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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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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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46

 

키우며 함께 성인하는 나날들

 

박지수

 

올해 말, 아니 내년 초까지 내게 주어진 미션은 사춘기 아이와 행복하기.

2이란 게 있단다. 수정이가 오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말인데 사춘기의 절정, 2, 15살인 아이들을 주로 가리키는 은어이다.

 

2이란 자기도취와 허세에 빠진 미성숙한 인격체들을 일컫는 은어다. 1999년 일본의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처음 등장한 2이란 말은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심리적 상태를 빗댄 신조어로, 자아형성 과정에서 착각과 허세에 빠진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2병의 흔한 증상은 자만심과 우월감, 우울증 등이 있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허세.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시크한 척하면서도 남들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해 과장된 행동을 하며, 주변의 이목을 의식한 무의미한 낙서를 즐긴다.

 

사춘기의 절정인 중2와 함께 행복하기란 미션을 수행하는 최근 근황을 전하며 내 마음 성인의 기회까지 만들어주신 신님의 완승(完勝) 소식을 알린다.

 

* 자기 절제를 아는 어른으로

추석이 지나고 수정이 엄마한테서 문자가 왔다.

추석 때 받은 용돈이 20만 원 정도 되는 데 한 달 용돈으로 쓰기로 서로 약속했단다. 그런데 이주일도 채 가기 전에 다시 용돈을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언니는 수정이랑 잘 통하니 좀 이야기해 봐 줘.” 한다.

안 그래도 서울 다녀온 수정이를 며칠 지켜보고 있었다.

추석이 끝나고 서울 자기 집에서 돌아온 뒤로는 늘 무슨 이유를 달고서든 통영 시내에 나갔다. 늘 귀가 시간이 막차시간 9시다. 물어보면 오늘은 무슨 일로, 어제는 무슨 일로, 내일은 또 다른 무슨 일로... 좀 심하다 싶었는데 마침 연락이 온 것이다.

기회를 엿보다가 드디어 어느 날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루 뒷날엔 가족회의가 열리는 월차제날이긴 했지만 워낙 사안이 심각한 터라 가족회의 시간에 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그날도 늦게 들어왔다.

일찍 오려고 했는데 버스를 놓쳤다나?

처음에 수정이가 여기로 왔을 때 우리 셋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의논했는데 약속한

것은 근행시간이 지났을 때 들어오면 혼자서 저녁근행을 보기로 했었다.

수정이가 참배를 마치고 악한 것을 제거하고..’하면서 소리 내어 신악가를 부르며 근행을 올리면 보통 때는 기특해서 혹 불만이 있더라도 웃음이 나면서 사라졌는데, 이날은 심각한 표정으로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평소와 다른 이모의 모습에 눈치 빠른 수정이가 조금은 겁먹은 것 같다. 평소 명랑하게 조잘대던 아이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심각해져 있다. 슬며시 내 눈치를 살핀다.

아이에게 뭔가 훈육을 해야 할 때는 표정부터 심각하게 바꾸고 하라는 학부모 교육을 받은 것이 생각났다. 표정을 심각하게 굳히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눈물이 쏙 빠지게 냉정하게 조목조목 얘기했다. 역시 영특한 아이라 잘 알아듣는다.

특히 강조해서 말한 것은 다음과 같다.  

 

수정아, 오늘 저녁근행 때 이모가 신님한테 기원 드리면서 이렇게 말씀드렸어. ‘이런 이런 건 오늘부터 안 하겠습니다.’고 맹세하고 말씀드렸어. 들어봐. 그 내용이야.”


첫째, 먼저 용돈관리에 대한 거야.

이모가 늘 시내버스 교통카드 사놓고 용돈을 쓰라고 하는 걸 무시하고, 용돈 관리를 못해서 아침에 학교 갈 버스비 없다고 나한테 달라하지 마. 난 안 줄 거야.
그럴 땐 걸어가던지두 시간 걸림 아님 학교 가지 마.

난 네가 절제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지, 학교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는 생각 안 해. 아무리 머리 좋고 잘난 사람도, 공부 잘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자기절제가 안 되면 모두 허사야. 소용없어. 오히려 세상을 더 나쁘게 망쳐놓거든. 난 네가 절제를 알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고 살만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길 원해.

둘째, 아침에 나가다가 뭐 놓고 왔다고 갖다 달라 해도 안 갖다 줄 거야.

미리 챙기라고 얘기해도 게으름 피우고 안하면 그 뒷감당도 네가 져야지 않겠어

지금까지 나는 네가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맹목적인 애정을 쏟았는데...
그것이 결코 네게 좋은 일이 아니고 널 망치는 일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

이제 가슴 아프지만 네가 절제를 배워야할 때가 된 거 같아. 용돈관리도 정리정돈도 네 방 청소도! 좋은 습관을 만들고 몸에 붙이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생각해....


이모생각은 그런데 네 생각은 어때? 뭔가 부당하거나 불만스러우면 이야기 해 봐.”
그런 거 없어요.”고 하면서 내 의견에 동의한다.

그럼 이모말에 대한 네 생각을 이야기해 봐.” 했더니 약간의 반성도 하고, 변명도 하고, 속사정을 몰라서 그랬다고 사과를 한다.

그리고 이어서 그동안 수정이로 인해 생겼던 부부싸움과 수정이가 온 뒤에 우리 부부가 받는 스트레스와 생활하는 데 어려움도 얘기했다. 그러다보니 서로 마음이 밝아졌다. 평소 밥상머리나 근행 후에 늘 하루 지낸 이야기를 나누고, 한 달에 한 번 가족회의를 하고, 가끔 산책을 같이 하며 얘기를 한 것이 서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 같다.

분위기는 좋아지고 계속 이야기가 진행되어 한 번쯤 얘기해야지 하고 맘먹고 있던 성교육까지 갔다. 자기 전까지 두 시간 넘게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런 뒤 밤이 늦어 잠자리 인사로 서로 껴안고 같이 노력해서 행복하자고 다짐했다.

 

* 담임선생님이 싫어.

수정이가 어제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온몸이 아프다고 했다.

머리 열도 나서 아프고, 귀가 윙윙 거리고 목도 아프고 코도 막히고 배도 아프고 허벅지도 아프단다.

저녁근행을 올리고 수훈을 전했다. 이렇게 온몸이 아프다고 하는 걸 보니 몸살인가? 아니면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일까?

뭔가 마음에 걸리고 힘든 게 있는지 물어보니 별로 없다고 한다.

스트레스 받는 게 있느냐고 하니 담임선생님 이야기를 한다.

 

담임선생님은 국어담당이신데 국어 성적을 혜정이가 89점을 맞았고 수정이는 85점을 맞았는데 평소에 공부를 더 잘하는 수정이가 혜정이 보다 못했다고 꾸중하셨다고 했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혜정이가 잘했으면 그 얘를 칭찬해야지 왜 저를 꾸중하는지 모르겠어요."

속상한 이야기를 한다. 달래며 내 학창시절 때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원래 기대가 많은 아이가 선생님의 기대에 못 미치면 선생님들은 화가 나는 법이야. 선생님께서 우리 수정이한테 기대를 많이 하시나 보다.” 그러면서 눈치를 보니 선생님이 싫은 모양이다.

수정아, 그럼 내일 학교 가지 말고 하루 쉴래?”

했더니 좋아한다. 몸살기도 있고, 그동안 학교 행사며 여행이니 하며 쉴 틈 없이 바쁘기도 했으니 하루 쉬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담임선생님한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나중에 기회를 봐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안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어떠니?”

아주 신나는 표정으로 좋아요. 편해요.!” 한다.

'그래, 스트레스가 제법 심한 모양이구나....'

수정이는 이야기를 나눈 뒤 저녁밥을 먹었다. 아픈 것 같지 않게 조잘대었다.

속으로 '다 나았나? 아픈 거 같지 않은데? 역시 스트레스 때문에 학교가기 싫은 모양이구나' 싶었다.

 

일찍 재웠다.

다음 날 아침 깨우지 않고 그냥 두었다. 실컷 자게...

담임선생님께 문자로 수정이가 아파서 오늘 하루 쉬는 게 좋겠다고 했더니 놀라셨는지 전화를 하셨다.

"어제 잘 놀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아이들과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수정이는 별일 없었다는 데 선생님께서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 주세요. 어쨌든 오늘 하루는 쉬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일 보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는 끊었다. 차마

"선생님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가기 싫대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음이 살짝 쓰였다.

학교를 쉬게 한다는 건, 결석이란 단어는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큰 병 아니고서는 생각도 못하는 것이었지. 하루 학교를 쉬게 한 게 잘한 것일까? 억지로 가게 했어야 하지 않나? 조금 힘들다고 학교를 쉬게 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이미 학교는 안 갔으니 신님께 수정이를 위해 기원 드린다. 그리고 하루 쉬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내 직감과 판단을 믿는다.

 

오후에 느지막이 일어나 점심을 먹은 수정이는 퇴찬과 신전청소도 같이 했다. 청소 후에 신전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수정이는 담임 선생님이 못 마땅해?”

줄줄 이야기한다. 이런 저런 점들이 못 마땅하고 이런 게 억울하고 화가 나고 이해를 못하겠다고 한다.

 

그럼, 생각해 보자.

수정이가 선생님이 못 마땅하다고 학교를 그만두거나

그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고 공부를 안 한다면 누구 손해일까?

그리고 수정이가 선생님을 바꿀 수 있을까?

선생님은 왜 그런 모습을 수정이에게 보이는 것일까?

담임선생님은 수정이가 선택한 것이 아닌데 왜 담임선생님이 되게 된 것일까?“

 

되어지는 이치가 신의 이치라는 말씀에 대해 설명했다.

담임선생님을 통해 수정이가 배울 것은 무엇인가?

신님의 뜻은 무엇인가?

수정이가 왜 그런 담임을 만나게 된 것일까?

단노와 지난 삶에서 써온 마음씨, 즉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선생님 역시 완전한 인간이 아니다.

선생님 역시 상처가 많고 어딘가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선생님이니까 수정이가 싸우려 들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선생님을 만난 인연을 깨닫고 그것을 납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그런 사람을 만나서 괴로움을 당하는 일들이 반복될 것이다.

 

이어서 싫어하는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법은 싫은 사람이지만 좋은 척을 하다보면 저절로 좋아지게 되더라는 내 나름의 방법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어버이신님께 그 상대를 위해 기원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주었다. 또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고 그 마음에 맞춰드려서 선생님을 기쁘게 하면 반 아이들이 모두 즐거워지게 된다는 것도 이야기하였다. 모두를 즐겁게 하는 일은 곧 신님이 좋아하시는 일이므로 덕이 되는 일이다.

 

한참을 설명하였더니 이해를 한다. 마침내 수정이 얼굴이 환한 웃음이 일어난다.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 담임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참으로 이길의 가르침이 고맙다.

이렇게 인연을 풀어주고 납소할 방법을 일러주셨으니 얼마나 든든하고 기쁜지....

이렇게 또 하나의 마디가 넘어간다.

 

* 주변을 밝히고 맑히는 향기로운 아이

학기말 시험에서 수정이는 시험기간 중에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하였는데 둘이 닷새쯤 함께 공부를 하였다. 그 결과로 늘 2등이었던 아이가 1등을 하였다. 수정이도 놀라고 나도 놀랬다. 성적이 1등 한 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자신감을 얻은 일은 정말로 축하하고 싶다.

그리고 수정이가 온 1년을 지나면서 주변이 변화한 모습을 여러 사람에게서 전해 들었다. 담임선생님은 수정이를 불러 덕분에 매사에 의욕없이 무기력하던 아이가 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게 되었다. 고맙다.”는 칭찬을 아이들 앞에서 하였다. 또 다른 선생님은 수정이 덕분에 2학년뿐 아니라 전교 50여명인 아이들이 전체적으로 밝아졌고 인사성이 생겼다.”고 하셨다. 수정이 친구 중 늘 짜증을 많이 내던 아이는 짜증이 줄어들었다고 자타가 공인하였고, 욕하던 아이들이 이젠 욕도 덜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인성선생님께서 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한 사람이 이렇듯 주변을 밝히고 맑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것은 늘 내가 꿈꾸고 지향하는 것이다. 수정이가 그렇게 주변을 변화시킨다는 게 기특하고 고맙다. 힘든 일도 많았고, 때로는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이렇게 보람 있고 기쁜 순간들도 그에 못지 않게 많았다. 수정이가 신님의 품에서 밝게 자라듯이 우리역시 수정이를 통해 신님의 뜻을 더 깊이 깨달으며 성인하는 나날이 되기를 신님이 바라시는 것이란 걸 깨달으며 이 모든 게 고마운 수호로 흔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