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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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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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깨우치며 2

 

지붕역사를 하며

 

박혜경(진홍교회)

 

우리 교회 신전과 사택 곳곳에는 비가 오면 새는 곳이 있습니다. 비가 올 때면 빨간 딸기 대야를 받쳐 놓고 지내다 보니 어느 해는 태풍이 몰아쳐서 슬레이트의 구멍을 자연스레 막아서 비가 새지 않았고, 또 어떤 곳은 갑자기 새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여러 해를 지내다 얼마 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고칠 수 있는 곳은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사택 쪽에 지붕 슬레이트 몇 장만 새로 얹자는 의논이 되어 갑자기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첫째 날 지붕위에 올라가서 두 분이 벌에 쏘이는 일이 있었고, 지붕에서 발을 헛디뎌 무너지는 바람에 슬레이트를 붙잡고 안간힘을 쓰다 팔을 여러 군데 긁히기도 하였고, 얼굴이 긁히고 충혈도 되고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많은 이틀간의 역사였습니다.

역사가 마무리 되고 다음날 아침에 비가 왔는데, 창문을 열어놔도 지붕에서 달아낸 처마가 있어 비가 안 새고 너무나 좋아서 빗소리마저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수고해 주신 여러분들께 사진 한 컷과 함께 감사의 문자를 보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는 단체문자를 저희도 보내 드렸습니다.

다음날. 수고했다고 전화로 인사를 안 드리고 문자를 보냈다고 서운해 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설마 아니겠지하며 지내다 하루 이틀이 지나니 ! 어른의 입장에서는 그러실 수도 있겠구나!’하는 공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그분의 서운함을 풀어드려야 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마치고 너무나 감사함에 기뻐서 난린데, 오히려 도와주신 분의 마음을 서운하게 해 드렸으니 뭐가 잘못 되긴 한 것 같은데 어리석은 우리 머리로는 ?’ 라는 물음만 있지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뭐가 잘못 되어서 다른 사람을 서운하게 해 드렸는지……. 원래 사이가 안 좋았던 분도 아니고 늘 우리 집일이라면 밤, 낮을 가리지 않으시고 도와주시던 분인데 왜 이번에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신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답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 상급교회 월차제 전날 제가 맡은 여자악기연습을 하고는 신전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머리에 하는 신님의 메시지가 왔습니다. ! 그래 신님이 서운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되니 며칠 동안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답도 안 나오는 일들이 깨끗이 풀렸습니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신님 일이 우선이라는 말에 어긋난 것입니다. 그래서 신님이 서운하심을 그 분을 통해서 대신 보여주셨던 겁니다.

우리 생각에는 신전 지붕을 다 고치려면 이번에 들인 비용보다 몇 배의 금액이 드니 엄두도 못 내고 대신 적은 비용으로 고칠 수 있는 쪽을 택했던 건데, 신전은 비가 새는데 우리만 좋은데 지내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어찌 신님께서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으셨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역사를 하면 신이 나서 즐거울 텐데 이번에는 왠지 역사도 시작하기 전에 몸이 너무 지쳐 있어서 일을 해도 즐겁다는 생각이 안 들고, 여러 사람들이 다치기도 하고 또 마음이 상하게도 되고 그랬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리가 되더라도 마음을 내었어야 되는 건데……. 노력이라도 했어야 되는 건데……. 신님을 나 몰라라 했으니 어찌 신님이 서운하지 않으셨겠나? 하는 생각에 신님께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신님께 우리의 잘못을 사죄드리며 서운해 하신 분의 마음도 풀어달라고 기원을 드렸더니 그분의 마음이 이미 눈 녹듯 다 풀려 있었습니다. 정말 하루아침에 신님의 수호가 나타났던 겁니다.

그러면서 만약 지붕역사가 아니라 교회 역사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고작 이틀간의 역사를 하며 이 정도였는데, 몇 년간 역사를 하신 우리 상급교회를 비롯하여 다른 교회들은 아무 탈 없이 잘 해내신걸 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들고 역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그렇게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 몇 년 전부터 작정을 하고 도보를 하신 분들의 정성에 비해 정말 우리는 부끄러웠다는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언제 우리 교회가 제대로 된 역사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는 이번의 경험을 잊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고 그때까지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번 일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을 신님은 자상하게 타일러 주시고 조금이라도 우리의 마음성인을 바라시는 어버이신님의 수호에 감사를 드리며 이번 역사에 함께 해 주시고 금일봉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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