람과 숲과 하늘을 볼 작정입니다.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내 마음의 주소를 생각하며 기다리겠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생각과 몸, 마음이 함께 어우러지기를 기다릴 참입니다.

 

저는 이렇게 기다리며 가만히 멈춰 있습니다.

 

 

* 안식년; 기독교에서 안식일(7)의 연장으로, 7년을 주기로 그 마지막 해인 7년째 되는 해를 말한다. 안식년은 땅을 위해 7년 마다 1년 동안 땅을 쉬게 해 주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이 해는 하인()에게 자유를 주고 빚을 탕감해 주는 전통이 있었으며, 토지 소유주나 토지가 없는 자 모두 같은 입장이 되어 생활했다. 또한 이 해는 땅을 경작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저절로 자라서 열매를 맺은 곡식도 절대로 거두어들이지 않았으며, 이 모든 것들은 가난한 빈민들에게 나눠 줬다.

현대에도 이 전통을 이어받아 서양 전도사들에게 7년 만에 1년씩 업무를 벗어나 쉬며 재충전하게 하는 제도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이런 안식년 제도를 도입해 연구저술 활동의 여유를 교수들에게 주고 있으며, 다른 단체와 기관들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