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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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년12월][24]감기 몸살 - 박지수

2012.07.18 16:59

편집실 조회 수:1488

명경지수 24

 

 

감기 몸살

 

박 지 수

 

첫 추위에 감기 몸살에 걸렸다. 그 동안 여러 가지 일들 속에서도 잘 버티어 주던 몸이 스스로 대견하고 고마웠는데 결국은 몸살로 눕게 되었다.

 

11월 어느 수요일 아침, 정리가 덜 된 화단을 정리하느라 새벽근행 뒤 곧바로 일을 시작하였다. 화단 밑에는 지난 역사 때 파묻었던 벽돌이나 콘크리트 조각들이 있었다. 그것을 파내어 내다 버리고, 흙을 퍼 오고, 무거운 바윗돌을 두세 개 옮겼다. 서 너 시간 하고 나니 몸이 뻐근하고 쑤시기는 해도 기분이 좋았다. 저 화단에 예쁜 꽃들과 나무를 심을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난다. 오후에는 요가 수업을 밤늦게까지 했다. 목요일에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김해 원남성교회에 부인제 참배하고 친정으로 가서 제사 준비를 도왔다. 친정제사는 일 년에 두 번이다. 그 두 번을 우리는 친정 부모님께 효도하는 날로 작정하여 일찍 가서 준비하고 늦게 남아 마무리하며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많은 일들이 겹쳐 다른 날보다 늦게 갔다. 이미 청소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데 이날따라 친척들이 한두 분씩 미리 오시기 시작했고 청소는 다 못하고 있었다. ‘이를 어쩐담.’ 어쨌든 서둘러 청소를 하다 보니 쉽게 지친다. 그렇잖아도 어제 과다한 육체노동으로 뻐근한 몸이 고단하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 시간에 쫒기면서 준비를 하고 제사를 지냈다. 제사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서둘러 포교소로 돌아와 퇴찬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근행 시간까지는 한두 시간 밖에 없었다. 날이 밝으면 고성교회 부인회 제전일이었다.

새벽근행에 간신히 일어나 정성을 들이고, 고단한 몸을 잠시 달랜 후 상급교회로 갔다. 시간이 흐르고 부인회 제전이 끝났지만 이달 말 29일에 있을 한국부인회 총회 때문에 점심 먹자마자 근행연습을 해야만 했다. 각 교회별로 1장씩 올리는 근행에서 우리 고성교회는 팔수이고, 내 역할은 제1 창인이었다. 그렇지만 몸 상태가 말이 아니어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 심정을 모르고 목소리가 왜 그러냐, 단식하냐, 점심도 안 먹었냐며 옆에서는 다그친다. 반복해서 연습을 하고, 악을 쓰듯 창인을 연습했다. 그렇게 용을 쓰니 더 고단하고 힘겨웠다. 게다가 곧이어 있을 요가수업 준비도 태산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아무런 일이 없는 평소에도 부인회나 월차제일에 요가 수업이 있으면 참 힘이 든다. 용재회의실에서 요가를 하는데 제일(祭日) 전날이나 당일에 용재분들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요가에 관련된 물건들을 흔적도 없이 다 치워야 한다. 제일(祭日)이 끝나면 그곳을 청소하고, 다시 모든 요가 용품들과 차 마시는 도구들까지 옮기고 정리해서 아무런 일이 없었듯이 세팅해야 하기 때문이다.

힘겹게 오후반 요가 수업을 하고나니 몸이 아팠다. 저녁 근행 후에 수훈을 받았다. 그래도 저녁반 요가수업이 무척 힘이 들었다. 밤늦게 포교소로 돌아와 퇴찬 정리 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자고나면 낫겠지. 좀 고단한 거지.’하며 몸이 힘들어 하는 것을 애써 외면했다. 다음날이 토요일이었지만 나갈 일이 있어 외출했고 또 밤에 돌아왔다. 일요일에는 본격적으로 몸살이 났다. 이젠 모든 걸 제쳐 놓고 좀 쉬어줘야겠다 싶었다.

월요일, 억지로 요가수업을 하고 돌아와서부터는 아예 드러눕게 되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마치 등이 방바닥에 들러붙고 허리가 내려앉은 것 같았다. 다음날은 근행 보는 시간에만 간신히 일어났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하루 종일 쉬면 내일은 낫겠지. 수훈도 받았으니까. 좀 무리가 되었던 거야. 좀 쉬라는 건가 보지, .’ 가벼운 마음으로 조석으로 수훈을 받으며 마음 편히 하루를 잘 쉬었다.

다음날 수요일 아침 몸이 좀 가벼워 진 것 같아서 일어났다. 신전청소며 헌찬, 근행을 올리고 추운 신전에서 신자분이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랬더니 다시 한기가 들면서 아프기 시작했다. 방에 들어와 누우니 꼼짝하기가 힘들다. 어제는 온 몸이 아픈 것 같더니 이젠 그 아픈 게 몇 군데로 뭉쳐서 심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다리와 허리가, , 어깨와 팔꿈치와 손목, 발목이 뻐근하고 짜릿짜릿하였다. 오후에 해야 할 요가수업이 걱정이다.

그렇잖아도 신종플루가 대유행이라 누군가 감기나 몸살이라면 다들 깜짝 놀라며 경계하는 데 예삿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다가 한의사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혹시나 신종플루는 아닌지 알아봐야겠기에. [몸이 이런데, 몸살인가? 요가 수업해야 되는 데 처방이 뭐 있는지?]했더니 친구가 난리다. [자기 몸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고 요가수업이나 걱정하고 있네. 전형적인 몸살증세인데 심한 상태다. 요가수업이고 뭐고 다 치우고 링겔맞고 몸살약 지어 먹어라. 자기 몸이 살아야 뭘 해도 하지!]라며. 어쨌든 신종플루가 아니고 몸살이라니 다행이었다. 근데 그렇게 심한가?

사실 여태 살아오면서 몸이 아파 여러 날 누워 본 적이 없다. 많이 아프기 전에 미리 잘 쉬어주기 때문인지 아니면 건강해서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어릴 때부터 엄살을 피우거나 조금 아프다고 누워 있을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큰 병치레 없이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심하게 아픈지도 모르고, 큰일 났다는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냥 힘이 없고 움직이면 금방 다시 아프고, 한기(寒氣)들었다가도 더워 땀이 나길 반복했다. 그리고 움직이기가 어려운 정도니까 이게 몸살로 아픈 건가 보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친구 말을 듣고 보니 좀 심각한 가 보다 싶어진다. 그래도 요가를 시작한 요 몇 년간 아파서 수업을 휴강한 적이 없었는데 어쩌나? 망설여졌다.

계속 허리가 내려앉듯 아프고 일어나질 못하니 할 수 없어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래도 누워서 문자는 보낼 수 있으니 참 다행이네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이 걱정해 주었다. “열이 나느냐, 기침을 많이 하느냐고 물으며 신종플루 검사는 했냐고 한다. 열도 안 나고, 기침은 가끔 한다니까 그럼 신종플루는 아닌가 보다. 링겔을 맞으면 빨리 낫는다. 링겔을 맞으라고 권한다. 링겔이라니! 나가기도 어려운데 병원까지 가서 링겔을 맞을 리가 있겠나? 수훈을 받았으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곧 낫겠지. 우리는 우리의 처방이 있으니까. 어떤 이는 요가 선생님이 아플 때도 있어요?”하며 놀리기도 했지만 푹 쉬라며 위로해 주었다.

 

여러 날을 커튼을 내리고 어둑한 방에 누워 있었다. 가끔 커튼을 걷고 바깥을 내다보니 햇님도 숨어버려 세상은 음침하게 그늘져 보였다. 가만 누워있으니 들리는 거라곤 바람이 전깃줄에 감겨 우는 소리, 바람 타는 풍경소리만 온 세상에 가득했다. 적막강산이다. 세상에는 무심히 오고가는 바람소리밖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조금 열린 방문이 가끔 빼꼼 열렸다 닫힌다. 남편인가 싶어 눈 떠보면 바람이다. 세상이 없어지고 어디론가 사람들이 다 가버리고 혼자 남은 거 같다. 조금은 외로워지는 자신이 좀 낯설다. ‘, 오랫동안 아픈 사람들이 이런 마음이겠구나.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좀 외롭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네.’ 그러다가 몸뿐 만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도 생각이 났다. 그래서 몸이 아픈 사람, 마음이 아픈 사람을 위해 떠오르는 대로 누워서 기원을 한다. “신님, 그 사람이 건강하게 도와주세요. 그 사람의 사정이 해결되어 행복하도록 도와 주세요.” 그러다가 오랫동안 소원했던 친구들과 고마운 사람들도 떠올랐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안부를 전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여러 사람들이 아픈 걸 알게 돼 버렸다. 그렇게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문자 메시지로 위로와 격려를 해 주었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문자 메시지가 아픈 사람에게 참 고마운 거구나. 힘이 되는 거였구나.’ 싶었다. ‘옛날에는 문자 메시지도 없었는데 참 힘들었겠다. 문명의 이기가 좋은 점도 많구나.’ 온갖 상념과 깨달음들이 왔다 갔다 한다.

몸살이 나고 보니 여러 가지로 고마운 일들이 떠올랐다. 평소에도 아주 가끔씩 가벼운 감기 몸살은 한다. 보통 하루 쉬고 나면 활동할 수 있었다. 언제나 몸살이나 감기를 시작하면 목부터 아팠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목이 안 아프고 열도 나지 않았다. ‘목이 좀 건강해 졌나? 그건 고마운 일이군. 생각해 보니 병으로 요가수업을 빠진 적이 없으니 건강을 수호받고 있었구나. 그걸 잊고 있었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검정전기 강습을 받으러 갔을 때 몸살 났던 것도 생각난다. 벌써 13년 전 일이다. 그 때 담임이신 김기범 선생님께 수훈을 받았다. 수훈을 전하시고는 건강해서 아픈 사람 심정을 모르니까 그 심정을 알게 하시는 거라고 하셨다. 물론 건강의 수호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도 부족했겠지. 지금도 그런 걸까?

신혼 초에 남편은 내가 아프면 같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밥도 안 먹고 자기도 아픈 것처럼. 남들 신랑은 죽도 끓여주고 약도 사다 준다는 데 그냥 같이 굶고 누워있는 것이다. 기가 찰 일이지만 그런 상황이니 여러 날을 아플 수가 없었다. 이러다 둘 다 굶어죽겠다는 위기감이 들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끼니는 혼자 대충 때우고 방 밖 서재에서 숨죽이고 아픈 마누라를 지키고 있다. 비몽사몽간에 들으니 밤에도, 새벽에도 몇 번인가 냉수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 12장 기원드리는 신악가 소리가 신전에서 조그맣게 들렸다 사라졌다한다. 아마도 신상수호를 바라는 기원근행을 올리나 보다. 이 겨울에 냉수욕이라니 몸서리가 쳐 지지만 정성이 고맙다.

가끔 기침이 나오면 발작적으로 해대기 때문에 목에서 가슴까지 뻐근하다니까 남편은 수훈을 전하면서 이렇게 깨우쳐 보라고 일러주었다. “풍기수호의리 가르침을 받고 있다. 풍기수호의리는 호흡, 바람이다. 바람은 잘 통해야 하는 건데 잘 통하지 않은 곳이 있는가. 그런 사람이 있는가 잘 깨달아서 잘 통하게 하도록 하라. 그리고 목에 이상이란 것은 어버이신님께서 언제나 대난(大難)을 소난(小難)으로 수호해 주시는 것을 모르고 그 감사함도 없이 오히려 왜 무난(無難)으로 수호해 주시지 않나하며 배은망덕한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은혜를 은혜로 여기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면서 감사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통하지 않은 곳이 어딜까? 누굴까?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았다.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 소통되지 않고 서로 불쾌하게 끝난 일을 상쾌하게 잘 소통되는 것으로 마음의 길을 냈다. 다음번에 그런 일이 있으면 반드시 이렇게 서로 행복한 결말을 내겠다고 작정하고 반성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지난 시간들에서 줄줄이 소통되지 않고 막힌 일들과 사람들이 떠올랐다. 아파 누워 있으면서 달리 다른 할 일도 없으니 마음이라도 소통을 하며 길을 내었다.

그러던 중에 막혀 있던 대상 중의 한 사람이 위로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 마음이 통했나?’싶어서 놀랬지만 마음이 따스해 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점점 고마운 마음과 밝은 생각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생각나는 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감사와 축원을 전했다.

평소에도 늘 잊지 말아야겠다고 자주 다짐하는 게 있다. 그것은 내 형편이 어렵고 마음이 침울할수록 고마운 사람과 고마운 일들을 캐내서 감사를 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신상을 앓고 있는 것은 역시 진실로 감사가 적어서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반성과 참회, 그리고 감사와 축원이 이어지다보니 마음도 몸도 더욱 밝아졌다. ‘아프니까 이런 좋은 점도 있구나.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오다가 잠깐 멈춰서 뒤를 돌아보게 되었네. 돌아보니 반성하고 깨달을 것도 많구나. 이런 시간들이 내게 부족했기 때문에 기회를 주셨나 보다. 신님의 수호는 참으로 고마운 것이라는 깨달음도 생긴다.

금요일, 닷새 만에 일어났다. 다 나은 건 아니지만 월차제 준비도 해야 하고, 요가수업을 계속 빠질 수도 없었다. 월차제 후에 먹을 점심은 간단히 준비하기로 했다. 하다가 힘들면 좀 쉬었다가 하면서 준비를 마치고 월차제 근행을 올렸다. 좌근에 박자목을 치는 데 팔이 많이 아팠다. 아픈 동안에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역할을 바꾸어 12장까지는 손춤을 추었다. 손춤은 다른 때보다 오히려 편안하고 몸이 가벼웠다. ‘병을 앓고 난 뒤 가벼워진 몸과 마음이라고 하더니 이런 건가 보다. 아프면서 여러 가지 마음 반성과 청소를 해서 그런지 마음이 더 맑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몸도 잘 먹지 못했으니 당연히 가벼워졌다. 12장 손춤을 아주 가볍게 날아갈 듯 올리고 나니 이젠 몸이 다 나은 것 같았다. ‘한번 씩 몸살을 할 일이네. 이런 좋은 점도 많으니.’싶다.

요가 회원들은 약도 안 먹고, 링겔도 안 맞고 나았어요? 요가선생이라 참 건강하시네요!”한다. 웃으며 제가 천리교인이잖아요. 우리는 우리 방식이 있거든요. 수훈이라고 아프면 받는 특별 기도가 있어요. 수훈 기도는 힘이 세거든요. 다 믿는 데가 있죠!”하며 수훈을 설명했다. 회원들 중에는 더러 수훈을 받은 사람도 있고, 수훈으로 병이 나았다고 들은 적이 있는 사람도 있어 내 말을 거들어주기도 했다.

초겨울 몸살을 앓고 조금 마음이 큰 것 같다. 신상을 통해 마음 반성을 촉구하시는 어버이신님의 의도에 따라서. 이러니 어버이신님게서는 [신상과 사정은 이치의 꽃]이라고 하셨겠지. 신상이나 사정을 통해 신님의 말씀을 하나씩 하나씩 체득해 가는 게 재미난다.

 

몸이 불편하면 여러 가지로 생각하겠지. 생각하는 것도 리다. 신상은 걱정할 것 없어. 세상을 구제하려는 진실한 마음을 작정하면 충분하다. (189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