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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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한가요?

박혜경

 

얼마 전 딸아이와 같은 학교에 입학한 친구가 자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휴학도 아닌 자퇴라는 건 다시는 그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뒤에 들은 이야기는 그 친구가 학교를 나가면서 모든 학점에 과감하게 F를 받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딸아이와 둘이 생각해봐도 , 간 크다.’라는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하고 앞으로 생각대로 안 될 것을 미리 짐작해서 휴학을 내는 게 보통인데, 그냥 자퇴했다는 게 우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친구 엄마와 한 번씩 통화하는 사이기도 해서 그냥 아무 연락도 안 하려니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연락을 해봤더니 딸 아이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다 죽어가는 힘없는 목소리로 지금 다시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 딸아이는 학교에 잘 적응해서 다행이라며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마지막으로 하는 이야기가 니는 행복하나?”였습니다. 물론 저는 행복했지만, 그 친구 엄마에게 행복하다고 하면 자랑한다고 그럴까 봐 애매하고, 불행하다고 하려니 그렇지도 않고 해서 뭐 그냥 그렇지요.” 하고는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자식을 키우다 보니 물론 연세 많으신 분들에게는 이미 오래전의 일이라 크게 와 닿지는 않겠지만, 지금 대학을 준비하는 자식이 있는 집은 오로지 대학만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이 있는 집은 오직 그 아이만을 위해 온 가족이 아이 앞에서는 TV도 안 보고 조용히 걸어 다니며 식사도 아이의 건강에 맞게, 또는 수능 시험 칠 날의 식단 그대로를 먹여 아이가 수능시험을 치는데 최상의 컨디션이 되도록 하고, 미역국은 일 년 동안 안 먹는 집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딸의 친구는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엄마가 딸을 데리고 점을 보러 가더니 이름까지 바꿨습니다. 그럴 정도로 모든 것이 대학을 위해 맞춰져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살아봐서 아니까, 대학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3이나 재수생에게는 그게 오직 인생의 목표입니다. 오죽했으면 대학에 떨어진 것도 이름 때문이라고 이름까지 개명했겠습니까.

 

사람들이 뜬금없이 남에게 행복하냐고 묻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도 행복한지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하면 행복에 겨워 행복한지, 안 행복한지 생각할 시간도 없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갑자기 행복한가 물어보면 행복하다는 대답이 바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다음 질문이 왜 행복하냐고 상대가 물어봅니다.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걱정할 일이 없어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식을 무슨 전리품처럼 자식의 학교나 직장에 의해 내 위치가 달라지는 것 같이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랑하기 위해서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만약 자식이 직장에 다니고는 있지만, 죽지 못해 다니는지, 어쩔 수 없이 엄마 등쌀에 밀려 대학을 다니는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그어 놓은 기준에 미치느냐 못 미치느냐가 나의 행복 때문인지 자식의 행복 때문인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내 어깨 힘을 주기 위해, 남에게 내 자존심을 내세우기 위해 자식의 직장이나 학교가 필요한 건 아닌가요?

 

요즘 젊은 사람들 속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기는 추세입니다. 새벽부터 출근해서 퇴근 시간도 없이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문득 내가 행복한가 스스로 의문이 든답니다. 그래서 아내와 둘이 이야기를 해서 우리가 지금 직장을 그만뒀을 때의 생활비가 얼마가 필요한지 그런 것을 다 계산해서 둘 다 직장을 안 다니고 몇 년간 살 수 있는지 따져서 행복해지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사람들은 그나마도 직장인 중 1% 정도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엄마 아빠들이 더 많습니다. 당장 일을 그만두면 애들 학원비가 부족하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는데 어떻게 나 하나 행복해지자고 직장을 그만두겠습니까. 요즘은 경기도 더 어려워서 직장에 부업까지 투잡, 쓰리잡이 기본인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제는 우연히 TV를 보게 되었는데, 예능 프로에 부모나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가족은 여배우와 자폐증이 있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여배우와 자폐증 아이를 둔 엄마들이 하는 이야기를 잠깐 들었는데, 그게 순간 마음에 확 와닿았습니다. 평범한 우리는 자신이 뉴스에 인터뷰하는 게 TV에 나온다면 주변에 자랑하고 난리가 날 텐데, 그 아이들의 엄마들은 처음에 여배우의 가족이 나온다고 해서 많이 놀랐다고 하면서 우리의 아이와 같이 자폐아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나 뉴스가 아닌 예능에 그것도 평범한 사람도 잘못하면 우습게 보일 수 있는 예능이 아닌 잔잔한 예능에 나온다고 해서 정말 좋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마음이 아픈 겁니다. 우리는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들도 그들에게는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자폐아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꼭 그 아이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로 찍어서 보여주고 그것이 우울한 분위기를 만들게 되고, 뉴스에 안 좋은 소식으로 전해지는 일들이 많은데 평범한 사람들이 나오는 프로에 같이 끼어서 나온다는 게 너무 좋았다는 겁니다.

 

어른들께서 말씀하시는 등 따시고 배부르면 그게 좋은 기다.” 하는 이야기가 있듯이 따뜻한 방에 누워 잘 수 있고, 배고프지 않으면 그게 행복인데 우리는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욕심이 더해져서 그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연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어버이신님께서 인간을 만드신 목적이 인간들이 서로 도와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신님도 같이 기뻐하시기 위해서 우리 인간을 만드셨는데, 그 이전에 인간을 창조하실 때 이미 우리는 당연하게도 건강한 몸을 수호받았고, 그 몸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나 이외의 가족, , 친구, 학교, 직장 등을 다 만들어 주시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불편함 없도록 수호를 해 주시고 계십니다. 어버이신님께서 우리 몸을 빌려주시고 우리를 살려주시는 것 이것을 대은 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 감사함을 모르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잘 된다고 교만하지 않으며, 잘 안 된다고 해서 포기하고 슬퍼하지 않으며 건강하게 혹은 건강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인연에 따라 신님이 부여해 주신 삶에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입교 185년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이제 처음의 질문을 다시 합니다.

 

당신은 행복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