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본 사이트에는
천리교회본부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이
담길 수도 있습니다.




천리교 교회본부



cond="$

명경지수 42

 

어머니와 행복하기

 

 

박지수

 

얼마 전 마산 작은 형님댁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잠시 우리집에 와 계신 적이 있었다. 그전에 여러 번 어머니는 오시라고 해도 우리집엔 절대로 안 오시겠다고 하셨다.

왜냐면 포교 나와서 몇 년이 안 되었을 때 어머니가 우리집에 일주일 정도 와 계신 적이 있었다. 그 때 신찬실에는 쌀이 있지만 부엌엔 쌀이 한 두 줌 밖에 없는 것을 보시고 먹을 게 없는 집에 폐를 끼친다고 그러시는 것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해도 어머니에겐 통하지 않았다. 하긴 그때는 아니지만 포교하면서 쌀이 떨어진 날이 없기야 하겠는가.

어쨌든 사정이 있어서 어머니를 한 보름 모시게 되었다. 내친 김에 어머니만 괜찮으시다면 여기서 모셔야겠다고 둘이서 작정을 하였다. 그때 썼던 글들을 정리해서 올린다.

 

115

언제나 내게 다가오는 것은 내 것으로, 신님이 주시는 선물로,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미션으로 받아들인다. 언제나 신님은 여러 가지 미션을 주신다. 끊임없이!!!

니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니? 이런 상황인데도 기쁘게 해낼 수 있니?

이것도 기뻐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되었니?’

물으시며 어려운 상황을 앞에 쑥 내미신다.

  때로 지난번엔 통과하지 못한 것들도 다시 내미시고,

'이젠 이것을 넘어가 보렴. 이젠 이것에 걸리지 말고 기뻐해 보렴.'

하신다.

  내일부터 어머님이 오신다맞이할 방과 주변 준비를 하면서 마음도 다진다.

새로운 미션이구나!’

이런 상황도 받아들일 수 있니? 여러 가지 신경써야 할 상황이 많이 늘어나는 데도 기뻐하고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니? 이래도 용솟음칠 수 있니?’물으신다.

 ‘~. 그럼요!! 해 볼게요. 기쁘게 재밌게요~!!!’

 기대가 된다. 미션은 신님이 주시는 성장의 기회이다. 성장을 위해선 당연히 괴로움도 어려움도 따르는 것이다. 예로부터 효도는 삼천가지 덕행이 된다고 했고, 어버이신님은 부모님께 효도하면 신님께 효도하는 것으로 받아주신다고 하셨다. 게다가 이길에서는 부모님을 모시면 먹는 일에 애로가 없어진다고 하지 않은가. 이 미션도 기쁘고 재밌게 해 내자.

117

어머니가 어제 오셨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신님의 숙제이자 미션(사명)'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기'이다. 매일 매일 어머니와 함께 할 소일거리를 생각해서 만들고, 이야기 나눌 거리를 생각한다.

  매일 매일 어머니 소일거리 스케쥴 짜는 게 지금 내게 제일 큰일이다

성공적인 미션수행을 위해 머릿속은 어머니와 행복하려면 뭘 해야 할까로 가득찼다.

어머니도, 나도 함께 행복하기!

같이 행복하려면 뭘 해야 가장 좋을까?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은 방법일까?

오늘밤도 궁리하며 잠자리에 든다. 성공적인 미션수행을 위해 화이팅!!!  

 

119

어머니가 기력을 회복하시는 지말소리도 쨍쨍하게 힘이 들어가고 말투도 강해지셨다. 처음 오셔서 한동안은 작은 소리로 고맙다고 자주 말하시더니 이젠 크고 좀 앙칼진 소리로 마음을 끍어 대는 말씀도 잘 하신다. 힘이 생기면 그런 것일까?

마음속으로 고맙다고, 혹은 좋다고 생각하시는 듯한데 표현은 영 개떡같이 하신다.

참말로 개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데 순간, 서운한 생각이나 미움, 화가 치밀기도 한다.

숨은 의도, 속마음을 한 걸음만 물러나 보면 알게 되는 데 번번이 감정을 관장하는 5세인 뇌 편도체에게 당한다. 한번만 더 호흡에 집중하자. 오늘은 편도체에게 먹이를 주지 말자. 개떡을 찰떡으로 받아들이자

다짐하며 신님께 부탁드린다.

 

1111

오늘은 신앙해서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께 아침 저녁으로 수훈을 전하는 데 어머니는 약간 파킨슨씨병도 있고, , 어깨, 변비, 허리, 다리가 아프시다. 거의 온 몸이 아프다고 봐도 될 것이다. 특히 아픈 곳은 올 봄에 고생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남은 팔과 어깨다.

  머리부터 온 몸을 다 수훈을 전한다. 거의 온몸 맛사지 수준이다. 어머닌 언제나 수훈을 전하면 기분좋게 홍홍거리며 주무신다. 수훈이 아니면 이렇게 조석으로 부모님의 온 몸을 만져드리겠는가? 정말 고마운 일이다.

어제는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해서 따뜻한 손으로 어머니배를 살살 만지면서 "어머니 배는 똥배, 며느리 손은 약손! 맞지요?" 눈을 감은 채 "~"하신다. 쿡쿡 웃음이 났다

오늘은 손톱, 발톱을 깍으면서 손, 발 맛사지를 해드리고 여기 저기 안마해 드리면서 "어머니, 시원하죠? 공들이는 사람 손이라 좀 다르지요?" 했더니 "그래, 맞다. 맞다!"하신다. 어머니의 손톱, 발톱은 무좀으로 두텁게 변해서 깍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그 시간에 살아오면서 후회하는 일, 잘했다 싶은 일이 있으시냐고 물으니 그런 것도 없다 하신다. 없으실까? 생각하기 싫으신 걸까? “그게 다 사주팔자지. 운명이지. 누굴 원망하노.”하신다. 삶에 대한 달관이실까? 체념이실까?

 

1112

어머니는 오전에는 내내 주무셨다. 아침 식사 후 수훈을 전하면서 여기 저기 안마해 드렸더니 기분좋게 주무셨다.

오후에는 멸치 대가리와 똥을 땄다. 바삭 말린 거라서 잘 따진다고 하신다. 그리고 다하신 뒤 ?” 하셔서 마늘을 갖다 드렸다. 한참을 둘이서 마늘을 까면서 어머니 젊은 시절, 형제들 이야기, 아버님 이야기를 여쭤 보고 듣는다.

  저녁에 돌아온 이이가 저녁 먹으며 어머이, 오늘 뭐 하셨습니꺼?”하니 기분좋은 목소리로 며느리랑 놀았지하신다.

설거지를 하는 사이에 이이가 윷놀이를 꺼내서 둘이서 윷놀이를 하면서 논다.

"어머이, 윷놀이해서 진 사람이 내일 맛있는 거 사주기 하입시더."

"니 돈지갑 가져와 봐라. 돈 있는 가 보고 하자." 우스개 소리까지 하신다

꼬부랑 호호할머니인 어머니와 늙수그레한 아들이 아이처럼 같이 노는 걸 보니 흐뭇하다. 두 사람에게 다 행복한 시간이겠지. 보기 좋았다.

 

1114 

도종환님의 시가 생각난다.

오늘도 하늘 아래 큰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정말 그렇다. 어머니와도 잘 지내고 하루가 큰 허물없이 지나갔다.

오늘 오후에 어머니랑 이이, 셋이서 고성교회 가서 목욕시켜드리고 우리도 씻고 저녁밥 먹고 저녁 근행까지 드리고 왔다. 교회분들이 아주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따뜻한 방에서 쉬게 해 주시고, 자주 오시라고 하며 아들 며느리 칭찬도 아끼지 않으시니 어머니 기분이 좋으셨다. 자주 오마라고, 고맙다고 인사하신다.

  집에 오셔서 목욕해서 팔이 더 아프다고 끙끙거리신다. 대상포진 휴유증이 남아서 아픈데 계속 그런가 보다. 하긴 돌아가실 때까지 아플 거라고 병원에서 했다던가...

  아까 교회분들이 계실 땐 아프다고 안 하시더니 어머니가 안마를 해달라는 뜻으로 그러시는 가 해서 누우신 어머니의 아픈 팔을 살살 만져드리며 수훈을 전했더니 그대로 잠이 드셨다.

가만 보고 있으면 어머니가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엄마가 되고, 얘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때때로 애기처럼 떼를 써서 얄밉기도 하고.

 

1117

그 연세의 분들이 보통 그러 하시듯, 이 지방 사람들이 더더욱 그러 하시듯, 맏이인 사람들이 더 그렇듯, 어머니도 역시 표현이 참 거시기하다. 즉 개떡같다는 거다.

오늘 낮에 시중님이 진해서 돌아오고 손님도 와 계신데, 점심 먹으며

"어머이 계신께 참 좋쿠마느... 이사람 혼자 집에 놔둬도 걱정도 안 되고."

"? 누가 업어가까 봐?"

", 업어가까 봐 그렇치요."

"이래 못난 아~를 누가 업어간다더노?" 다들 이 순간에 한 대 맞은 듯 멍했다.

재빨리 내가 나섰다.

"와요, 못나도 얼매나 써 먹을 데 많은데~ 밥도 잘하지, 차도 잘 만들지..." 다 같이 웃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빠지려고 했다.

하필 많은 말 가운데 못났다고 하시네, !!’

고개를 저으며 호흡을 하며 생각을 잘라 낸다.

'지수야, 또 시작이냐? 말꼬리, 말에 매여서 스스로 기분이 나빠지는 거 또 시작할 거야? 개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속마음을 읽어야지, 겉으로 드러나는 말에 매이면 안 되잖아? 그렇게 말에 매이지 않고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 공부를 왔는데... 저 말씀은 손님도 있는데서 쑥스럽고 머쓱하니까 웃자고 하신 거야.'

그렇게 넘어갔다. 개떡하나 잘 받아넘겼다.

  오후에 주무시다 저녁참에 일어나셔서 점심 달라 하셨다.

"어머이~ 저녁입니더. 밖이 깜깜해서 불 켰다 아닙니꺼?"

"? 점심이지. 저녁 아이다."

불을 끄고 이중 창문을 열어서 밖을 보여드렸다.

"보이소. 캄캄하지예?"

"벌써 와 밤이 됐노? 야가 쥐약을 먹였나? 와 자꾸 잠만 오노?"

하셨다. 쥐약?? 아마도 수면제란 뜻이리라.

"어머이, 쥐약은요... 잘 주무시니 좋지요."

'듣고 보니 참 그렇네. 실컷 잘 주무셔놓고는 며느리가 수면제를 먹여서 그런가 하시는 거야?’ 슬그머니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다.

순간, ‘! 이것도 개떡이구만. 찰떡으로 받아넘기자!’

 오늘 개떡 두개를 찰떡으로 잘 받아 넘겼다. 까딱 잘 못했으면 걸릴 뻔 했다. 휴유~

 

어머니는 보름 만에 가시고 이렇게 어머니와 행복하기 미션은 성공적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