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본 사이트에는
천리교회본부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이
담길 수도 있습니다.




천리교 교회본부



cond="$

명경지수41

집터 돌보기

 

박지수

 

 

얼마 전 경로당에서 동네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요가를 가르치는 히노끼싱을 하고 오다가 동네 정자에 잠시 앉았는데 주변에 풀이 많았다. 이 정자는 지난 겨울에 공사하여올해 처음으로 우리 동네 쉼터가 되었는데 때때로 동네 어르신들과 지나가는 나그네들의 쉼터가 되었다.

 

우리도 가끔 밤마실을 갈 때 앉아 쉬기도 하는데 바닷바람과 산바람이 지나는 길목이라 시원하다. 우리 포교소에서 불과 50미터도 안 되는 지척이니 여름밤에 자주 앉아 있게 될 것 같다. 그렇다보니 정자가 우리 것인 양 느껴지고 기분이 뿌듯하다.

 

밤에만 가끔 앉아 있어서 잘 몰랐는데 낮에 보니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주변에 심어놓은 남천나무가 환삼덩굴에 감기고 명아주와 쑥대에 묻히는 중이었다. 해서 내일 새벽근행 후에 히노끼싱하러 와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음날, 호미들고 모자쓰고, 고무장갑-긁히니까 고무장갑이 좋다-끼고 나섰다. 이렇게 관리에 들어가니 정자가 더 가깝게 느껴지고 우리 포교소 즉, 집터의 일부가 된 거 같다!

 

마침 전날 오전에, 지난 5월 기초교리강좌 때 회장님께서 정성이라는 주제로 강의하신 녹음을 다시 듣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흔히 불평, 불만을 가지거나 말하기 쉽지만 그러기 전에 그것을 내가 하면 된다. 어디가 지저분하다고 불평하기 전에 내가 그냥 그곳을 청소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정성이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불평하지 않고 남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것, 이것이 정성이다.

 

정성의 반대말은 건성이다. 건성 건성, 대충대충 하는 것이 정성의 반댓말이다.

 

그 고장에 한 사람이라도 정성이 있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싹이 튼다. 당장에 어떻게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한 사람이라도 리가 있으면 싹이 튼다. 차츰 차츰 차츰 1, 2년 리가 쌓여 크게 된다. (1888. 12. 22)

 

그런데 이 지도말씀을 때때로 보거나 들을 때마다 신님께 죄송하여 마음이 불편하였다. 결국 우리에게 마음에 정성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 이곳에서 이길이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자격지심에서...

어쨌든, 이렇게 스스로 알아서 하는 마음이 정성스런 마음이란 말이지.

그런 정성스런 마음이면 다스려진다고 하셨고.

그래, 여기 풀이 많은 걸 보았으니 그냥 풀매기 히노끼싱을 하자.

건성으로 대충하지 말고 정성으로 하자.

 

허리춤까지 오는 억센 풀들과 씨름했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마음이 정성스런 마음, 그 마음에 자유자재한 수호,

정성스런 사람이 그 고장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싹이 튼다.

이런 말씀들을 노래처럼 흥얼거리면서....

 

풀매기 히노끼싱하면 터전에서 교회장 자격 후기 검정강습 받을 때가 생각난다. 우리는 신님 수호를 받아 검정 전기도 후기도 부부가 함께 갔다. 후기 받을 때 아침식사는 미리 준비해 간 걸로 아주 간단히 해결해서 시간을 번 다음, 별석장 가는 중간 마당에서 풀뽑기 히노끼싱을 아침마다 했다. 잘 되지도 않는 일본어로 경내계에 가서 호미를 빌려 한 시간 남짓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요즘도 터전귀참을 하면 그 추억의 장소를 일부러 가 본다.

 

정자 주변에 자란 명아주와 환삼덩굴이 어찌나 힘이 센 지, 내가 도리어 딸려갈 판이다. 특히나 환삼덩굴은 나무를 감고 올라가서 엄청 힘이 셌다. 그날은 그 녀석들과 씨름하느라 진이 빠져 팔이 꽉 뭉쳤다. 팔뚝에는 아직도 그 녀석한테 긁힌 자국이 영광의 상처처럼 남아 있다.

 

잡초가 우거진 곳에는 쓰레기들도 많이 숨어있다.

한 시간 반 동안 땀 뻘뻘 흘리며 했더니 주변 정리가 되었다.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줍고 명아주를 빗자루로 대충 쓸어 정리를 하였다.

이제 비가 오면 이 주변에다 우리집에 있는 꽃 모종을 내다 옮겨 심어야지.

그러면, 이곳이 환해질 거야. 얼마나 보기에 좋을까? 미리 흐뭇해한다.

 

초여름 이른 아침이라 풀을 매고 있을 때 동네 분들이 많이 지나가신다.

  “? 사모님! 오늘 동네 길 가꾸기 하는 날이요?”

교회선생님이 욕보시네.”

  “더운데, 고맙구료...”

  “고생하요!”

  “수고가 많네요.”

한마디씩 하시고는 갈 길을 총총히 가신다.

 

반농반어의 바닷가 시골동네엔 이른 아침이 붐빈다. 밭에 나가시는 분들, 일찍 채소를 팔러 가시는 분들, 학생들이 나와서 차를 타고 병원에 물리치료하러 가시는 분들, 밭에서 돌아오시는 분들, 출근하시는 분들로 하루 중 가장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시간이 이른 아침이다. 이렇게 히노끼싱하고 동네 분들과 인사를 나누니 기분이 좋다.

이렇게 아침에는 건강하신 동네 분들을 만나고, 낮에는 경로당가서 몸이 조금 불편하신 동네 어르신들을 만나니 좋구나~ 싶었다. 그동안 경험해 본 바로는 우리 동네에서 전도란 우리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 히노끼싱하면서 얼굴을 보여 주는 게 최상이다.

 

터전귀참때 일본의 주택가를 지나면 잘 가꿔진 길가 화단이나 집의 화분들을 내놓은 걸 많이 보게 된다. 집집마다 화단을 가꾸고, 아니면 화분이라도 가꾸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선진국이란 저렇게 꽃을 가꾸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인 모양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 내가 아니겠는가, 먹고사는 일 걱정도 안하지, 특별히 매인 일도 없지. 나야말로 마음의 여유만만인 사람이니 이길을 가꾸는 데 적임자인 것 같다. 꽃길 가꾸는 히노끼싱으로 신님께 점수도 따고 동네전도도 되고, 나도 덩달아 기쁘니 이거야말로 일석삼조이다.

 

어버이신님의 몸인 이 세상 한 곳을 밝게 만들었다 싶으니 내 마음도 밝아진다.

교회장님께서 강의에서 말씀하셨듯이 내가 먼저 정성스런 사람이 되는 게 정말 중요한 한 거야!’ 다시 되새긴다. 정성이야말로 이길이 여기서도 힘차게 뻗어나갈 수 있게 하는 거름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지 않는가.

 

이렇게 조금씩 우리 동네를 가꿔나가야겠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 포교소 주변부터 넓혀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