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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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초대회장님 19

 

 

삼팔푼(三八分)

이상규(성천교회장)구술

남상우 기록

 

내 나이 열일곱 살 되던 해에 결핵성 척추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허리 통증 때문에 다리를 펼 수가 없어 항상 쪼그린 상태에서 살았다. 그렇지만 생()을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젊은 나이였다.

195944, 이웃들의 권유로 마지막 길이라 생각하고서 지게에 실려 초대회장님을 찾았다.

엉잇~(이 말을 말씀 중에 자주 사용하셨다), 자네는 어떻게 왔노.”

허리가 아파서예

전생의 불효인연 때문에 그런 신상이 왔는데.”

당시의 고성교회는 100여 명의 수양생으로 들끓었다. 대부분이 신상자였는데, 공중 변소청소, 마을 풀베기, 남몰래 밤에 일어나 수양생들 신발 씻어놓는 것이 즐거운 하루일과였다. 나도 그날부터 그들 사이에 끼여 즐거운 교회 수양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때는 지금하고는 달리 통행금지가 있었던 시절이었다. 1130(통금 30분 전을 알리기 위해)과 자정(통금 개시를 알리기 위해), 그리고 새벽 4(통금 해제를 알리기 위해)에 싸이렌이 울렸다. 시계가 귀한 때라 그 싸이렌 소리에 맞추어 시각을 계산하곤 했다.

어느 날인가 자정에 울린 싸이렌 소리를 통금해제 싸이렌으로 착각을 하여 교내외 청소를 마음껏 하고서는 신전에서 신자들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만큼 신난 적도 즐거웠던 적도 없었다. 그 때문인지 입신 7개월 만에 걷게 되는 진기한 수호를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이 신앙의 으뜸하루요, 초대회장님과의 첫 인연이었다.

 

얼마 전, 큰아들이 읽고 책꽂이에 꽂아둔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를 읽었다.

책 내용 중에 입 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평생토록 지키고 살면 신선도 될 수 있다.”는 글월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이미 오래 전에 초대회장님에게서 들었다. ‘삼팔푼(三八分)’이 그것이다.

첫째, 말을 함에 있어 다 하지 말고 열()이 있으면 여덟()만 이야기하도록 시키셨다.

둘째, 아무리 맛있는 것이 있다 할지라도 욕심 부리지 말고 뱃속을 여덟만 취하도록 시키셨다.

셋째, 일을 함에 있어서도 과욕을 멀리하도록 시키셨다.

우리들은 하루에도 많은 인연을 저지른다.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음담패설, 매끼니 때마다 마구 버려지는 먹거리들, 해가 지고서도 마음속에 담아둔 일 찌꺼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스트레스 해소로 세상이 온통 들썩거린다.

지금이나 그때나 새겨들었어야 할 가르침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도 옳게 못했다. 지금도 늘 배불리 먹고 있으며, 할 말 안할 말 가림조차 없이 신자들에게나 상급에게도 다 하고 있다. 그리고 일 욕심도 만만치가 않아 내일 할 일을 잠자리에 들어서조차 미리 걱정하고 있으니 이 또한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요즘 나는 저 세상에서 초대회장님을 뵙는 날, 크게 자랑할 말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일 찌꺼기에 미리 빠져 고민하고 있다.

 

엮고 나서

 

지난 1년 동안 준비했습니다만, 타고난 재주보다는 정성이 턱없이 부족해 여러 선생님들의 보석 같은 말씀을 올바르게 옮기지 못했습니다. 여러 교신자들에게 참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고성교회 포교개설 50년 기념제에 맞춰 초대회장님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자는 그 취지에 혹시라도 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조바심도 앞섭니다.

읽어 보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이 책은 고성 초대회장님의 회고록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용의 대부분이 여러 선생님들의 초대회장님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이나 체험담입니다.

그런 이유로 제3자에게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책으로 엮는다는 게 무엇보다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늦어버리면,(여러 선생님들이 살아 계실 때) 초대회장님에 대한 회고록의 성격을 띤 책을 발행할 수 없다는 조급함이 저를 서두르게 했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대하는 이마다 마음에 위로와 평안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준비하던 1년 내내 제가 행복했듯이. ()

 

 

* 이번 호로 초대회장님의 이야기 오직 근행뿐이야의 연재가 끝을 맺습니다. 지금까지 애독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책의 내용 외에도 우리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초대회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신 용재님들의 뜻을 담아 새로이 연재를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많은 용재 선생님들의 관심을 부탁드리며 조만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