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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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도 알아야 하는 부모덕

 

김영미(양보교회- 광신포교소)

 

내 생일 전날,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다.

"네 생일인데 엄마가 미역국 끓여서 보내줘야 하는데... 미안해서 어쩌지?"

"? 엄마, 내 생일은 걱정하지 말어. 친구가 오늘 미리 생일상을 차려줬어. 불고기, 고기 들어간 미역국! 맛난 거 많이 해주더라. 엄마가 걱정 안 해도 돼. 진짜!!! 장에 좋은 약도 선물해주더라. 엄마가 직접 안 해줘도 엄마가 덕을 많이 쌓아놔서 주변사람들이 다 챙겨주고 있어. 신기하지? 이건 내 복이 아니라 엄마가 여기저기 덕을 잘 심어놔서 엄마 덕에 이렇게 누릴 수 있는 것 같애. 그래서 오히려 엄마한테 엄청 고마워."

 

엄마는 월차제를 지내고 나면 온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 내 입은 입도 아냐? 내가 먹을 건 남겨줘야지.." 라며 늘 투정을 부렸다. 그러는 나에게 엄마는 "외할머니가 주변사람들에게 베풀 땐 최고로 좋은 음식으로 해야 된다고 해서. 미안."

하셨다. 엄마에게는 난 늘 남보다 뒷전이라는 생각에 솔직히 섭섭했다.

하지만 그런 불만이 항상 있다가, 그 베품이라는 것이 무엇을 위해서 실천되어져야 했던 것인지 알게 된 순간이 있었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돈이 바닥나서 의식주 해결에 위기가 닥쳐왔다. 홈스테이 비용(하숙비용)을 제때 지급을 못하니 눈치가 보여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저녁식사는 항상 피해 다녔다. 그러다가 홈스테이 식구들에게 내 사정을 편지를 써서 설명했더니 "엄마에게 연락드려서 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드리고. 돈 못 낸다고 해서 식사 거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편히 마음 가져."라고 홈스테이 아주머니가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당시 영어가 짧아서 현지인들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들었는데, 아주머니가 해주는 말은 마음으로 들려서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너무 신기했지만 그때 그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말은 "땡큐고맙습니다."라는 말과 감동의 눈물이었다. 내 사정이 힘들수록 그분들은 나에게 더 관대하게 마음을 베풀어주시고 눈치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돈을 버는 대로 홈스테이 가족에게 전달했다. 일주일에 15만원 돈을 줘야했지만 일주일에 벌어들이는 돈은 고작 5~6만원. 그 돈을 고스란히 드려도 불평 없이 오히려 두 손으로 귀중하게 받아주셨다. 홈스테이 가족들의 배려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의식주에 대한 걱정 없이 무사히 유학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 위기의 순간이 있을 때 마다 막막하다가도 늘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내가 느낀 것은 순전히 내 복이 아니라 엄마의 실천 덕에 내가 받을 수 있는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리교에 평생을 몸 담아 오신 가족과 친지 분들, 그리고 주변 어른들이 늘 말씀하시길 이 길을 걷는 이유는 우리들이 각자 지닌 인연이 있는데, 그 인연들을 피할 수는 없고 받아들이면서 개척하기 위해서 걷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덕을 베풀고 덕을 쌓으면서 위기에 강해질 수 있고, 천리교에서 말하는 대난이 소난 되고 소난이 무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실천하시면서 체감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셨다.

 

어린 시절에는 갑작스러운 어려움과 불우한 환경이 원망스럽고, 밖에서 늘 실천을 하시는 엄마가 이해 안 될 때가 많았다. 항상 가족이 우선이 아닌 듯 했다. 그리고 눈으로 봤을 때는 전혀 나아지는 것은 없고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엄마가 하는 실천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운명 시나리오에 겪어야 할 무수한 위기가 있고 굴곡이 심한 인생을 살아야 했었다면, 부모의 실천으로 보이지 않는 덕을 무수히 쌓으시면서 내가 겪어야 할 고충들을 가볍게 만들어주셨다는 깨달음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이 아무리 힘들어도, 인연으로 봤을 때는 죽은 목숨과도 같은데 나를 살려놓고 지금도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기적과도 같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론 자식을 살아 숨 쉬게 하기 위해 뼈아픈 고충과 온갖 오해를 받으면서도 길을 묵묵히 걸어오셨다 생각하니, 원망하는 맘을 가졌다는 사실 조차 죄송스러워서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낸 적이 있다.

 

지금 숨을 쉬고 살아가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금 처한 어려움에 원망하는 마음만 가득했던 내 자신을 한번 쯤 책망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외삼촌(현 부산 양보교회장)은 늘 기본과 근본을 중요시 여기면 다른 모든 일들은 저절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는데, 기본과 근본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큰일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자식들에게 있어서 기본과 근본은 부모인 것은 확실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가 집을 비우고 실천을 나가셨을 때, 가족들을 등한시 한다는 오해를 했고 실천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성인이 되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또 극복해 나갈 때, 내가 버텨낼 수 있는 힘은 나한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그 만큼 부모자릴 지켜주면서 자식의 인연을 닦아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부모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많은 시행착오들을 통해서 반성하고 공부하시면서 어려움을 왜 겪어야 하는지, 왜 사람들에게 시달릴 수밖에 없었는지 등 지금 현재 닥친 현실에 대해서 하나씩 설명해주셨고 어두운 이면을 밝은 이면으로 이야기해 주시면서 다양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가짐과 생각을 키워주셨다. 그 덕분에 나도 마음 속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나 혼자만의 힘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식들은 현재의 삶이 남들과 비교되는 삶이고 만족할 수 없는 삶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불만과 불만족이 들어서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 힘들 때 부모님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부모님들이 자식들을 위해서 어떤 삶들을 살아오셨는지...

그리고 부모님이 부모의 자릴 지켜주시는 것만으로도 자식들에게는 지금의 삶이 최고의 삶이 되는 것은 아닐까.

 

자식들이 부모에게 원망을 표현했을 때, 부모님들은 건강하니까 원망도 할 수 있는 것이니, 건강하다는 증거니까, 건강하다면 원망 들어도 괜찮아. 참 다행이야라고 말씀하신다. 부모는 이렇다. 그저 자식만 건강하면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부모 마음이라는 것을. 자식들은 이런 부모마음을 다 알고 있을까.

내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자식을 버리지 않고 부모의 자릴 굳건히 지켜주시는 분들이 주변에 너무나 많고 그분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 덕분에 나는 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이 얼마나 귀중하고 값진 것인지 알게 되었다.

 

엄마가 직접 생일상을 차려주지 않아도 생일상 차려주는 친구와 어려운 사정인데도 불구하고 주머니 다 털어서 최고로 좋은 생일 선물을 해준 친구가 있고, 시험 치는 날 아침에 아침밥을 차려주는 친구가 있고, 공부할 수 있도록 방을 제공해주는 친구가 있고, 생각 정리가 될 수 있도록 책을 사주시는 분도 있고, 생활비에 보태라고 용돈을 주시는 분들도 있다. 그리고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잘되게 늘 기원해주시는 가족들이 있다. 예전에 이런 것이 행복인 줄 모르고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지만 이 모든 것은 엄마와 주변 분들이 내 뒤를 닦아주고 뒷받침을 해주셨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주셔서 내 자신을 위해서 무엇이든 열심히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지금 현실에서 나를 찾고 내가 숨 쉴 수 있고 내가 존재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부모님의 엄청난 희생, 노력과 버팀 덕분이다. 이것이 곧 자식이 알아야 하는 부모의 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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