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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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청 가는 길에 생긴 일

 

김현경(안동교회)

 

매월 10일은 우리교회 월차제다. 그리고 오늘은 전도청에서 고적대 합숙이 있는 날이다. 그래서 새벽부터 마음이 급하다. ‘어떻게 하면 일처리를 수월하게 할까? 짜증나는 마음은 없어야 할 텐데하고 생각하던 중에, 도련님이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와 교회까지 태워 주었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 졌다. 별일은 아니지만 잔일이 많으면 교회일이 늦어질까 마음이 졸이고 초조해진다.

 

동서네 아이들과 처음으로 월차제 근행을 다 보고 맛있는 점심을 먹고 전도청 가는 버스에 무사히 탈 수 있었다. 아이들 다섯을 데리고 나섰는데 작은 애들도 있으니 네 명 차표만 타도 된다는 이야기를 누가 하길래, 그래도 되겠지 싶어서 네명 표를 탔다.

버스는 무사히 출발하였고 중간에 동명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그 동안 화장실을 들리거나 잠시 쉰 후 기사 말대로 시간 맞춰 자리에 앉았다. 물론 우리 아이 다섯이 다 왔나 살펴보았다.

잠시 후 차는 출발했고 무사히 가는 듯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에게 전화가 오고 경찰차가 우리 버스 앞에서 싸이렌을 울린다. 무슨 일이 있나? 그때까지 전혀 사태 파악을 못했다. 우리는 졸지에 서대구 톨게이트에서 정지하게 되었다. 기사 아저씨가 나에게 오더니 아줌마, (아이) 하나는 표를 안 끊었어요?” 한다. “~~이제서야 사태 파악이 되었다. 휴게소에서 한 명이 안 탄 것이다. 우리는 휴게소에서 타지 못한 아이가 경찰차로 타고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마음이 또 초조해 진다. 경찰차는 빨리 좀 오지. 승객들이 성 내면 어쩌나. 그 중에는 일이 바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와 약속을 한 사람도 있을 텐데. 어쩌나! 왜 이런 일이. 이제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신님의 의도는 무엇일까?

내가 무얼 잘못했지? 그야 돈 조금 아끼려고 아이 한명 분 표를 사지 않았고, 휴게소에서 출발할 때 기사 아저씨는 받은 표의 인원만 체크한 것이다. 결국 내가 원인을 제공해서 아주 난처한 일이 생겨 버렸다.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다.

불같이 화를 낼 것 같은 기사아저씨는 그다지 나에게 성을 내지는 않았다. 이제부터는 아무리 어려워도 표는 다 끊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정말 아찔하기만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게 멀리 가지 않고 빨리 연락이 왔다는 거다. 그리고 버스 앞자리에 타신 양복을 입고 계신 분만 조금 투덜거리며 이렇게 기다리게 하냐고 조금 성을 낼 뿐,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또 승객 중 한 분에게 전화가 왔는데 왜 늦냐는 내용인 것 같다. 휴게소에서 한 사람 안 타서 기다리느라고 늦었다 한다. 그분도 이런 일은 처음이란다. 사람들에게 무척 미안하다. 그렇지만 아무 말도 안하고 넘어가주니 또 정말 고마웠다. 아마도 전도청에 고적대 합숙하러 가는 길이어서 신님이 가볍게 넘겨주시는 걸까?

신님의 뜻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중간에 기다리는 시간이 50분 정도여서 도착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산 도착하니 기사아저씨가 서둘러 왔는 덕에 30분 정도 늦어졌다. 도착해서 화가 난 기사아저씨가 아~ 한명 값내고 가란다. 아예 버스회사 직원이 버스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결국 차비를 계산하고 부랴부랴 김해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일도 생각났다.

어제는 조카 충희네 집에 피페 연습을 시키려고 갔는데 시간이 9시가 조금 넘었다. 너무 늦어서 연습은 시키지 말고 동서 오면 얼굴보고 얘기나 좀 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동서네에 가니 충희가 피페 연습을 하려고 해서 그냥 시켰다. 그 곡을 부르고 나니 골목 옆집에서 아저씨가 시끄럽다고 막 욕을 한다. 난 깜짝 놀라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아저씨가 계속 욕을 해대니 무서웠다. 좀 잠잠해져 휴, 살았다 싶더니 또 욕을 한다.

욕을 듣다가 저 아저씨 이집에 쳐들어오면 어쩌지? 이집엔 지금 어린애 둘과 나 뿐인데싶으니 가슴이 졸인다. 충희도 무서운지 여기 방에 불을 끄고, 안방으로 가잔다. 무서워서 안방으로 피신하고 시동생에게 빨리 집에 좀 오라고 전화했다. 시동생은 지금 대구라서 못 간단다. 큰일이다. 셋이 숨죽이고 조카 다영에게 받아쓰기 시키고 동서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가만 보고 있으니 아이들이 참 불쌍하다. 엄마, 아빠 다 일 나가고 늦게 오니 기다리다 얼굴도 못 보고 잠드는 날이 많단다. 아이들끼리 챙겨먹는 밥, 쌓인 설거지들을 보니, 동서가 너무 고생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서워서 아이들끼리만 밤에 두면 안 되겠다 싶었다. 옆집 아저씨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계속 욕을 하고 있다.

이제 좀 조용해지나 싶을 때 동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서 난 그대로 설명했다. 동서가 그 아저씨는 자기 술 마시고 행패부리는 건 생각도 안하는 모양이지?” 하며 역정을 내다가 이 동네가 좀 그렇단다. 동서랑 대충 얘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오늘은 또 내가 원인 제공을 하여 여러 사람의 발을 30분이나 묶어두었으니 왜 이런 일이 일어나나 싶어 신님의 의도와 내가 잘못 생각한 것들을 이것저것 생각해 본다. 이제 남의 눈을 속이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다.

 

무사히 전도청에 와서 참배를 드리고 연습시켰다. 다음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온프레이드 연습은 할 수가 없었다. 점심을 먹고 해산했다. 전도청 주방에서 히노끼싱을 하고 있는데 효빈, 혜빈, 다영, 연지가 다른 애들보다 늦게 점심 먹으러 왔다. 마침 밥도 떨어진 참이라 속이 상해 뭐 하다가 늦게 왔냐고 혼내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 가서 먹지 뭐하고는 아이들을 달랬다. 먹돌이 충희는 밥 먹었나싶어 살펴보니 ? 도울이도 밥 먹고 있네. 그래, 둘은 먹었네.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마산으로 와서 안동 가는 버스를 타니 어제 그 아저씨다. 아저씨가 사장님께 야단맞지 않았는지 걱정이 들었다. 어쨌든 내 잘못이 컸기 때문에 내릴 때 기사 아저씨께 다시 사과를 드렸다. 그랬더니 모두 다 자기 집 아이요한다. 웃으며 그렇다했더니 다음에 한잔 사라 한다.”

생각해 보면 50분이나 기다리게 했던 일이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고마웠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하신 신님의 의도는 무엇일까. 혹시 어버이신님이 나를 보시며 답답해하시는 것은 없을까? 조석근행에 빠지지 말고 제대로 참배해서 더 행복해지라고 재촉하는 건지. 아님 마음, 성격, 얼굴표정을 밝게 고쳐서 하루 속히 성인하라는 건지.

어쨌든 다시 생각하기도 끔찍한 탈도 많은 토요일, 일요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