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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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박혜경(진홍교회)

 

바쁘다는 핑계로 친정에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갔었는데, 요즘은 코로나바이러스로 더 가기가 힘들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미룰 시간이 없어 평일에 막내를 학교에 보내놓고 바로 친정이 있는 대구로 갔다. 엄마와 볼일을 보고 집에 와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계속 밖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마당에 나가는 길에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서 근처에 가보니 옥상에 올라가는 계단 밑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엄마한테 웬 고양이냐고 여쭤봤더니, 엄마가 말씀해 주셨다.

엄마가 얼마 전에 보니 어미 고양이가 집 신발장 앞 나무 발판에 앉아서 햇빛을 쐬며 쉬기도 하고 놀더니, 어느 순간 계단 밑에 자리를 잡고 새끼를 낳았단다. 세상에나. 엄마는 고양이를 안 좋아하시는데. 아마 어르신들은 그런 경우가 많을 거다. 고양이는 요물이라 해서 집에서 키우기를 싫어하시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을 고양이 집사라고 칭하며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기도 한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어찌 내보내겠냐고 그냥 놔두셨단다. 그런데, 며칠 있다 보니 새끼 고양이 한 마리만 남겨두고 어미 고양이가 다른 새끼 고양이들을 데리고 가버렸단다. 엄마는 설마 자기 새끼를 버리고 갔겠나, 오겠지 하며 기다렸단다. 그런데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엄마 고양이도 없지, 먹지를 못하기에 엄마가 드시는 두유를 빨대로 해서 먹여 주셨단다. 그렇게 내가 간 그날까지 고양이를 돌보며 떠난 어미 고양이가 매정하다느니, 어째 자식을 놔두고 가냐고 불만을 털어놓으신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동물을 많이 키웠다.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돼지, 고양이, , , 토끼를 키웠다. 그런데, 부모님은 자식에게만 정성을 다하는 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정성을 다해서 키우셨다. 심지어는 어린 내 기억에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이 있는데, 엄마가 개밥을 만드시며 갑자기 그걸 드셨다. 나는 너무 놀라서 엄마가 개밥을 드신다고 어린 마음에 너무 놀라 어떻게 개밥을 더럽게 드시냐고 여쭤봤더니, 엄마는 아무리 짐승이라도 사람이 먹지도 못할 걸 먹이면 되나.” 하시며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이 아니라, 사람이 먹어도 되는 음식을 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요리를 해서 주시는 걸 본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한 번은 서울 사시는 외삼촌이 집에 오셔서 우리 아버지께 하시는 말씀이, “어째, 자형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이리 통통하게 살을 찌워 잘 키우세요?” 하셨다. 거기서 사람은 우리 삼 남매고, 짐승은 앞에서 이야기한 동물 식구들이다. ㅎㅎㅎ 정말 우리 부모님은 살찌우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신가보다^^;;; 이렇게 동물에게도 정성을 다하시는데 하물며 사람에겐 오직 정성을 들여서 우리 삼 남매를 키우셨을까.

 

산하 소장님이 엄마한테 말씀하시길, “선생님은 자식들을 이렇게 귀하게 키워서 나중에 자식들이 크면 밖에 나가서도 대접받겠어요.” 하시더란다. 정말 그래서 그런지 내가 회사 다닐 때 우리 차장님이 회식 가시면 내 옆에 앉아 생선 가시를 발라 주셨다.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는 옆에 앉은 경리 여직원이 내가 일하고 있으면 옆에서 삶은 밤을 깎아서 입에 넣어주고는 했다. 두 사람 다 그렇게 하기 힘든데 그런 걸 보면 밖에 나가서 남들이 나를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은 별로 못 받은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내가 힘이 좀 세다. ㅠㅠ 내가 고집에 세서 그런지, 겁이 많아서 그런지 다들 남편인 회장님도 아이들도 모두 나를 보호해 주려고 난리들이다. 밖에 나가서 남들이 보면 소도 때려잡을 몸매에 성질 못되게 생겼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겠지만, 귀하게 자란 만큼 나를 대해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대접을 받으며 자란 나는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생각해 보면 죄송하기 그지없다.

 

5월이 되니 가족들에 대한 여러 가지가 생각이 난다. 365일 내내 효도를 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중에 5일을 효도할까. 더 늦기 전에 맘껏 효도하고 출직하시고 나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저를 귀하게 키워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