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마음을 잊지 말자.

박혜경

이번에는 우리 집 막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는데요, 뜬금없이 몇 달 전에 갑자기 대학교를 카이스트로 가고 싶답니다. 이때 보통 엄마들은 “그래 잘 해봐라.”, “역시 목표는 높게” 등의 이야기를 했을 텐데요, 저는 뭐라고 했을까요?

“어? 정말??? 음… 그러려면 공부를 아주 잘해야 하는데….”

라고 했습니다. ‘니가?’, ‘설마 되겠나?’ 하는 뜻이 더 담긴 것 같습니다. 평상시 머리는 좋다고 하는데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거든요.

앞뒤 생각 없이 그냥 “그래 해보자.”라고 못 한 게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니 중학교에 들어가서 우연히 카이스트에서 뽑는 영재 프로그램에 합격해서 방학 때 두 번을 카이스트에 갔었는데 그 경험이 너무 좋았답니다. 그래서 꼭 거기에 가서 공부해 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목표는 그렇게 잡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만 나면 핸드폰을 잡고 게임을 하고 있기에 걱정이 되어서 “니 그래가 카이스트 가겠나?”, “카이스트, 공부해라.” 이런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이 애가 갑자기 “엄마 나 카이스트 안 갈래.” 하는 겁니다. 그때 갑자기 후회되더군요. 잔소리하지 말 걸 그랬나, 너무 몰아붙여서 애 의지를 내가 꺾은 건 아닌가 반성을 해보고 고민을 했습니다.

얼마 전 우리 교회 춘계대제에 생각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상급 사모님께서 순교를 오셨습니다. 아무 준비도 없었는데 오셔서 얼마나 놀랐던지요. 강화 말씀을 해 주시면서 대물차물의 리에 대해 말씀하시며 내 주변에 가족, 친구, 사회, 주변의 모든 것 등을 소중히 여기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근행을 마치고 상급 사모님과 이야기하는 중에 애들한테 공부하라는 말을 많이 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큰 애는 그런 말을 안 해도 잘하는데, 막내는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공부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더니, 사모님께서 겪어보시고 상급 회장님께서도 늘 하시는 말씀이지만, 공부는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순간 저의 요즘 생활이 반성이 되더군요. 애를 너무 다그쳤다는 생각에 불타오르려고 하는 아이에게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어버렸다는 후회가 되더군요. 그리고 가시면서 막내 처음에 낳았을 때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감사하고 좋았냐고 그때를 생각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제가 항상 큰애, 막내 이렇게 얘기하면 보통 사람들은 그냥 첫째, 둘째로 부르지 왜 그렇게 부를까? 하고 의문을 가지실 겁니다. 아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제가 첫째를 낳고 둘째를 낳았는데 태어나서 일주일 만에 출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를 잊고 싶지 않은 엄마의 작은 마음에 늘 그 아이를 생각하며 큰애와 막내로 부르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일주일이 되어 아빠는 출생신고를 하러 면사무소에 가고, 저는 애를 재우고 나와서 옆방을 닦고 정리를 하고는 방에 가보니 애가 출직을 한 겁니다.

그렇게 아이를 일찍 신님 품으로 돌려보내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울면서 지냈는지. 아마 일 년을 밤마다 꿈에서 아이를 찾으러 다니고,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를 잃었다고 울면서 하소연을 하고 다녔던지, 또 낮에는 낮대로 울고 그러다 보니 그때 이후로 눈물이 안 나는 신상(?)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도 몸은 울고 있는데 눈물은 겨우 한 방울 정도 나면 엄청 많이 운 겁니다. 그렇게 되면 몸이 너무나 아픕니다. 우리가 화장실에 가야 되는데, 가지 못하면 배가 아프고 진땀이 나고 미칠 지경이 되고 급기야는 옷에 실수하는 것처럼 눈물이 나야 하는데 머리는 울고 있고, 몸에서 눈물이 안 나니까, 온몸이 다 아프더군요. 얼굴 근육이 터질 것 같은 느낌. 아마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더군요.

그렇게 지내다 막내를 낳았는데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는 임신하고부터 줄곧 이 아이가 건강하게만 자라게 해달라고 열 달을 기원드리고, 태어나서도 건강하게 자라게 해 달라며 신님께 기원을 드렸습니다.

하루 이틀, 일주일이 되니까 ‘이 아이마저 신님께 돌아가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에 낳은 지 일주일에는 거의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불안한 마음은 정말 말로 다 표현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스트레스도 엄청나게 받았고, 소화도 제대로 못 시키는 상황도 왔었습니다.

그렇게 애가 건강하기만을 바라며 지냈는데,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신님께 기원드리는 내용이 달라집니다. ‘건강하게’ 만이 처음 마음이라면 거기에 이제 용재로도 키우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그렇게 기원을 시작했습니다. 바라는 게 더 많아졌지요. 그러다가 좀 크니까 공부도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더군요. 또 더 크니까 최근에는 저의 기원이 애들 둘 다 “이 길의 용재로 자라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각자의 상황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하고 기원을 했습니다. 갈수록 기원이 많아집니다.

그러다가 상급 사모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사모님을 통해서 듣게 해달라고 애가 신님께 기원을 드렸나.’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애의 기도발(?)이 엄청난데…. 하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급 사모님의 말씀을 듣고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앞서 이야기한 일들이 하나같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또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목표는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말자.’입니다. 지금 입이 근질거리고 답답해서 가슴을 몇 번을 치다가 “숙제는 했나?”라는 말까지는 하자고 스스로 합의를 봤습니다. 그리고 지난날의 내 일을 생각해보니 ‘지금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고민거리가 없어서 또 내가 허튼짓을 했구나!’ 하며 반성을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두 번째 다짐은 신님께 기원 드리기를 “어버이신님이 바라시는 길로 바르게 갈 수 있도록 기원드립니다. 되어져 오는 것에 감사하며 부족 불만 안 가지겠습니다.” 하고 기원드리는 겁니다. 모든 것은 신님의 뜻대로 이루어지는데 제가 그 법칙을 거스르고 또 내 마음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과 내식대로 생각하고 해야 하는 습관이 나와버린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의 중심은 신님으로부터, 신님을 향한, 신님이 이루시는 대로 되어지는 것을 순간순간 잊어버리고 빌려주신 모든 것에 감사함을 잊어버리고, 나는 신앙인인지, 사회인인지 모를 행동과 말을 일삼으며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신님은 또 저를 어여삐 여기시어 이런 깨달음을 주신 것 같습니다.

올해 원단제 때는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상급 춘계대제에 가서 또 혼자 기분이 업되어서 좋았습니다. 혼자 해금을 연주하며 근행보다가 오늘 소리가 좋다고 자기도취에 빠지는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쌓여 올 한해는 즐거움이 가득할 것 같습니다.

처음 우리 막내를 만났던 때의 그 날을 잊지 않으며 처음의 마음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임 : 막내 아들이 얼마전 자신의 목표를 인서울(서울시 안에 있는 대학교로 가는 것)로 바꾸었습니다. 이유는 서울 사람들이 눈 왔다고 영상을 올리는데 우리는 눈도 안 온다고 투덜대며 “내 대학을 꼭 서울로 가고 말끼다.”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서울에 가게 되면 눈을 가지고 여러 가지 모양틀로 찍는 사진이 요즘 유행인데, 그걸 사서 짐에 실어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생각만 해도 신이 나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