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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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16

신전에 엎드려

박 지 수

 

이번 달은 특별수련회가 열리는 달이다. 모든 에너지를 특별수련회에 쏟다보니 아무런 글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원고는 뒷전으로 밀리고 밀려 마감날을 넘기고 말았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남편이 그러면 그 수련회 준비하는 과정을 글로 써보라고 했다.“뭐 별스레 좋은 이야기라고 교회보에 공개하겠나?”하고는 또 며칠을 지났다. 원고를 빨리 내라고 독촉을 받고 있지만 원고작성에 신경이 전혀 안 간다. 하는 수 없이 수련회 준비하는 심정을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그게 지금 내 최대의 관심사이니까.

올해는 개인 수련을 많이 하고, 또 수련회도 많이 열어보려고 연초에 계획을 세웠다. 인연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나 자신이 즐겁고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일도 많겠지만 한 가지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해 역사로 중단했던 요가교실을 올해 열기로 한 것도 포기했다.

하지만 그것이 신님 뜻에 맞지 않았는지 주변 상황이 허락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수련회를 줄이라는 압력이 들어왔던 것이다. 애초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고 처음 작정한 마음이 많이 꺾여서 의욕이 사라지게 되었다. 타오르던 열정이나 의욕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여러 날 공동상태가 계속되었다. 그럼 뭘 하지?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지? 신의 뜻을 묻고 물었다. 해도 답은 쉽게 오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너무 강한 집착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너무 원망스러웠던 걸까? 둘 다겠지. 한동안 의욕 없음과 열정 없는 상태가 지나고 봄이 되었다. 어느새 올해 한번 뿐인 일단계 수련회인 특별수련회가 다가왔다.

 

특별수련회는 준비할 사항이 아주 많다. 준비물도 엄청나고, 챙기고 신경써야 할 게 많다. 무엇보다도 조장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수고를 차지한다. 조장은 보통 4명이 필요하다. 수련회 정원은 24명이고 각 조는 6명 이내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조장이 특별수련회 성패의 절반이상, 그리고 수련회에 드는 정성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특별수련회는 조별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특별수련회의 집행부는 엄격한 아버지같은 진행자와 따뜻한 어머니같은 조장으로 나누어진다. 아이를 키울 때 엄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가 어우러지는 게 예로부터 이상적인 가정으로 치지 않던가? 그런 연유로 진행자와 조장 사이에 역할 분담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엄한 진행자에게 상처받거나 불평불만이 있을 때 따뜻한 조장이 엄마같이 어루만져 위로하고 보살피면서 차근차근 납득을 시켜야 한다. 그래야 수련회가 원만히 진행되고 더욱 큰 효과를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조장이 선생같이 가르치려고만 든다든가, 아이처럼 철없이 행동한다든가 하면 수련회 효과는 반감된다. 해서 나름대로 조장을 구하는 데 원칙을 정하고 좋은 조장을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게 된다. 평소에도 조장후보들에게 정성을 들여 인맥관리를 하고 항상 친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도록 마음을 쓴다. 조장역할을 맡아 주는 분들이 대체로 그런 유대관계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조장 자격은 특별수련회를 참가한 경험이 있고, 이단계인 33야 기원수련회도 참가한 경험이 있는 분들을 우선으로 한다. 수련회 참가하여 신앙하는 기쁨을 만끽하고 수련회 분위기와 목적을 잘 아는 분에게 조장으로 히노끼싱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래야 조원들을 설득시키고 격려할 수 있으며 이단계로 바르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포교경험이 있거나 현재 교회 후계자 입장으로 이길 안에 있는 분이 대상이 된다. 평신자가 아닌 교직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어떤 분들일지 알 수가 없지만 대체로 평신자보다는 포교소장, 교회장, 교직자들이 많기 때문에 조장으로 앞서서 이끌어 가려면 이것은 당연한 자격조건이다.

또 가능하면 나이 구성을 40-50대로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40-50대는 나름대로 인생의 경험이 풍부하고 이길의 연한도 어느 정도는 쌓인 나이이기 때문이다. 너무 젊지도, 늙지도 않아 젊은 사람에게도 연세 드신 분들과도 쉽게 이야기를 털 수 있는 나이인 것 같다. 그리고 조장역할은 많은 에너지가 요구되기 때문에 연세가 많은 분들은 체력에서 힘들어한다. 그러나 너무 젊으면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편, 조장역할에서는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사실 참가자들이 어떤 분들일지 사전에 거의 알 수 없다. 돌발사태가 벌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조장은 어떤 상황에서든 대처할 만한 능력이 요구된다. (물론 조장의 통제 밖의 상황에서는 진행자가 나서기도 한다) 때로는 글을 모르는 참가자를 대신 해서 글을 써 드려야 할 때도 있고, 이해능력이 떨어지는 연로하신 분들이 참가자로 오시면 내용을 쉽게 풀어드려야 할 때도 많다. 그리고 조별프로그램 중에도 이해력과 독해력이 필요한 시간이 있고 그 프로그램에서 어떤 효과를 이끌어내야 할지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 또한 아주 중요한 자격요건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누가 봐도, 어떤 면으로든 앞장서는 리더로서 자격이 있어 보이는 분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인격적으로나, 신앙적으로 본받을 만한 분이면 정말 좋겠다.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조장을 구한다면 아주 훌륭한 수련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 주는 조장 4명으로 짜여진 수련회는 지금까지 없었다. 우리 수련회와 집행부가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덕의 수준에 따라 조장이 짜여질 뿐이다. 지금은 조장 4명 숫자를 채우기도 급급한 실정이다.

 

앞서 거론한 한, 두 가지 필수 조건에서 벌써 조장 후보의 2/3는 탈락되고 나머지 조건까지 충족시키려면 아주 적은 숫자가 남는다. 압축되고 걸러진 후보들이 부탁을 한다고 해서 조장이 되어주지도 않는다. 조장을 한다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뭔가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히노끼싱이니 다른 일을 제쳐놓고 올 만큼 큰 매력이 없는 모양이다.

조장후보들이 누구 없이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빼 수고를 해 준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음으로는 꿀떡같이 수련회를 돕고 싶어 하지만 무슨 일들이 그리 발목을 잡는지 사연도 참으로 많고 많다. 고맙게도 그동안 조장을 너무 많이 해서 빠지고 싶다는 사연부터 아이가 어려서 두고 올 수가 없고, 부모님이 연로하시니 집을 비울 수 없고, 자기 교회 부인회 제전날이니까 안 되고, 상급의 월차제날이거나 부인회 제전날이니까 안 되고, 제사니까 안 되고, 아이에게 일이 있어서 안 되고, 위령제가 있어서 안 되고, 남편이 안 보내줘서 안 되고, 회장님인 남편이 집을 비우니 안 되고, 자기 작정이 있어서 안 되고, 상급에서 하는 작정에 동참해야 되니 안 되고,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입장 바꿔서 들어 보면 조장 못할 형편이 충분히 이해된다. 이렇게 자격이 되고 조장으로 초청하고 싶은 분들이 시간이나 여건이 안 되는 것이다. 한편 간신히 구해놓은 조장도 상급에서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남아있는 힘과 의욕마저 쑥 빠져 버린다.

이 정도에 이르면, 조장 없는 수련회를 해야지, 도저히 이거 못하겠다!’는 절망과 회의로 마음이 침울해진다. 특별수련회를 15회 했으니 거쳐 간 용재만도 300여명, 이단계 33야기원수련회는 14회 했으니 100여명이 된다. 숫자로만 따져 볼 때 조장 후보는 100여명이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수련회 때마다 조장 후보 50~70명에게 문의를 하고 부탁을 해도 그 4명을 구하는 게 너무나 힘들다. 만나서 부탁하고, 문자메세지도 보내고, 전화통화를 100여 차례나 하고. 특별수련회를 시작하려면 언제나 이 문제가 끝까지 쉽게 해결되지 않아 가진 열정, 에너지를 다 쓰게 된다.

 

게다가 참가자를 구하는 일 역시 만만치 않다. 이분, 저분, 이 교회, 저 교회 아는 분들을 붙잡는다. 산하 용재분들 특별수련회에 좀 참가시켜달라고, 혹은 당사자에게 참가해달라고 부탁하고 권유하고 애원까지 할 때도 많다. 그래도 정원 24명을 채우는 일이 매우 드물다. 지금까지 햇수로 10년 째, 횟수로는 16번 째 수련회를 열어 오는 동안에 24명이 넘은 경우는 3번이었다. 그러면 정원을 줄여야 할까? 수련회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최적 인원은 24명이라고 믿고 있는데.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위에 쓴 내용대로 과정을 다 거치고 있는 중이다. 여느 때처럼 끝까지 가보면 뭐든 신님의 답이 있겠지. 되어지는 이치가 신의 이치라니까 하면서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이렇게 수련회를 열 때마다 아이를 낳는 것 같은 산고를 치른다. 어버이신님, 교조님께 순산허락을 받아 쉽게 아이를 낳는 방법을 빨리 체득하면 좋겠는데. 아직 신앙이 어리고 진실과 정성이 부족하여 산고가 엄청나게 크다.

이제 수련회는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조장들은 아직도 절반 밖에 구해지질 않았다. 참가 신청자 역시 절반 수준이다. 몸에서는 코피가 나고, 머리도 아프고 탈진상태처럼 힘이 다 빠진다.

,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해 볼 수가 있을까?

오늘도 나는 신전에 엎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