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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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신님의 용재로 조금씩 다가가는 아이

 

박혜경(진홍교회)

3년 전 저희 큰 애 혜인이가 9살 때 같이 TV를 보다가 유니세프에서 하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TV 화면에 보이는 아이들은 아프리카의 배고픔에 굶주린 아이들로 앙상한 뼈만 남은 채 온 몸에는 파리가 여기저기 붙어있는데 힘이 없어 그 파리를 쫓을 수도 없이 누워만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기에도 참 마음이 아팠나 봅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건 그곳에서 도와주시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먹을 것을 먹여주고 돌보는 모습을 보며 혜인이는 저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들이며 자기보다 형편이나 상황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거라고 했더니 혜인이가 나도 커서 아프리카에 봉사하러 가야지!”라고 했습니다.

그때의 일을 깜박 잊고 지내다가 혜인이가 얼마 전에 영어 말하기 대회를 준비하며 꿈을 가지게 된 동기를 저와 같이 이야기하다가 그 일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 당시 어린 아이의 머릿속에는 아프리카만 남아 있었는데, 그것이 3년이 지나면서 어느새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에도 가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도 도우며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며 그곳에 계시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따뜻하게 돌봐 주시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꿈에 확신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혜인이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마산합포구에 속해 있는 아동센터들이 연합으로 오케스트라를 만들었습니다. 마침 혜인이가 다니는 아동센터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되었고, 제가 보기에는 힘들어 보였지만 아이는 너무나도 재미있고 즐겁게 몇 달 동안의 연습을 하여 올 1월에는 경남대학교에서 공연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그렇게 몇 달만 하고 그만두기로 했었는데, 희망하는 아이들을 다시 모아 올해부터는 경남대학교에서 교수님과 조교님들에게 레슨도 받고, 합주를 연습하게 되었습니다. 올겨울에는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하게 된 일이 이렇게 우리 생각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신님의 수호 덕분에 좋은 기회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혜인이는 5살 때부터 고성교회 고적대를 하며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합숙을 다녔던 것 같습니다. 엄마 아빠가 같이 못 간 터전 고적대 행사에서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고적대원으로 활동을 했고, 재작년부터는 피페도 배우게 되었으며 감사하게도 고성회장님께서 연주하시던 플룻을 주셔서 지금은 플룻도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음악을 많이 접하다 보니 학교에서도 악기 연주나 음악 실기 시험으로는 우월한 입장에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넌지시 아이에게 사회복지사의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음악치료사도 상당히 좋은 일이라고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앞으로는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보다는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고, 그 사람들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종교와 병행한 음악치료가 이루어진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닐까 하는 제 생각이 아이에게 잘(?) 전해졌는지 아이도 그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혜인이가 5학년이다 보니 1학년 반의 청소를 도와주게 되었는데, 그 반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었고, 그렇게 관심이 생기다 보니 그 선생님을 관찰하게 되었답니다. 보통의 선생님은 사무적이신데 비해 그 선생님은 반 아이에게 엄마처럼 다정하게 대해 주시는 분이었고, 그 모습을 보고는 아이가 집에 와서 엄마 저도 커서 아동센터를 하든지 음악치료사가 되든지 아이들을 대할 수도 있을 텐데 그때 저도 그 선생님처럼 할래요.”라고 말했습니다.

혜인이의 주변에는 정말로 좋은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해 주셔서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고, 담임선생님 이외에도 영어수업료도 안 받고 가르쳐 주신 분도 계시고 아이가 바르게 자라도록 다들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이 글을 읽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이런 모든 일들이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짜서 끼워 맞추려고 해도 아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모든 것에 우연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다 하나의 틀에 의해서 움직여지고 나만이 아닌 주변사람들과 같이 그 틀에 맞춰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들도 우리의 작은 행동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좋은 영향을 미치느냐 나쁜 영향을 미치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혜인이가 커서 신님의 어떤 용재로 자라날지 정말 궁금합니다.

왜 미리부터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 주시고 음악에 흥미를 주시며 교회의 딸로 태어나게 해 주셨는지……. 아마도 신님의 용재로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과정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도 교조님처럼 이렇게 했으면.’이라고 생각하는 기본 바탕 위에 저 분처럼 나도 신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신앙인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흉내도 못내는 그런 사람에 불과하지만 계속 노력해 나간다면 저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부끄러운 생각도 해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길을 옳은 선택이라 믿고 살아가듯 우리의 아이들도 교조님을 생각하며 우리 부부를 생각하며 이 길을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