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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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나무는 고요히 있고자 하나

 

정혜련(성천교회)

 

나무는 고요히 있고자하나, 바람은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은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3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주위에서 나이 드신 어른들이 한 분 두 분 출직하시면서 장례식장을 자주 가게 된다. 장례식장에서 여러 가지 모습의 장례식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부모님의 장례를 치르면서 슬프고 애달파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을 떠올리며 같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런데 가끔 애도가 지나쳐서 대성통곡을 하는 사람을 보면서 출직의 의미와 장례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출직은 헌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라고 했는데... 인간적인 정으로 생각해보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프고 서운하지만 교조님께서 말씀하신 이 길의 리로 보면 이생에서 단노와 히노끼싱으로 전생의 나쁜 인연을 끊고 다음 생에 더 좋은 부모인연으로, 더 좋은 자식인연으로, 더 좋은 부부인연으로 다시 살아가게 되었으니 축하해주고 기뻐해 주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내가 터전에서 천리교어학원을 다닐 때 교장선생님이셨던 미하마 선생님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지금은 대만 전도청 청장님이시고 본부원이신 미하마 선생님의 아버지가 노환으로 출직하시기 전에 유언을 남기시길 내가 죽고 나면 절대 내 앞에서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지 마라. 헌 옷을 입고 새 옷을 갈아입는 것을 축하해 주고 기뻐해 주길 바란다. 통곡 대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다 같이 불러다오라고 하셨기 때문에 임종을 지키던 많은 자식들이 유언대로 눈물을 삼키며, 다함께 노래를 부르며 교조님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하셨다는 얘기를 들으며 감동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도 부모님 살아생전에 마음을 다해야지 출직하시고 나서 후회할 짓을 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많이 했다.

 

그러나 부모님께 효도한다는 것, 특히 부모님과 같이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부모님께 마음을 다해 불효인연을 납소 해야겠다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다짐하지만, 부모님과 즐겁고 보람 있었던 기억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도 없이 반성하고 실천하고, 자책하면서 괴로워한 기억이 더 많고, 지금도 가장 풀기 힘든 숙제로 나날이 씨름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 자식에게나 부모란 고맙고 훌륭하고 존경할만한 존재이다. 특히 자식을 낳고 키우다보면 더욱더 부모님의 노고와 감사를 자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같이 생활을 한다는 것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티끌을 뒤집어쓰는 것과 같다. 자칫 내 머리위의 티끌을 털지 않고 상대 머리위의 티끌을 털려고 잘못된 언행을 하게 되면, 상대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주게 되고 그 상처들이 제대로 아물지 않고 흉터를 남기게 된다. 그래서 흉터를 볼 때마다 평생 그 상처를 다시 떠올리며 서로를 미워하게 되는 것 같다. 여덟 가지 티끌 중 미움에 보면 부부나 부모자식 등, 가족 간에 서로 다투고 미워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장유유서의 본질적인 의미로써, 부모는 자식을 자애하고 존중하며 자식은 그런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도리, 즉 가족 간에 서로 사랑하며 질서를 잘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신앙을 통해 더 열심히 노력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첫째, 나날이 근행과 수훈, 히노끼싱을 통해

전생의 인연을 자각하고 납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

둘째, 나날이 마음의 티끌을 털고

마음씨, 말씨를 조심하여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것

셋째, 매일 자기 수양을 통해

마음을 맑히고 상처들을 어루만져 흉터가 생기지 않게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