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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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사람

 

박혜경

 

기억에 남는 사람 1.

얼마 전 교구 수업을 하다가 이야기를 하던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어서 강습생과 같이 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번에는 기억에 남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이번에 강습 오신 소장님(이하 소장님)은 신앙을 오래 하셨고, 지금까지 교회 행사에서 많이 봤었던 분입니다. 그런 사람을 강습소에서 만나면 정말 반갑습니다. ‘내가 강습소에 있으니 이런 분들도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 하는 뿌듯함과 감사함이 같이 밀려듭니다.

수업 중에 나온 이야기 끝에 갑자기 소장님이, 자신이 예전에 딸의 초등학교 동창생 친구를 강습 보낸 적이 있다고 하시며 이름이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이런 사람이 있었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제가 기억하는 그 사람이 맞는 겁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저의 기억을 말씀드렸더니 너무 고마워하시는 겁니다. 제가 왜 그 사람을 기억하는가 하면 부모님도 신앙을 안 하시고, 친구 엄마 소개로 강습소라는 곳에 왔다는 사람이 어쩜 그리 여자악기를 잘 따라하는지 신앙을 몇십 년 한 사람보다 낫다고 할 정도로 잘했습니다.

한 달 만에 신악가를 배우며 가야금을 좌근부터 12장까지 다 마스터한 사람은 제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는 최고였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다 신이 날 정도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성격도 차분하고 강습도 잘 받았고, 그런데 어떤 계기로 인해 강습을 한 달만 받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저희로서는 너무 안타까워서 모두 말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도에 강습을 그만두고 갔는데, 두고두고 마음이 짠한 겁니다. 계속 강습을 받고 끝마쳤으면 훌륭한 용재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악기를 잘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 얘기를 듣고 소장님께서 너무 안타까워하시며 그 강습생을 그때 잘 못 챙겨준 것 같아 아쉬워했습니다. 아마 그때는 소장님도 아직 어린 신앙이라 강습을 보내고 어떻게 실천을 해야 하는지,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지 몰라서 그랬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신자들이나 자식들에게 강습을 받으라고만 하지 막상 강습을 보내면 모든 게 저절로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장소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배워서 오길 바라는 마음은 다 똑같겠지만, 누구나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한 강습생도 나름대로는 힘든 일(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할 수 없어 이렇게만 적습니다)이 있어서 소장님께 상의도 없이 강습소를 그만두고 포교소에 이미 짐을 싸 들고 와서 자신이 나왔다고 이야기하더랍니다. 그때는 이미 돌이키기에는 늦었죠. 그 소장님은 강습생을 강습 보내고 나서 아무것도 한 것 없이 그냥 지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하시는 분들을 보면 강습생을 보내고 매일 강습소에 일참하시는 분도 있고, 매일 히노끼싱을 하시러 오시는 분도 있고, 도보를 하시는 분, 기원근행을 올리는 분 등 여러 가지 작정들을 많이 하실 겁니다. 또 서울에 계시는 젊은 교회장님 두 분은 강습을 받는 학생이 있으면 꼭 전도청 월차제 참배를 하기 위해 서울에서 오시면서 하루 전날 강습소에 들러 강습생들에게 힘을 주고 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정말 그분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신자가 아니라도 늘 찾아와 주시는 모습에 정말 일렬형제라는 말을 실천하시는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 신자도 찾아가기 힘든데, 엄밀히 따지면 남의 신자한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죠. 하여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소장님도 많이 느끼셨을 것이고, 앞으로 다시 강습생을 강습 보내면 앞서 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잘 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람 2.

몇 년이 지난 일인데, 그 강습생은 강습소에 와서 조용히 수업을 듣고는 큰소리도 한 번 안 내고 조용조용히 있다가 집에 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통학생이었는데, 하루는 이야기할 기회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강습생은 아기를 낳은 지 한 달이 된 사람이었습니다. 그 한마디에 저는 현타(현실자각타임, 헛된 꿈이나 망상 따위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가 와 버렸습니다. ‘! 난 교회장 사모인데.’, ‘나는 몸조리를 몇 달을 했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생각들이 막 떠오르는 겁니다. 교회장 사모라는 무늬만 입힌 나도 몸조리에 두 달 정도는 걸렸는데,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두고 나라면 강습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마구마구 드는 겁니다. 아마 대답은 못 합니다.”입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기를 낳으러 친정이 있는 마산에 온 김에 친정엄마가 강습을 받으라고 하셔서 출산 휴가를 생각하니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강습을 왔답니다. 저를 아주 부끄럽게 만들었던 강습생입니다. 물론 이 강습생도 열심히 여자 악기를 잘 배우고 갔고, 마침 그때 여자 악기를 할 수 있는 강습생이 혼자라서 많은 시간 악기를 할 수 있어서 본인에게는 더 좋은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를 다시 현실로 이끌어 준 그 강습생이 두고두고 생각이 납니다.

 

기억에 남는 사람 3.

제가 강습소에 수업을 하러 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보통 강습을 받으러 오면 입소일에 맞춰서 본기생, 월기생으로 나뉩니다. 이 강습생은 월기생이어서 강습소의 3개월째 달에 감사제 근행을 올리는데 그달 초에 강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 사람은 강습소에 오자마자 감사제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들어오자마자 정신없이 바쁘게 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3개월을 개개인에 맞춘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런 경우 말로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감사제 날 온다는 말을 하고 갑니다. 그렇지만, 한 번 마치고 집에 가면 다시 강습소 행사에 맞춰 오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각자의 사정으로 취업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학교, 중요한 면접 등 여러 가지 일들이 있기에 못 온다고 해서 서운해하거나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강습생이 감사제 날 정말 약속을 지키고 와 주었습니다. 그것이 너무 고마워서 성격도 좋고 착한 남학생이었는데 지금까지 이름과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하게도 그 강습생 어머니를 지난 기수에 만나서 마지막 날에 우연히 이야기하다가 아들 이름을 묻고, 강습을 받은 연도를 생각하니 그 사람이 맞는 겁니다. 그래서 또 반가운 마음에 위에서 한 이야기를 해주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요, 제가 12년 동안 강습소에 있으면서 한두 사람 만난 것도 아니고 더 많은 일이 있지만, 그 이야기는 언젠가 차차 한 가지씩 할 수 있을 기회가 온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강습을 마친 누군가라도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운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만, 저는 그분들 다 일일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분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든 신님의 용재로서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기억에도 제가 좋은 기억으로 남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