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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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27

 

어버이 마음

박 지 수

 

불교에서는 흔히 자비를 이야기하고 기독교에서는 사랑을 이야기 한다. 그럼 이길에서 내세우는 것이 무엇일까? ‘어버이마음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거기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기 때문에 누가 물어보면 항상 그렇게 대답한다. 이길에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어버이 마음이다. 그리고 어버이마음이 되어야 우리들이 목표로 하는 마음성인에 이를 수 있는 게 아닌가.

이길의 용어 234쪽에서는 다음과 같이 용재와 어버이마음에 대한 관계를 밝히고 있다.

[용재가 된다는 것은 결국 어버이신님과 교조님을 대신하여 어버이마음을 전하고 어버이 마음을 베풀어 줄 사명을 받았다는 뜻이다. 먼저 자기 자신이 자녀로서 교조님을 그리며 모본의 길을 진지하게 따르는 동시에 어버이신님, 교조님을 대신하여 남을 키운다는 마음이 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신님께서는 아이가 없는 우리에게 신자 아이들을 통해 어버이 마음이 어떤 건지 경험해 보라고 기회를 종종 주신다.

어느 날 요가 수업을 마치고 밤 9시 반쯤 포교소에 도착하였다. 현관문을 여니 신전으로 들어가는 안쪽 문이 활짝, 신전에서 서재로 들어가는 문도 활짝, 서재에서 부엌으로 가는 문, 방으로 가는 문, 화장실 문, 방안에 있는 다락문까지 문이란 문은 다 활짝 열려 있었다. 아마도 현관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게 아니었으면 현관문까지 활짝 열려 있었을 것 같다.

아이들이 왔다 갔나? 문은 좀 닫고 다니지. 녀석들!”하며 누가 왔다 갔는지 상상하였다. 평소에 아이들 습성이 있으니까 대충 알게 되는 데 그날은 알 수가 없었다. 색종이가 나와 있는 걸 보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나림이가 온 것 같다가도 그렇게 보기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었다. 누군지 아리송해졌다. 초등학생인 승훈이나 중학생인 승민가 오면 책을 보니까 책이 흩어져 있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날은 책뿐만 아니라 다른 흔적도 있어서 누가 왔다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씽크대 속에 든 과자를 꺼내 먹은 흔적도 있고, 다락문도 열려 있었는데 평소와는 조금 다른 흔적이 있어 더 궁금해졌다. 부엌에 가보니 밀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밀가루 봉지도 나와 있고, 후라이팬과 냄비도 나와 있었다. 김도 꺼내서 먹었고, 게다가 냄비바닥엔 먹다 남은 무슨 국물과 건더기가 있었는데 멸치와 굴이었다. 찬장에 있던 멸치와 냉동실에 있던 굴을 꺼내서 뭔가 요리를 한 모양이다. 냉동실에서 굴을 꺼낸 걸 보니 좀 화가 났다. ‘어떤 녀석들이 요리까지 해 먹어?’ 또 우리집에는 없는 계란껍질이 있고, 햄 빈 통도 있어서 점점 더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나름대로 치운다고 한 흔적이 있는 것도 보면서 우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어질러 놓은 것을 치우려니 속이 상한다. 고단해서 씻고 바로 쉬려고 했는데. 그런데 이상하다. ‘승민이랑 승훈이는 요리는 안 해 먹는데? 요리를 해 먹은 흔적이 있고. 혹시 노숙자라도 들어온 걸까?’온갖 생각과 추리를 다 해 보았다.

여러 가지 추리 끝에 내린 결론은 애들이 각자 집에서 햄과 계란을 가져와서 후라이팬에 굽고, 김 꺼내고 멸치와 생굴로 국이나 국수같은 걸 해 먹었다는 거다. 아이들을 불러서 따끔하게 꾸중을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래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뭔가를 해먹을 수 있을 만큼 그 녀석들이 교회를 편안하게 여긴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며칠 지나 승훈이를 만났다. 물어보니 친구 두 명을 데리고 와서 놀았다는 것이다. “요리는 왜 해 먹었노? 도대체 뭘 해 먹었노?” “놀다가 배고파서 과자를 꺼내 먹었어요. 전에 선생님이 과자 거기 있다고 꺼내 먹어라고 했잖아요. 그리고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어요. 집에서 계란이랑 햄 가져오고 멸치와 굴은 꺼내서 요리했어요. 난희 꿈이 요리사거든요.” “그럼 왜 교회에서 해 먹었노? 교회를 이렇게 어질러 놓고 말이야? 너희 집에서 해도 되잖아?” “성현이네는 집 어질러놓으면 혼난다고 못 가고, 난희 집도 아이들 못 데려오게 하고, 할머니도 애들이 오는 거 싫어하니까 그랬죠.”한다. 속으로이 녀석들이!! 니네들 집은 어질러 놓으면 혼나고, 그럼 교회는 어질러도 되는 거야?’하는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난다. 교회에서 해 먹고 어질러도 혼내지 않을 거라고 믿었단 말이지? 한편, 그런 믿음이 고마웠다. 게다가 꿈이 요리사인 난희를 위해 요리할 기회를 주고, 자기 집처럼 교회를 편안하게 여겨 주는 승훈이 마음이 느껴졌다. “승훈아, 그랬으면 이야기를 좀 해 줘야지, 궁금해 죽는 줄 알았잖아? 그리고 그 애들이 오면 네가 주인이니까 먼저 신님께 참배시켜야 돼. 악기도 가르쳐 주고, 상단과 신찬실에는 못 들어가게 하고 말이야. 알았지? 그리고 이번 월차제가 놀토니까 난희랑 성현이한테 이야기해서 데리고 와.”하고는 끝냈다.

 

그 뒤 그 애 할머니를 만났는데 하는 말씀이“‘승훈이에게 방에는 왜 들어갔노? 다락에도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하고 야단을 쳤더니 다락방은 우리 놀라고 만든 방인데 왜 안돼요?’반문을 해서 그만 할 말이 없어졌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사실 그 다락방은 승민이, 승훈이를 위해 만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다락문을 밖에 내지 못하고 안방으로 통하게 넣은 것이지 아이들 잘못은 아니다.

재작년에 포교소 개수(改修) 역사를 하면서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다락방을 만들었다. 다락방을 만드는 일이 새로운 일을 하나 추가하는 일이어서 성가시고 공이 들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고집했다. 역사를 시작할 때부터 아이들에게 다락방 하나 만들어 줄게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아이들이 집이나 학교나 어디에서든 받게 된 고통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교회에서 풀 수 있기를 바랬다. 이곳에서만은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냈으면 했다. 그 후 아이들은 친구들에게도 곧잘 다락방을 자랑하는 모양이었다.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제일 먼저 다락방으로 올라가서 장난치고 논다. 사실 아이들이 포교소에 와서 놀면 번거롭고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난장판을 만들어 놓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조님이 말씀하신 대로 아이들이 오지 않으면 신앙이 끊기게 되는 것 아닌가.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이 좋은 가르침을 전해 주지 않는다면 말대까지 이어지는 신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승훈이가 친구를 데리고 난장판을 치른 며칠 후 월차제 전날이었다. 오전 내 월차제 준비하고, 오후에는 요가수업하고 난 뒤에, 남동생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기도 해서 친정에 갔다. 잠시 다니러 간 것이다. 그런데 밤 아홉시가 다 된 시간에 승민이 전화가 왔다. 승민이는 중학교 1학년이다. “선생님, 지금 우빈이 데리고 버스타고 가는 데 우빈이 하고 같이 교회 가서 자면 안돼요?”‘뭐라고? 지금 교회로 온다고? 이 밤에 아무도 없는 데? 갑자기 온다면 어쩌나? 집에 간식거리가 있나? 이 녀석들이???’당황스럽게 전화를 받으며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우빈이는 지난 해 말부터 고적대에 참가하는 승민이 친구다. “그래? 우빈이 부모님께 허락 받았어?”“! 그런데 내일 월차제에 우빈이가 참배하려면 오늘 와서 자야 되잖아요. 우빈이네는 교통이 불편해서 내일 오기에는 어려우니까요.” “그렇지, 그런데 할머니한테는 허락받았어?” “, 그렇게 하래요.” “, 그래. 그런데 우리가 지금 밖에 있거든, 열시 반은 되어야 집에 도착할 것 같은데. 그럼 먼저 가 있어. 추우면 난로 켜고.”전화를 끊고 서둘러 친정에서 나왔다. 가는 도중인 고성에서 신자 한 분과 만날 약속을 먼저 한터라 마음이 더 급했다. 그리고 보일러를 안 켜놓았으니 애들이 추울 텐데 싶어 걱정도 되고. ‘이 밤에 갑자기 무슨 날벼락이야?’싶은 마음과 우빈이를 월차제 참배시키려고 미리 데려왔단 말이지? 녀석, 기특한 데!’하는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예고도 없이 아이들이 온다니까 신경이 쓰였다. 간식거리도 사고, 낼 아침 먹을거리도 대충 장봐서 돌아왔다. 승훈까지 포함해서 세 녀석이 놀고 있었다. 작년 여름엔 파자마파티를 못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잘 됐네! 이게 파자마파티다!”고 했다. 해마다 여름방학이 되면 아이들이 교회에 와서 하루 밤을 놀다가 자는 날로 정해서 몇 년 째 계속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에는 녀석들 사정으로 파자마파티를 하지 못하고 넘어 왔는데, 지금 하게 되었다는 식이다.

저 나이 때는 친구 집에서 자고 싶기도 하고, 색다른 곳에서 자기들끼리만 놀고 싶기도 한 나이지. “12시까지만 놀다가 불 끄고 자거라.”하고는 애들이 놀다가 먹도록 간식거리를 챙겨 준 후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녘까지 소곤거리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지, 모처럼 함께 자는 데 쉽게 자기는 너무 아까운 일이겠지.’싶어 모르는 체 했다. 잠자리에 누워서 남편에게 웬만한 교회에서는 월차제 전날 용재들이 와서 함께 먹고 자고, 포교담도 나누고, 고민도 얘기하겠지요.” “그렇게 말이야.” “포교사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하루 전에 와서 저렇게 있는 것도 뿌듯하네요.”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다음날 8시 반 쯤 되니 한 녀석씩 일어나서 씻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월차제 준비를 함께 했다. 승훈이가 잊지 않고 이야기 한 덕에 난희와 성현이도 월차제 시간에 맞춰 왔다. 아이들만도 다섯 명이 놀이하듯 즐겁게 월차제 근행을 올렸다. 처음 월차제 참배 온 아이 셋은 아예 손춤이나 악기를 못 했다. 그래도 아무도 보는 사람 없으니까 따라하면 된다. 같이 손춤추자고 했더니 선선히 눈치껏 쳐다보면서 열심히 하였다. 그렇게 한 사람도 빠진 사람없이 모두 악기와 손춤에 올라가서 12장까지 3월 월차제를 용솟음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올렸다.

 

그러고 나서 여러 날이 지난 어느 날 서재에 걸려있는 화이트 보드판에 [작은 소금 가져갑니다. 승훈]이라는 글씨가 조그맣게 써져 있었다. 옥염을 가져가면서 승훈이가 자기 흔적을 남겨 놓은 게다. 그것이 대견하였고, 우리를 웃게 하였다.

 

처음 포교를 시작할 때부터 포교소에 오는 아이들은 무조건 우리 아이로 생각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곧잘 집에 가면 엄마 아빠가 계시지? 그렇지만 교회 오면 우리가 너희들 엄마와 아빠가 되는 거야! 오케이?”했더니 녀석들도 동의를 했다. 어느 날 승훈이가 선생님은 왜 아이가 없어요?” 했을 때도 너희들이 있잖아? 우린 너희들을 우리 아이로 생각한단다. 선생님이 아이가 있으면 너희들한테 신경을 더 써주지 못하잖아?” “그건 맞아요.”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다닐 때면 우리들은 부모처럼 행동한다. 고성교회에 데려가든지, 전도청에 가든지, 아니면 터전귀참할 때도. 그래서 그런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 아이가 우리 친자식인줄로 여긴다. 어느 가게에 갔을 때 아이들이 우리에게 존댓말을 쓰고 공손히 행동하는 것을 보고 다른 집과는 다르구나하면서 신기한 지 한참을 쳐다보기도 하였다. 부모자식 같은 데 보통 아이들보다는 너무 공손하게 해서 그런가 보다.

 

어버이신님은 승민이, 승훈이를 통해서 어버이마음이 어떤 것인 지 때때로 테스트를 하시는 것 같다. 어질러 놓은 것을 밤늦게 들어가 치우려면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순간만 지나면 그런 것들이 고맙다. [이 집에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든 즐겁게 해 주지 않고서는 한 사람도 그냥 보낼 수 없다. 어버이에게는 온 세상 인간은 모두 자녀인 거야.]하신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는 게 우리의 바램이다. 얼마만큼 실천하는지 몰라도 아이들이 교회에 오는 게 좋고, 편안하게 여기는 것 같아 좋다.

말만이 아니라 정말로 아이들을 내 자녀로 생각하면서 진정 어버이 마음이 어떤 건지 다시 생각하며 어버이 마음에 대한 지도말씀을 정리해 본다.

1년이 지나면 1년의 리가 있고, 2년이 지나면 2년의 리가 있다. 3년이 지나면 어버이가 된다. 어버이가 되면 자녀가 귀엽다. 어떻든 자녀들을 귀여워해 다오. 자녀를 미워해서는 안 돼. (일화편 143 자녀가 귀엽다)

자녀가 모르는 것이 아니야. 어버이의 가르침이 미치지 못한 거야. 어버이의 가르침이 구석구석까지 미친다면 자녀가 올바로 성인하겠지.(일화편196 자녀의 성인)

모두, 어버이의 대리를 하는 거야. 만족시켜서 이끌고 가는 것이 어버이의 역할이야. (1888. 7. 7)

어버이의 리로 하지 않으니 세계가 도와지지 않는다. (1890. 6. 17)

세상의 길을 보고 어버이의 리라 한다. 지도해 둔다.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어버이의 리로 한다면, 어떠한 일도 고생하려 해도 고생이 되지 않는다. 부디 이 리를 모두들에게 깨우쳐 주도록. (1890. 12. 31)

자녀를 잘 기르는 것이 모든 어버이의 도리지만, 어버이가 자녀를 소홀히 하면 자녀도 어버이를 소홀히 한다. 모두 맞추려는 리가 없기 때문에 마음이 맞지 않게 된다. 잘 분간하라. 하나의 리에서 하나의 마음. 거기서 이루어진 것임을 깨우쳤다. 뿌리에서 가지, 또 가지에서 사정, 이 리를 잘 분간하여 다스린다면 반드시 다스려진다. 이것만 깨우쳐 두마. (1895. 6. 7)

어버이의 리를 잊어버린다면 이길이라고 할 수 없다. (1895. 6. 24)

어버이라 한다, 자식이라 한다, 자식에게 충분히 만족시켜서 어버이가 즐긴다. 자식이 성인하면 어버이를 소중히 한다, 이것이 낙이야. 이것이 세상을 다스리는 리, 모든 일이 당장에 다스려진다. (1895.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