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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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같은 강에 발을 담근 사람들에게

 

강영순(신화교회장)

 

이제는 완연한 여름에 들어섰습니다. 한 낮의 폭염에도 익숙해지고,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 울어대는 매미소리도 자연스러워지는 그런 여름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사는 경북 영천은 한 여름의 더위라면 전국 어느 지역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무덥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 영천도 시()의 가운데를 유유히 흐르는 금호강(琴湖江)’이 있는 덕분에 무더운 여름날에 물놀이도 하며 한결 시원하고 견딜만한 여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자연의 시순(時順)으로 여름이 오기 전에는 언제나 그렇듯 장마가 찾아옵니다. 지난달의 장마기간에도 불어난 금호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온통 흙빛으로 힘차게 출렁이며 둑을 넘길 듯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즘 해서 아들 녀석이 무슨 결심이 섰는지 자전거를 타고 집을 떠나 전국일주를 나섰습니다. 6월말부터 7월까지 보름을 넘게 전국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장대 같은 장마 비가 내리는 날 환하게 웃으면서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아들을 보면서 또 한 번 크게 느끼는 바가 있었습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 나오는 해냈다는 긍지와 자신감, 그리고 환한 기쁨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진심으로 자기가 한 일을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20대에 꼭 전국일주를 하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루고, 피하다보니 결국 20대의 마지막까지 떠밀리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도저히 미룰 수도 없고, 더 이상 미루다가는 20대의 젊은 시절이 모두 지나가 버리고 말겠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하던 공부를 잠시 접어두고 집에 있던 자전거와 침낭 그리고 여비 몇 푼을 들고 무작정 나섰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야 말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만, 오히려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저렇게 나설 수 있는 나이와 용기가 부러웠고 그리고 마침내 무사히 돌아와서 기뻐하는 모습이 기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전국을 고스란히 적셔주던 장마도 서서히 가고 화롯불 숯덩이마냥 새빨간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엊그제만 해도 그토록 힘차게 포효하듯 흐르던 강도 지금이야 나지막하고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 탓에 어른이고 아이 할 것 없이 그 흐르는 강에 발을 담급니다. 누구는 강 속에 고기를 찾고, 누구는 강 건너편 어딘가로 향하며, 또 누군가는 그 어딘가를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 같은 강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고 있으나 그 모습이야 제각각이고 생각 하는 바 또한 많이 달라 보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그네들을 보듬은 강물 또한 다르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담그는 순간 내 발밑의 물은 저 멀리로 흘러가버리니 내가 알던 그 물이 아니지 않은가요. 모든 이가 그러할진대 어찌 같은 강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문득 신앙도 이와 비슷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용재로서 발을 담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습은 제각각이고, 생각도 다르고, 실천하고 추구 하는 바 또한 다릅니다. 그리고 그 모습 속에서도 희망하고 바라던 신앙을 향해 걸음을 옮겼지만, 어느 순간 그것들은 저 만치 흘러가버렸음을 여러 차례 보아왔습니다. 또한 사정을 만나서 미끈거리는 돌챙이에 쓸려 나자빠지고 온 몸을 적시며 강물에 주저앉고 말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크게 보자면, 우리 모두는 강안에서 무사히 있는 것입니다. 제각각의 사정으로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서로 다른 위치에서 때로는 넘어지고, 바로 서고, 다시 걷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하나의 강에 무사히 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강에 발을 담근 사람들입니다. 어떤 인연을 만나서 아직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고 있어도, 혹은 가만히 서 있어도, 이 맑고 좋은 강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덧붙이자면, 무더운 여름날에 강물이 시원하듯 시와 때가 있음도 잊지 말았으면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때가 있다고 봅니다. 같은 강에 발을 담근 사람들일지라도 다른 강물이 그리고 또 다른 강물이 계속 흘러서 오고 가버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헛되이 보내버리지 말고, 오늘을 분명히 세워 전도포교에 힘쓰고, 더 열심히 살았으면 합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어제를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지 말고, 한 걸음을 더 내딛어 오는 강물을 밟으며 걸어갔으면 합니다.

어느 더운 여름날 저녁에 영천 금호강둑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들을 두런두런 해보았습니다. 부디 저와 같이 이 좋은 강에 발을 담그신 모든 분들이 이번 여름에도 무탈하시고, 큰 더위 없이 나시길 기원 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