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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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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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먹고살만해진 이 길, 이대로 괜찮은가?

 

남상우(구만교회장)

 

 

바깥하고는 달리 참 따뜻한 고성교회사무실. 삼삼오오 모여 있다. 차가운 손을 내밀고 그 옆에 스르르 자리를 잡고 앉는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따뜻한 손으로 커피를 연신 마셔대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굶어죽겠다고 다들 아우성이다. 그러나 실천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굶는 포교사는 있어도 초대들처럼 하루하루의 땟거리를 걱정하는 용재는 없다. 퍽 다행이다. 감사한 일이다.

 

누구나 남들에게 말 못하는 고민 한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신출내기 교회장에게도 마찬가지다. 구만교회는 지난 3년간 한결같이 매달 마이너스였다. 매달 아내가 최대한 지출을 줄여보지만 그것이 여의치가 않다. 작년 요맘때다. 철없는 남편이 철지난(?) 아내에게 겁도 없이 덤벼들었다.

여보, 내년도 매월 예상지출액이 얼마나 되겠소?”

글쎄요? 어차피 적자일 텐데 알아서 뭐할라고요.”

……. 그래도 대책이라도 강구해봐야 안되겠소? 대형이는 대학생이 되고, 유진이도 고딩이 되는데.”

 

아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딱히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서먹한 침묵이 잠시 흘렀다. 분위기 파악이 늦은 눈치없는 남편은 찢어진 입을 괜스레 놀린다.

여보, 교회전화도 있고 우리 둘 다에게 휴대폰도 있으니 하나 줄입시다.”

…….”

 

아내의 침묵시위를 눈치 채야 하는데 세상물정 모르는 남편은 다시금 불난데 부채질을 하고 만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소. 어젯밤 혼자서 꿀 묵었소?”

그냥 그라지 말고 당신이 교회 살림을 하소. 내 딴에는 절약한다고 하는데, 우째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요. 하다하다 안되면 돈 벌러 가야 안 되겠소. 교회장은 돈 벌러 가면 안 된다는 법칙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은 자꾸 커가고, 내 나이는 자꾸 묵어만 가고, 게다가 한다고 해보지만 제대로 포교도 안 되고. 게다가 내년도는 애들 학비에 기숙사비, 용돈까지 더해질 건데, 가장이 되어가지고 당신한테라도 이야기해야지 그라모 누구한테 그 이야기를 하겠소.”

그렇다고 그까짓 핸드폰 하나 줄인다고 해결이 돼요.”

 

구만교회는 시골교회다. 고성교회 소속교회 중에는 가장 시골에 위치한다. 소속교회들 중 정도차이는 있겠지만, 포교하기가 그렇게 용의치 않은 편에 속한다. 어느 교회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겠지만, 시골 교회라는 교회 위치적인 특성 때문인지 2세들의 신앙교육도 실패를 했다. 그래서인지 월차제 참배 신자들의 평균연령이 이미 70세를 넘어섰다. 물론 젊은 사람들이 신자 중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었던 부모님 덕분에 다행히 그들은 도시에서 살만 하지만, 그것을 유지하려면 부모님보다 더 죽도록 밤낮없이 벌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젊은 신자들의 교회참배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마저도 멀어진다. 남녀사이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나 깨나 어쩌면 신자들을 교회로 몸도 마음도 옮아올 수 있게 할 수 없을까로 여념이 없다. 신년도 달력을 받으면 예전에는 연휴에 눈이 갔는데, 이제는 교회 월차제 6일이 휴일에 몇 번 있는지 먼저 보게 된다. 거기에 시골 교회의 사활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장의 생각처럼 신자들은 쉽게 움직여주지 않는다. 평일은 직장 때문에 그렇고, 주말마저 가족들에게 빼앗긴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 꼭 1년이 지났다. 못난 아버지의 우려와는 달리 대형이는 대학을, 유진이는 고등학교를 멀쩡하게 잘 다니고 있다. 하지만, 아내는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교회에서 더더욱 말이 없어졌다. 우려했던 카톡~카톡 소리만 울릴 뿐이다. 혼자서 조용히 작년 요맘때 적어둔 메모지를 바지주머니에서 꺼내 읽는다. 리금?, 학비?, 기숙사비?, 차량유지비?, 대출이자? 제물대?, 부식비?, 축의금?, 교구비?, 고성교회회비?, 가스 전기 수도 전화 인터넷비?, 연료비? 등등. 눈대중만으로도 몇 백만 원이 넘는다.

 

이 길도 이제는 신자 포교사 모두가 먹고 살만해졌다. 따라서 신자들의 교회참배는 가족들의 외출순위에서 멀어진지 오래고, 포교사들도 예전의 초대선생님 같지가 않다. 그래서 포교가 안 되는 거다. 그 때문이지 세상 탓을 하거나, 세상인심 탓을 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주위에서 볼 수 있다.

 

우선 내부터라도 하루빨리 그 옛날 초대선생님들의 으뜸하루로 되돌아가야겠다. 교조모본의 단독포교만이 그 해답이다. 시간차는 있겠지만, 이것은 재벌교회도 시골교회도 그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공통분모인 셈이다. “하지만, 단독포교나간다고 별 수 있겠어요. 교회장이 단독포교 나가면 그럼 교회는 우짜요? 그리고 신자는 또 우짜고? 교통벌칙금에 카드청구서는 또 우짜지요?” 오늘밤도 나는 1층 높이도 안 되는 작은 몸뚱아리로 빌딩같은 인간생각들을 쌓느라 잠이 오지 않는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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