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본 사이트에는
천리교회본부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이
담길 수도 있습니다.




천리교 교회본부



cond="$

명경지수 7

 

역사하면서 느낀 것 세 가지

 

박 지 수

 

역사를 시작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완전 신축은 아니라 해도 신축에 거의 버금가는 개축역사라 모든 것을 총집결하고 총동원을 해야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스스로 용솟음치고 주변도 용솟음치게 하자는 각오가 있었기에 대체로 그런 쪽으로 신님은 수호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일들이 스쳐지나가고 크고 작은 깨달음도 많았지만 역사하면서 느낀 자잘한 것 세 가지를 적어볼까 한다.

 

1. 비뚤어진 벽과 인연자각

 

신찬실과 예복실이 드디어 도배까지 끝났다. 하룻밤은 문도 열지 말고 천천히 마르도록 해야 벽지가 깨끗하고 팽팽하게 붙는다고 도배하신 분의 말씀에 따라 어린 아이처럼 기다렸다가 다음날 가 보았다. 처음 들어가니 참 좋았다. 여기도 저기도 반듯 반듯한 것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깨끗하고 반듯하고 정결한 느낌이 아 그래. 이거야!’ 싶었다. 전에 신찬실과 예복실은 천정에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고 전기줄도 핏줄처럼 다 드러나 있고 여기저기 비가 새어들어 곰팡이가 피었다가 마르고 한 얼룩들로 항상 신찬실이 이래서야...’ 싶어 죄송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몰딩으로 처리한 천정을 보는 순간, “이게 뭐야? 도배를 뭐 저렇게 해놓았대? 몰딩처리가 저게 뭐야? 벽에서 떨어져서 따로 놀잖아!!”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도배한 벽지와 몰딩이 따로 떨어져 있었고 중간에 벽과 천정의 틈이 다 보이는 것이었다. 남편을 불러 저거 보세요. 도배 잘 하신다 하더니 아닌가 본데... 아님 몰딩을 잘못한 건가요?”했더니 나도 처음에는 그런가 했는데 잘 보니까 그 분들 잘못이 아니야. 벽을 한번 잘 봐요.”하는 말에 벽을 유심히 살폈다. 벽은 한가운데가 뛰어나오고 양옆은 조금씩 들어가 있었다. 결국 우리집의 벽이 똑 바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몰딩처리를 튀어나온 부분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도배 역시 그 벽에 맞추어서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벽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아무 잘못도 없는 분들께 불평을 하거나 탓했을 것이 아닌가? 우리가 신앙을 하여 인연을 자각한다는 것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인연 때문인데 그것은 남 탓을 하고 불평 불만을 밖으로 쏟아내게 된다. 그런데 잘 돌이켜 살펴보면 그것이 자신의 잘못, 자신이 쓴 마음씨, 자신의 인연 때문이란 것을 깨달으면 불평, 불만이나 남 탓은 있을 수 없어 진다는 걸 벽을 보며 되새긴다. 바르지 않은 벽을 보면서 언제나 내 인연을 자각하려는 마음을 가진다. ‘저 벽이 내 공부거리로구나싶었다.

 

2. 수도꼭지 이야기

 

신찬실의 수도꼭지를 새로 갈아 달았는데 물이 졸졸 나왔다. 새 수도꼭지로 갈아도 우리 집은 오래된 수도관이라 어쩔수 없구나생각하며 감수하던 어느 날 사감선생님이 수도꼭지를 풀더니 청소를 하셨다. 그리고 다시 끼우고 수돗물을 틀었다. ‘쏴아~’하는 수돗물소리... 나는 무슨 마술을 보는 듯이 신기해서 쳐다보았다. “이거, 새로 사면 수도꼭지에 이물질이 끼어 있을 수 있어요. 그것을 청소해 주면 이렇게 되는 거지!”하셨다. 그래, 우리 인연도 마찬가지일 테지. 처음에 인간을 만드셨을 때 우리들의 마음은 신 한줄기의 순직한 마음이었는데 우리가 청소를 안 하거나 게을리 하고, 또 많은 티끌을 쌓은 까닭에 악인연이 되어 우리 운명을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닌가. 악인연만 털어 버리면 다음 순간 막힌 운명도 저절로 탁 트여 자유자재한 수호를 받는 것을. 오래된 수도관을 탓하며 미리부터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려든 것이나 나는 어쩔 수 없어하며 지레짐작으로 악인연에 휘둘리는 세상살이나 닮았다는 것 아닌가. 어쨌거나 마음이든 주변 환경이든 열심히 청소를 하고 볼 일이라고 다짐해 본다.

3. 잘 분간하여 생각하라.

 

역사를 시작하면서 시멘트도 비벼야 하고 여러 사람의 밥과 참도 빨리 해내야 하고 이래저래 물 사용량이 많이 늘고 물이 있어야 일이 된다며 물탱크를 옥상에 올렸다. 물탱크가 옥상에 올라가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우리 집 수도는 언제나 졸졸 적게 나와서 가끔 오시는 분들은 물이 왜 이렇게 졸졸 나오냐? 정말 짜증나게 나온다. 성격 테스트하네.”했다. 난 웃으며 이젠 적응이 되서 괜찮아요. 천천히 하죠, 하며 응대를 하곤 했는데 나야 식구도 없고 그렇게 급하게 쓸 일도 적고, 성격도 조금 느긋한 편이라 참을 만했지만 불편한 점도 많았다.

불편한 점이란 여름이 아니라도 비가 많이 오면 동네 공동수도 모타가 고장이 나서 단수가 잘 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집에 잘 붙어있지 않으니 그 소식을 모르고 그러다보면 받아놓은 물이 없어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그보다도 손님이 많이 오는 여름철의 가장 큰 고민은 한 곳에서 물을 쓰면 다른 곳에는 물이 안 나와서 동시에 수돗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아침에 밥을 짓고 있는데 손님이 씻는다고 세면장에서 물을 틀면 부엌에 물이 안 나와서 밥을 할 수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미리 그릇마다 물을 받아놓고 썼다. 이젠 그런 일도 없어지겠고 손님이 한꺼번에 많이 와도 걱정이 없네싶으니 너무 좋아서 나도 이제 물탱크 있는 집에 산다~”하고 자랑하고픈 마음까지 생겼다.

그런데 어찌나 수돗물의 물살이 센 지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고 모터 돌아가는 윙하는 소리에 정신이 산란하여 모터를 꺼놓고 그냥 약한 물줄기에 적응된 대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세탁기를 돌려도 1시간이면 족할 걸 2시간이나 걸리고 모든 일이 더디게 되었다. 하다못해 모터를 돌리면 그 소리가 꺼지지 않고 계속 되니 조용하게만 살아왔던 터라 정신없어서 꺼버렸다.

이런 애로를 우리의 맥가이버이신 사감선생님께 이야기 하니 그럴 리가 없는데... 모터는 자동이라 물을 쓸 때만 돌아가고 안 쓰면 멈추는 데.... 이상하다. 처음 모터를 사와서 설치하고 정상인 거 확인했는데... 누수가 되는 가? 아니면 모터에 센스가 고장인가? 누수라면 이 집 아래 배관을 다 뜯어야 되는 큰일인데...”하시며 며칠동안 원인 찾기에 나섰다. 새벽에 일어나서 물 쓰기 전에 수도계량기가 돌아가는 지 확인하는 일을 통해서 누수가 아니란 것은 알아냈으나 옥상으로 몇 번 올라가셔서 살펴봐도 원인을 알 수 없어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뭣 땜에 그런지 모르겠네!”하셨다. 우리는 우리자신이 상급이나 주변에 물탱크에 힘을 실어주는 모터같은 역할을 못해서 그런가 내심 인연을 재어보고 반성하며 기원근행이라도 봐야 할까며 생각하고 있었다.

며칠 뒤 드디어 원인을 알아내고 가볍게 정상으로 되돌려 놓으셨고 우리는 기뻐서 박수를 쳤다. 원인은 모터를 수동과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스위치가 있는데 누군가 그것을 수동으로 돌려놓았던 것이다. 그러니 수동으로 켜고 꺼야 모터가 멈추게 되었던 것이었다. 정말 원인을 알면 쉬운 문제였다.

그 일을 통해 내 인연을 알고 내 마음씀 어디에서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알면 그 인연이나 마음씀을 고치는 것은 오히려 아주 쉬운 일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연이나 마음씀을 살피지 않으면 그저 보이는 대로 이 사람 저 사람을 욕하거나 탓하고 의심하는 인연을 더 짓기가 십상이겠다.

그래서 친필에도 지도말씀에도 잘 분간하여 생각하라고 그렇게 강조하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