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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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잘하고 있다는 착각

- 4606호 효자인연이 가득한 병실 이야기

김영미(광신포교소)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신지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서울에서 공부를 하다가 오랜만에 할머니 병문안을 갔더니 어머니는 그 동안 있었던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특히, 4606호 병실 사람들을 통해서 세상구경을 시켜주기 위해 어머니는 나만 잘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살았던 것 같다라며 운을 띄우셨다.

 

1) 우리 할머니가 군수로 칭하는 25세 청년 민호학생.

내가 할머니 병문안 갔을 당시 나를 부끄럽게 만든 학생이다. 민호는 바가지머리에, 가수 성시경을 연상시키는 뿔테안경을 쓴 선한 인상이다. 초록색 옷을 즐겨 입으며 25세 또래 청년들답게 스마트 폰을 좋아하는 듯하고, 더운 여름이라 부채를 들고 우리 할머니랑 웃으면서 사담을 나누는 아주 아름답고 순수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어머니 말로는 민호는 외할머니를 1년 반 동안 병간호를 해드린 경험이 있고 이번에는 친할머니 간병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다른 학생들과 다를 바 없어보였지만 어른들을 대하는 모습과 특히 그 또래에는 꺼려할 수도 있는 할머니 간병을 너무나 능숙하고 정성스럽게 했다. 나도 병원치료 받기 위해서 진주에 내려왔었는데 피곤한 나머지 할머니 병간호를 하기엔 체력이 달려서 어머니한테 짜증도 많이 냈었는데 민호학생이 나보다 더 우리할머니한테 관심을 주며 재미있게 이야기도 나누고 휠체어에 태워서 바람도 쐬어주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고 많이 부끄러웠다. 민호학생의 별명이 군수인 이유는 병실의 모든 분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었기 때문에 우리할머니가 민호 별명을 군수로 지어주었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부재중일 때 민호가 할머니 간병을 해 주었다. 말로 실천을 요구하는 것보다 행동을 보여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실천하게 만드는 아주 고단수 순수 청년이었다.

 

2) 이수남 할머니 효자아들

이수남 할머니는 뇌경색으로 병상에 누우셨다고 한다. 할머니 옆에는 어느 정도 덩치가 있고 듬직해 보이는 아들이 늘 지키고 있었다. 처음엔 아들이 한 명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아들 며느리들도 번갈아가면서 할머니를 정성스럽게 보살피기도 하지만, 특히 앞서 언급한 아들이 할머니 간병에 정성을 많이 쓴다고 한다. 할머니가 금식을 해야 할 때는 아들도 같이 금식을 실천하며 할머니의 고통을 같이 느끼기도 하고, 주변 어른들을 대할 때도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는 것처럼 똑같이 돌봐드리고 관심을 가져주었다고 한다. 민호가 오기 전에 어머니 대신에 우리할머니를 돌봐주기도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남이 가족보다 편할 때가 있다는 것을 이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3) 김성출 할머니의 효부들

고관절로 병상에 누우신 김성출 할머니는 슬하에 32녀의 많은 자녀들을 두셨다고 한다. 모든 자녀들이 하나같이 할머니께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3명의 며느리들이 더 효부 노릇을 톡톡히 한다고 한다. 큰며느리(50)가 작은며느리(67), 막내며느리(55)보다 나이가 작다고 한다. 분명히 나이로 인해서 갈등이 있을 법도 한데 그런 갈등이 전혀 없고 며느리 3명이 모이면 더 즐겁고 유쾌하다고 한다. 3명의 아들들은 해병대 출신인데, 그들은 귀신은 잡아도 아내들을 잡을 수 없다고 농담처럼 이야기 할 정도로 가정에서 며느리들이 역할을 잘해내고 있는 것 같았다. 3명의 며느리들이 돌아가면서 할머니를 간병하면서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병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나눠먹고 병실 내의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4) 88세 노모를 간병하는 70세 효자아들

어머니 말에 의하면 4606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은 88세 노모를 간병하는 70세 효자아들이라고 한다. 노모는 중환자실에 있다가 입원실로 옮기는 과정 중에 70세 아들은 노모 곁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도 놀라워했던 아들의 모습은, 아들이 노모에게 늘 사랑스럽게 스킨십을 하면서 모자지간에 감성을 교감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작은 아기들은 예쁘다고 스킨십을 해줄 수 있지만, 나이 드신 분께 스킨십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그는 노모에게 받은 사랑을 간병하면서 다시 돌려주는 것 같다고 했다.

 

5) 중국인 어머니와 효녀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 중국인 어머니. 그런 어머니 곁엔 중국인 효녀 딸이 있었다고 한다. 중국인 어머니가 중환자실에서 거동을 힘들어할 때 딸은 24시간 동안 어머니의 온 몸을 마사지했다고 한다. 한동안 중국인 어머니는 음식과 약을 코를 통해서 섭취를 했었는데 딸이 지칠 만도 했을 텐데 어머니에게 정성을 쏟은 덕분인지 사과즙을 내서 어머니 입에 넣어주니 맛을 느껴서 너무나 맛있다고 그 이후 입으로 음식을 드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사지하는 것, 말이 24시간이지 진짜 엄청나게 힘든 노동과도 같은데 중국인 딸은 어머니만 생각하고 열심히 정성을 쏟은 듯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사지 30분만하면 지치는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난 마사지를 정성으로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보다 노동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서 살짝 부끄러웠다.

 

6)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식과 며느리를 둔 이순래 할머니와 최복래 할머니

보통 자식이 사회적으로 잘나가다 보면 부모한테 소홀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이순래 할머니와 최복래 할머니의 자식과 며느리들을 보면 부모에게 잘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 할머니의 자식과 며느리는 소위 사장, 검사, 금융권종사자, 목사, 교사 등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어머니를 돌아가면서 직접 간병을 해드렸다고 한다. 특히,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준 재산이나 금전이 있으면, 자식들은 그 돈과 재산을 어머니 병원비에 보태는 등 부모한테 물려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요즘엔 재산과 물질로 폐륜범죄가 많이 일어나는데 아직까지 세상은 어둡지만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7) 할머니의 25세 손녀

우리 어머니는 병실 입구에 유독 앳되고 예쁘게 보이는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폐결핵에 걸린 할머니 병간호를 너무 능숙하게 하는 소녀의 모습이 보여서 너 혹시 할머니 손에서 자랐니?”라고 어머니가 물으니 그 소녀는 , 할머니가 키워주셨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할머니한테 받은 사랑을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손녀의 모습이 너무 대견해 보였다고 한다. 그 이야길 듣고 민호이야기 다음으로 내 맘을 찌르는 이야기였다. 나도 할머니 사랑을 받았었는데 할머니랑 싸우고 내 몸 아프다고 할머니 잠시 봐드리는데 투정을 부렸는데 민호랑 이 소녀는 받은 사랑을 베풀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외에 많은 사람들이 4606호를 지나갔다고 한다. 자식 둘을 잃고 그 충격으로 파킨슨병을 앓은 조미나루 할머니. 그러나 쌍둥이 딸들이 살갑게 어머니를 돌봐주고 주변사람들에게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였고, 어머니가 식물인간상태여서 아내와 별거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불교공부하시는 선생님 등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을 어머니는 만났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서 큰 공부를 하셨다고 한다.

내가 근본을 열심히 공부했고, 내가 가장 효도를 잘해온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나 아니고도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종교인인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 엄마도 우물 안 개구리였나 보다. 그래서 한편으로 엄마도 그들을 보면서 많이 반성하게 되고 머리로 아는 것보다 비로소 실천하는 효도가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잠시 만난 인연들이 나에게 큰 깨우침을 주어서 참 감사하구나.” 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오호!! 그게 그렇게 되는 거야? 진짜 어쩌면 나 혼자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교만이고 여기에 모든 사람들의 실천이 그런 교만을 깨주는 거네? 완전 좋은 사람들이다. 어떻게 남들에게 행동을 강요하지 않고 깨달음을 주지?”

말 그대로 몸으로 하는 실천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야. 효자인연들을 만나서 엄마도 큰 공부한 듯 해. 그리고 요즘같이 흉흉하고 삭막한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로 안심이 되는 것 같아. 진주가 왜 양반도시인가 했더니 효자들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어머니 눈으로 내가 몰랐던 세상을 한 번 더 볼 수 있었고, 어머니의 깨달음으로 세상은 나만 열심히 살고 내가 최고로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요즘은 머리만 똑똑하고 입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진실한 진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왜곡되고 와전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행동하는 실천. 이것이야 말로 올바른 진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진정한 살아있는 교육이라는 것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머리를 한 방 맞은 듯한, 그러나 아주 신선한 깨달음을 준 4606호 효자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 이 이야기 전반은 내 어머니(광신포교소 김복순)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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