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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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43

 

오늘은 무슨 금메달을 딸까?

 

박지수

 

오늘 아침에 수정이 교복 넥타이를 들고 메달을 수여하듯 걸어 주면서

우리 수정이, 오늘은 무슨 금메달을 딸래요? 무슨 금메달로 할까요?” 했더니

~~ 좋은 친구?”란다.

그래. 오늘은 좋은 친구가 된 수정이에게 금메달을 미리 수여합니다~!”

!!! 크크크!!!” 둘이서 장난치듯 준비를 시키고, 참배를 한다.

우리 수정이, 오늘은 좋은 친구로 잘 지내세요~!”하고 서로 큰 절로 인사하고 버스를 타러 나간다. 이렇게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는 요즘, 덕분에 내 마음에도 따스하고 기분좋은 색깔이 번진다.

전학온 지 두 달

수정이가 여기로 전학온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지난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날 전학을 왔다. 서울에 있는 중학교에서 방학하기 직전에 학교가기 싫다고 울고 불고 하는 아이를 달래고 어르고 해서 며칠 보내다가 나중에는 담임선생님께 얼굴만 보이고 조퇴를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는 중에 멀쩡하다가도 학교나 학원갈 시간이 되면 배가 아프기 시작하고 머리도 아파서 병원에 다니기도 하였다. 병원에선 신경성 위염이라나? 중학교 1학년이 신경성 위염이라니!

동시에 우연히 생긴 일로 왕따를 당하기 시작하고, 주동이 된 아이들 몇몇이 선동을 하여 투명인간이 된 듯한 느낌이라며, 아무도 자기에게 말을 걸지도 가까이 오지도 않는다, 죽고 싶다고 하소연하기 시작하였다. 집에서도 짜증과 신경질이 늘고, 아빠랑 다투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 수정엄마인 동생이 내게 상담을 해 온 것이 이즈음 이었나 보다. 이른바 사춘기가 시작된 것이다.

학교가기도 싫고, 아빠도 싫고, 집도 싫고, 그러면 수정이가 원하는 게 뭐래?”

, 단 하나가 있어. 언니네 집에서 살고, 거기 중학교로 전학가는 것!”

? 전학? 여기로?? 그래??? 그럼 오라고 해!” 가볍게 이야기를 했다.

며칠 뒤 심각하게 동생이 물어 왔다.

언니, 수정이 정말로 전학가도 돼?”

당황하여 속으로 전학? 정말로??? 어어??? 말도 안 돼.’ 외쳤다. 아무리 사춘기라도 전학까진 올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이건 좀 그렇지 않나? 그런데 정말로 전학을 올 거란 말이지?’

수정이 상태는 어떤데? 자세히 얘기 좀 해 봐.”

그래서 그간의 여러 가지 사정을 들었다. 학기 초 심리검사에서 우울증이 있다고 나왔단다. 학교 부적응도 있고, 상류층 아이들이 많은 학교에서 그 애들과 자신을 비교하여 자기집이 가난하다고 툭하면 부모를 원망한다고 한다. 그리고 지기 싫은 애살 많은 성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있었다.

우선, 형부랑 의논해 봐서 연락할 게.” 둘이서 진지하게 의논을 하였다. 방학 때면 수정이가 자주 와서 보름이나 한 달쯤 지내다 간 적이 많아서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잠시 다녀가는 거랑 많이 다를 것이다. 둘만 살다가 아이가 끼어들면 생활의 불편이나 어려움, 변화가 많을 건데 그런 점들을 고려하고 의견을 나눠 보았다.

난 괜찮아. 당신이 많이 힘들 텐데 괜찮겠어? 나야 수정이가 오면 강습소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어서 더 좋은 점도 있지. 늘 당신 혼자 두고 강습소에 자주 있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신경이 쓰이는데...”

지가 오고 싶다는데... 수정이가 오로지 원하는 건 그것뿐이라는데, 오라 해야지 어쩌겠어요?” 특별히 고민 않고 결정했다.

큰 구제

그런데 전학 오기 일주일 전, 수정이 옷가지와 책, 옷장이 오고, 여기 학교선생님과 전학 때문에 전화가 오고 가고 하니 전학 온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건 생활이 완전 바뀌어야 된다는 것이다!!!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어찌해야 할까? 아이를 키워 본 일이 없는 내가, 그렇게 어렵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두렵고 걱정되어서 어쩔 줄을 모르겠고, 어딘가로 도망가 버리고 싶었다. 두려움과 직면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버이신님, 교조님께 기원드리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던 어느 날, 교조전 일화편이 떠올랐다. <교조전 일화편> ‘86. 큰 구제에 보면 이렇게 나온다.

교조님은 남의 자식을 맡아 기르는 일만큼 큰 구제는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돌봐 주겠다는 진실한 마음만 갖고 있으면, 어떻게든 신이 자유자재로 섭리하여 혜택을 베풀어 준다. 걱정할 것 없다.”고 격려해 주셨다. 이 일화편이 떠오르자 이 말씀들을 교조님께서 내게 들려주시는 것 같았다. ‘그래, 부모가 키우기 힘들어서 내게로 보낸다는 데 이만큼 큰 구제는 없다고 하시는 구나. 구제하겠다는 진실한 마음만 갖고 있으면 나머지는 신님이 자유자재로 수호하여 주신다는 구나.’ 이 말씀에 힘입어 그래, 해보는 거야! 신님이 자유자재로 수호해 주신다고 했어. 걱정없어!’ 불끈 마음의 힘을 얻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아이를 전학을 보내기 전에 철학관에 가서 물어보았더니 이 아이는 부모와 떨어져 있는 게 더 잘 된다. 게다가 그 이모집에 가면 더 잘 될 것이다.”고 했단다. 그래서 큰 고민없이 더 쉽게 아이를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며 그 철학관에서 뭘 아네. 신님 품안에 오면 당연히 더 잘 되지!’ 싶었고, 기분이 좋았다.

수정이가 전학 오면서 있었던 일들을 일기로 써놓은 것을 여기에서 나눈다. 요즘 나는 아이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28일 화요일. <신의 선물, 수정>

오늘 아침에 "수정아, 일어나~“하니 으응~ ”하면서 눈을 뜨고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마치 대숲에서 새벽잠을 깨어나는 어린 참새가 칭얼대는 듯, 낮게 노래하는 소리같이 기분좋은 응얼거림이다

"이모, 있잖아요. 나는 일어날 때 저절로 노래가 떠올라요. 그래서 노랠 부르게 돼요. 길 가다가도 노래가 생각나서 흥얼거리구요." 한다.

수정이 그런 모습을 보니 참 사랑스럽다.

수정이는 참 행복한 아이구나. 이쁜 종달새구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 핸드폰에 올려놓은 대로 수정이야말로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말이 정말 맞다고 감탄한다.

학교 가는 버스를 태워보내고는 내내 그 모습이 떠올라 웃음짓다가 문자를 보낸다.

[아침에 일어날 때 노래가 생각나는 울 이쁜 수정이는 행복한 아이구나~.^^

언제까지나 그런 행복한 모습, 밝은 마음 간직하길~ ♥♥♥]

[!!♥♥] [그런 모습이 이모도 보기에 사랑스럽고 좋단다.]

[제가 좀 많이 사랑스럽죠. 하하하]라고 한다.

녀석~ ㅎㅎㅎ 흐뭇하고 행복한 기분이 하루 종일 계속 되었다.

 

32일 토요일. <용재로 크는 중>

수정이는 용재로 크고 있는 중이다왜냐하면 용재가 키우기 때문이다.

늘 신님께 올렸던 제물로 밥을 하고,  이 음식을 먹고 건강하고 행복한 용재로 자라기를, 이 음식 먹고 순직하고 향기로운 용재가 되기를 기원하며 만드는 음식을 먹고, 늘 근행을 올리며, 늘 신님 이야기를 듣고, 신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생활을 하니, 어찌 이 아이가 용재가 되지 않으랴?

  아이를 누가 키우는 가에 따라 그 애는 키우는 사람처럼 된다.

그래서 아이가 부모를 그대로 닮는 것이 아니던가. 물론 유전자, 타고난 인연은 있겠지만, 키우는 동안에 아이에게 주입되고 학습되는 행동, 사고, 가치관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때론 그것이 절대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이를특히나 세살도 안 된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직장에 나가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섬뜩할 지경이다. 남이 맡아 길러준 아이는 맡아준 사람의 가치관과 행동, 말씨, 태도, 생각을 닮을 수밖에 없다. 의식하든, 안 하든 아이가 보고 배우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말이든, 나쁜 행동이든 관계없이 그냥 따라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그대로 아이의 정신과 마음과 습관,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면 얼마나 위험하고 중요한 일이겠는가? 수정이를 보면서 머리로만 알던 일이 엄청난 체감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36일 수요일. <사춘기가 좋게 지나간다?>

수정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이모, 난 사춘기가 좋게, 쉽게 지나가는 거 같아요." 

~ 하하하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그래? 어째서 그런 거 같아?"  

"어떤 애들은 방콕만 하고 나오지도 않고, 친구도 잘 안 만난다는 데 저는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도 많이 만나고, 집에 있는 것도 좋아하고... 그니깐 좋게 지나가는 거 아녜요?”  

'크크... 좋게 지나가는 애가 여기까지 왔니?' 속으로 말하며

"사춘기 때는 자기 감정 조절이 안 될 때가 많지.

그러고 싶지 않아도 짜증내고, 신경질도 내고, 기분도 우울하고 말이야."

"그래도 그러면 안돼죠! 전 우울해도 밝게 지내려고 웃고 해요."

"그래, 우리 수정이는 사춘기가 좋게, 잘 지나가고 있는 중이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이쁘다. 지금이 그만큼 좋다는 거니까.ㅎㅎ

어제는 친구들 둘을 데리고 와서 밤 늦게까지 노는 지, 공부하는 지 재잘대며 웃는 소리가 기분좋고 상쾌하게 좋았다. 마치 대숲에 참새떼처럼 조잘 조잘거린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활기차고 밝다. 지금처럼 계속 그렇게 기쁘고 행복하게 지내길.

 

39일 토요일. <아이 생각에는>

월차제 아침이라 토요일이지만 씻을 물을 데워놓고 수정이를 깨운다.
8시에 처음으로 깨우고, 830분에, 9시에, 930분에. 그리고 40분에... 열시에 월차제 근행인데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아이를 보면서 화가 나려고 슬쩍 뭔가 올라올 기미다.
그때 이 화를 내서 좋은 건 뭔가? 누구인가?’ 생각하니 아무도 없다.

더구나 신님은 화내는 걸 질색하신다고 했지. 여덟가지 티끌 중에 하나로 두신 걸 보면 얼마나 싫어하시는 가 알 수 있다.
저 아이 생각엔 토요일이니 쉬고 싶고, 늦잠자고 싶은 건 당연하지.

월차제라서 바쁜 건 이모와 이모부 사정이지, 자기 일은 아니잖아?

저 애가 스스로 일찍 일어나고 싶을 리가 없지.’

마음을 추스르고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기분이 좋게 깰지를 궁리하며 장난으로 깨운다. 그랬더니 기분좋게 일어나서 월차제 12장 근행을 다 올리고, 영제까지 함께 지냈다. 기쁜 하루!

 

313일 수요일. <요즘 기분이 이상해>

수정이가 이모, 난 요즘 기분이 이상해요.” “사춘기라서 그런 거지. 어떤데?”

이유도 없이 우울하기도 하고, 기분이 나빠져요.” “이유도 없이?”

. 잘 모르겠어요. 왜 그런지..”

그럴 땐 자신에게 물어봐~. 수정아, 왜 기분이 나쁘니?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왜 기분이 나쁜지 이야기해 줄 거야. 그럼 자신을 위로해 줘. ~ 그래서 기분나빴구나~ 괜찮아. 힘내! 하고 말이야.”

그리고 혹시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하면 아, 내가 사춘기라서 그렇구나. 생각하면 되지! 수정이는 지금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잖아? 때로 아이같고 때론 어른같은 느낌이 들지? 그 둘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점점 어른이 되어 가는 거야. 있잖아? 지금처럼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계절이 있잖아? 낮에 여름같기도 하고, 밤에 겨울같고... 변덕스런 날씨잖아? 이것도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중간이라서 그런 거야. 사춘기도 그런 때인 거지. 변덕스럽게 기분이 변하고 하는 거야. 당연한 거야이상한 게 아니야.” “~ 그렇구나.” 순간, 아이의 마음이 밝아지는 걸 느끼며

그런데 만약 아무런 이유도 없이 기분이 나빠지고 짜증이 난다면 내 행동은 2가지로 선택할 수 있어. 하나는 기분 나쁜대로 그대로 막 행동하고, 화내고 속상해 하고 신경질적으로 행동하는 거지. 또 하나는 어? 기분 나쁠 아무 이유도 없네. ~ 내가 사춘기라서 그렇구나. 하면서 한번 웃고 그냥 넘어가는 거야. 그 중에서 좋은 선택을 해야겠지? 우리 수정이가 사춘기를 잘 넘겨서 훌륭한 어른이 돼야지~^^”“~ 이모.”

이렇게 자기 고민을 이야기해주는 수정이가 고맙고 안심된다.

 

315일 금요일. <아침이슬에도 인사하고>

수정이가 온지 한 달 보름이 지나가니 아침 학교 가는 과정도 꽤나 여유로와졌다. 730분에 오는 버스를 놓치면 지각이기 때문에 "이모, 이모, 이모!" 숨가쁘게 부르며 허둥지둥 거리더니, 오늘은 다 챙기고 

"오늘 하루 잘 지내겠습니다. 23일 서울도 잘 다녀올게요." 신전에 인사도 느긋하게 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현관에서 다시 거울보고, 매무새를 다듬는다.

마당에 나가서 목련꽃이 연한 미색의 꽃잎을 밀어 올리는 것을 보면서 "내가 서울갔다올 테니 꽃 피우고 있어." 인사도 하고 목련꽃이 몇 송이인지 세어 보았다. 목련나무의 잎순이 돋은 것도 구경하고 원추리가 돋아난 것도, 수선화 새싹도, 함박꽃 새순도 보며 감탄한다.

밖에 나가서 길가에 풀에 맺힌 아침이슬에게 인사하며 구경하고 손으로 작은 이슬방울을 건드려보기도 하며 여유만만하다.

 "수정이는 정말로 이곳처럼 고요하고 맑은 곳에 어울리는 영혼이야. 맑고 자유로운어찌 알고 여기로 왔을까?“ 하니 싱긋이 웃는다!

드디어 버스가 고개를 넘어 내려오는 게 보인다.

"우리 수정이~ 오늘도 행복하게 지내세요~!!" “네네~ 이모~ 이따 뵈요~" 노래하듯 말하고 뛰어가서 버스에 오른다.

  학교가는 길이 이렇게 여유롭고 평화롭고 정서적인 충만까지 가져다 주니, 오늘 수정이의 하루는 행복하겠지!! 손 흔들고 돌아서는 내 얼굴에 웃음이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