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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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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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진홍교회)

 

지금은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지만, 우리 교회보의 작업은 한 달이 먼저 시작됩니다. 그래서 12월인데도 1월호를 작업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늘 계절이나 시간을 앞당겨야 하는 일을 하고 있네요. 직장 다닐 때는 개발부터 상품 판매까지 두 계절을 항상 앞당겨서 일했습니다. 여름에는 벌써 겨울 제품을 개발했고, 겨울에는 내년 여름에 히트 칠 원단을 개발했습니다. 사람은 느려 터졌는데, 생활은 항상 1달에서 6개월을 앞서가는 삶이 참 모순적이긴 하지만, 그게 제 운명인가 봅니다.ㅎㅎ

 

글을 쓸 글감을 생각하다가 시작하는 달에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생각해보니 희망찬 새해에는 힘이 되는 글이 좋지 않을까 해서 머리를 마구마구 굴렸습니다. 늘 머릿속에 이달의 글에 대한 공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으로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다가 어느새 글을 적을 때는 미리 생각한 게 맞아떨어질 때도 있고, 아니면 새롭게 떠오르는 글이 있습니다. 이번 달에도 미리 생각한 것의 반이 날아가 버리고, 남은 반을 모아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익숙해진다는 것.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이젠 제법 익숙하지요? 처음에는 마스크를 쓰면 열이 조금 오르는 것 같고, 답답하고, 어느 순간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고 나서 거울을 보면 어머!!! 내 화장.”하면서 놀랄 때도 있었고요, 화장을 안 하고 동네에 어슬렁거리기 불편했는데, 핫템(인기 있는 아이템?)인 모자와 마스크만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지요. 손 씻기를 철저히 하고 될 수 있으면 밖에 안 나가고, 기침 예절 잘 지키고 하니 처음엔 어색했던 것도 차츰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나간다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런 익숙한 기본 생활의 위에 새로운 뭔가가 얹어진다면 우리의 삶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언제까지 코로나19 때문에라는 원망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우리의 살길을 찾아야 됩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잘되는 집은 잘되지만, 안 되는 집은 아마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안 될 것입니다. 잘되는 곳에는 뭐 때문에 잘되는지를 잘 살펴보고 본받을 점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부탁의 말.

사람들은 저에게 가끔 요즘 강습소에 몇 명이나 있나요? 하고 물어보십니다. 그다음으로 많이 물어보시는 말씀이 강습생들은 어때요? 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판단할 때 주관적인 경향이 많습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잘해주면, 남이 보기에 그 사람이 나빠 보여도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남이 보기에는 너무 좋은 사람인데 나하고 안 맞으면 그 사람은 안 좋다고 나는 판단을 합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잘 판단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아닌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강습생이라도 나하고 안 맞으면 그 사람은 안 좋은 사람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좋을 수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결국에는 내가 겪어봐야 그 사람을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 함부로 단정 짓기가 꽤 어렵습니다.

인연이라는 것도 나와 그 사람 사이에 전생에 안 좋은 인연이 있으면 현생에 그 사람하고 나 둘 중에 어떻게든 인연이 나타나겠죠.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직접 와 보시면 좋겠습니다. 사람들 상황들 모두가 나와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 모르기에 겪어보지 않으면 각자가 다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의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서 어떤 일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한다면 나에게 주어질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서 안타깝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야기를 해드리는 입장에서도 객관적으로 생각해서 남에게 이야기하는 습관을 지니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곳에서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을 것이니까요.

 

포장이 멋진 말.

저희 막내는 그림을 잘 못 그립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친구들에게 그림을 못 그린다고 놀림을 받기도 했고, 언젠가 수련회에서 조원들과 같이 사진을 찍고 그 밑에 조원들이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서로에게 써 주고 그것을 집에 가서 보기 좋은 곳에 걸어두게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막내가 그림도 못 그리지만, 글씨도 못 써서 예쁘게 꾸민 종이를 망쳤다고 울상이 된 한 아이를 봤습니다. 그때는 대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우리 애가 그렇게 해서 더 미안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내가 학교에 갔다 와서 저한테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데 얼마나 웃긴 말인지 아직도 그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학교 미술 시간에 재난 상황에 일어나는 일들을 그림으로 그리는 시간이었답니다. 막내의 그림 실력을 잘 아는 저는 아이가 말을 하는데 그 그림이 안 봐도 눈에 선한 겁니다. 그림을 제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학교 건물 네모 하나, 얼굴만 동그라미에 팔다리가 줄 하나씩 있는 그런 그림에, 헬기 비슷한 거, 구급차 비슷한 거 이렇게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애가 말을 어찌나 그림보다 설명을 더 그럴듯하게 하는지... 무슨 몇 백억 들인 영화 얘기처럼 하는 겁니다.

기진: “엄마 오늘 학교에서 재난 그림을 그렸거든요. 학교 옥상에 애들이 올라가서 손을 흔들며 살려달라고 하고 있고, 하늘에 헬기가 막 떠 있고, 구급차가 운동장에 달려오고, 옆에 연기는 나는데 그 그림을 그리다가 내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울었어요.” 하는 겁니다. 저는 그 얘기에 어찌나 웃기던지, ‘그런 그림을 그렇게 설명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동의 말.

올해 초에 인터넷 영상에서 이런 소식이 올라와서 저는 개인적으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000 선생님은 예전에 학생들이 많이 보는 인터넷 강의를 하는 강사님입니다. 한때는 인기도 많으셨고, 전국의 고등학생들이나 재수생들에게 많은 힘을 주시는 강사님이셨는데,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자들이 아래와 같은 글을 인터넷에 올립니다.

000선생님께서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고, 그 분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계십니다. 그 분이 END가 아니라, AND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함께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제자단 일동

이 글에서 END끝을 맺다, 끝내다는 뜻이 있고, AND그리고, 더하기라는 뜻이있습니다. 영어로는 두 글자가 발음이 똑같은 앤드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는 끝을 맺는다는 뜻이고, 하나는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끝이 아니라 계속 건강하시기를 바란다는 뜻이지요. 정말 멋있는 말이고 힘이 되는 말입니다.

이 글을 읽고 그 선생님을 아는 제자들로부터 응원의 댓글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런 글을 읽으면서 그 선생님 가족들은 얼마나 힘을 얻었을까요. 전국에 흩어진 알 수 없는 선생님 제자들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응원을 보내고 있으니 가족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렇게 11일 후 선생님이 의식을 회복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지만, 그분이 빨리 쾌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2021년도에는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요?

모르는 남에게도 응원을 하고, 힘이 되는 말을 하는데 가까운 사람에게는 더 좋은 말을 해야겠지요.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말, 용기를 주는 말, 따뜻한 말로 남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2021년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