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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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년05월][25회] 5월

2022.04.26 17:10

편집실 조회 수: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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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

 

올해의 원단제를 지내고 왠지 기분이 좋았다는 글을 쓴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5월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5월을 생각하면 저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고성교회 어린이 근행총회(이하 근행총회라 합니다.)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한 번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나에게 5월이란 근행총회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행총회를 준비하며 겪은 몇 가지 기억에 남은 일을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1. !!!! 어쩌지???

근행총회는 지역별로 나눠서 각 지역 담당자가 정해지고, 제원을 챙기고, 합숙을 하며 행사 전까지 몇 번 만나서 근행연습을 합니다. 우리 창원지역은 우리 교회가 상단 중단이 있는 신전이 있고, 교회장 부부가 젊다는 이유로 창원지역 담당을 맡게 되었습니다. 각자 집에서 연습을 하다가 주말에 모여 연습을 하는데, 그때 저희는 신혼이었기에 아이도 없었고, 애들이 저한테 누나라고 하며 따라다녔습니다. 남자아이들이 많고 10여 명 어른들과 아이가 모이면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른들은 뭐 신경 쓸 게 없이 잘 도와주시지만, 아이들은 회장님 혼자 감당이 안 되어 회초리를 들고 아이들을 기선제압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겁을 안 내더군요.ㅠㅠ

 

연습이 10분을 채우기가 어려울 정도로 시끄럽고, 말도 많고, 어찌나 장난이 심한지... 과자를 주니까 과자 봉지를 신전 마룻바닥에 바로 부어서 먹는 모습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떤 때는 아침밥을 준비하며 어른들이 바쁜 사이 아이들끼리 놀다가 피리로 칼싸움을 해서 피리를 부러뜨린 적도 있었고, 애들 자는 방에 큰 곰인형이 있었는데 그 곰인형의 털을 빗겨준다고 얼마나 빗었는지 아침에 온 집안에 인형 털이 날려서 무슨 오리털 배게 10개를 온 집안에 터트린 것과 같아서 일주일이 넘게 집을 치운 적도 있었고, 1박을 마치고 나면 진이 빠져서 며칠 힘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와!!!!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준비를 해서 근행총회를 마치고 나면 또 다음번에는 더 잘하자고 다짐하고 헤어짐이 아쉬운 때도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수련회에 참가하고 아침저녁 근행시간에 배전 악기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며 손춤을 추며 느끼는 감동이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엄청난 감동입니다.

그랬던 아이들 중 한 명이 올 초에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매년 수련회에 빠지지도 않고 오는 애도 있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수련회 기간에 휴가를 내서 후배들을 도와주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몇 년 전 우연히 식당에서 만났는데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제 자식이 아닌데도 왠지 모르게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어찌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오던 오합지졸의 그 시절의 꼬마들이 지금은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2.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엄마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고 근행총회를 준비하며 매일 저녁 근행은 우리 창원지역이 맡은 장을 손춤으로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갑자기 닥쳐서 연습하는 대신 미리미리 연습시켜 놓으면 서로가 힘들지 않을 것 같아 연습을 시키고, 나이에 맞춰서 딸아이에게는 여자 악기도 가르쳐 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연습하고 근행총회 전날 고성교회에 가서 같이 연습을 하며 저녁에는 치킨과 피자도 간식으로 먹고 다른 지역이 연습하는 것을 보며 서로 경쟁의식이 생겨 더 열심히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행사 당일 아침에 각 지역별로 모이기 시작하고, 우리 지역 아이들의 손춤을 연습하는 시간인데 갑자기 딸아이가 손춤이 생각이 안 난다는 겁니다.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며 사실 남의 집 아이라면 그렇게 크게 혼을 못 내지만, 내 아이니까 크게 혼을 내야 안 한다는 말을 안 하고 정신 차리고 따라올 거라는 생각에 다른 아이들이 본다는 생각도 못 하고 얼마나 크게 혼을 냈는지 모릅니다. 상급 회장님의 어린 딸도 그 모습을 보며 놀랐다고 할 정도로 엄청 크게 아이를 혼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지역 아이들도 덩달아 놀라서 연습하러 가더군요. 딸아이는 지금도 이야기를 할 때면 가끔 하는 이야기가 나는 세상에 어느 것도 무서운 게 없는데 엄마는 무서워요.”라고 말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제일 으뜸인 것을 갑오브갑이라고 하는데, 이런 불명예스러운 일로 무서운 사람의 최고일 줄은 몰랐네요. 참 씁쓸하지만,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딸 아이는 부담스럽거나 힘들면 도망을 가려고 하는데 그런 성격을 고쳐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가 더 크게 혼을 내버리면 아이가 군소리 없이 따라오리라 생각해서 무섭게 한 건데(사실 제가 무서운 사람이기는 합니다.^^;;;) 그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엄마가 되었네요.ㅠㅠ

 

3. 작은 정성들이 모여서

근행총회를 할 때의 아이들과 안 할 때의 아이들이 확연히 구분될 수 있는 게 수련회인데, 수련회 근행시간에 아이들이 배전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근행총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어느 장이 되어도 신악가 책만 보면 악기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제일 꼬맹이는 2, 3창인에 올라가고, 그 사람 다음 어린 친구가 제금에 올라가는데 이때 제금 치는 아이와 현종 치는 아이는 박자목을 연주하는 언니나 오빠를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과 끝을 같이 맞추기 위해 박자목을 좇아가며 자기의 악기를 연주합니다. 멀리서 보면 그런 모습들이 너무나 예뻐 보입니다.

그런데 근행총회가 없어지면서 차츰 아이들의 악기 연주 실력이 예전 같지 않게 되었습니다. 만약 다시 수련회가 시작된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연습해야 하는 때가 오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근행총회는 이 길의 아이들이 자라는 데 크나큰 영향을 줍니다. 몇 년 전 수양회에서 손춤을 잘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 뭐냐, 왜 다 잘해,” 이런 말을 듣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도 근행총회를 매년마다 참가한 학생입니다.

근행연습을 통해 우리가 쏟은 작은 정성들이 모여서 이런 정성이 신님께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신님은 아마 그 모습을 보시고 기뻐하고 계시겠지요? 다시 이런 날들이 오길 바라봅니다.

 

4. 신앙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

요즘은 진해 경남교의강습소에서 감사제 연습을 하는 기간입니다. 며칠 전 강습생들과 쉬는 시간에 이야기하다가 나눴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강습소에 오는 교회나 포교소의 자녀 중에는 여러 부류가 있습니다. 어떤 부류는 1)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손춤과 악기 연습을 통해 가르칠 게 없는 부류, 2) 부모님 신앙은 부모님의 것이고 나는 나다인 부류(신앙을 받아들이지 못함), 3) 도대체 어떤 종교이기에 부모님이 저렇게 신앙하시는지 알아보러 온 부류, 4) 가족의 편안한 출직을 통해 신앙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찾아온 부류로 대충 분류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들어온 얌전한 남학생은 포교소의 자녀(A)인데, 학생 근행 때 이 사람이 북을 치는 모습을 보며 박자목을 치던 사람(B)저 사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앞에 강습을 온 한 사람도 교회의 자녀(C)인데, 그 사람은 위의 2)에 해당하는 사람입니다. 근행도 안 보고 겨우 교리 수업만 듣고 제 수업(악기 시간)에 안 들어옵니다. 그래서 B라는 사람은 교회 자녀들은 다들 저런가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소위 말하면 근행도 안보고 악기도 못 치고, 손춤도 못 하는 그런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A는 악기도 잘하고, 손춤도 잘하더랍니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고,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물어보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교회나 포교소에서 자라면 전도청 근행총회도 가고 어릴 적부터 악기와 손춤을 배워서 대부분 그렇다고 했더니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역시 대단하다고 이야기하면서 북을 치는데 박자목을 보며 맞추려고 하는 게 보여서 놀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속으로 저 사람 뭐야?, 정체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교회나 포교소에서 자란다는 건(흔히 말하는 교회밥을 먹고 자란다는 건) 알게 모르게 신앙이 몸속에 자연스럽게 베어지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들처럼 좋은 옷 입고, 좋은 신발 신고,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 생활은 못하더라도 그것보다 더 값진 신앙적인 이끌림에 의해 따라가게 되고, 남들보다 더 신님 가까이에서 신님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리들의 신앙의 모습도 달라지듯이 그런 달라지는 모습도 필요하지만, 모여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보가 문서 전도의 일환으로 전자책으로도 나오고 여러 소모임을 온라인으로 줌을 통해서 모임을 가지고, 교리 공부도 유튜브를 통해 짧지만, 교전 강의나 이 길의 말씀을 들으며 하는 공부도 시대에 발맞춰 나가는 모습이고 더 나아가 우리의 마음만 모인다면 유튜브 방송으로 강화도 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이 길의 말씀을 전할 기회도 많이 연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5월이란 근행총회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기도 합니다.

 

언제쯤 다시 수련회를 하고, 근행총회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그런 날이 돌아와서 활기찬 교회의 모습이 되살아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