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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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98

 

내가 선 자리를 가꾸며

 

박지수

 

며칠 전 한동안 벼르고 벼르던 포교소 앞 길가에 꽃밭을 가꾸기 위해 무성히 자란 잡초들을 뽑아냈다. 지날 때마다 잡초들에 치이는 꽃들을 보며 마음에 걸렸지만, 집 안에 일이 많아 여력이 미치지 못하였다.

우리 집으로 오는 길, 신전에서 보이는 바깥 동네 길을 정리하며, 꽃을 심어 가꾸는 일은 일상으로 하는 일이다. 온 동네 길을 못 해도 내 집 앞은 내가 가꾸는 게 당연하니까. 그렇게 히노끼싱을 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오전 시간에 풀을 매고 있으니 버스 타러 나가는 어르신, 병원 가시는 어르신, 밭에 가시는 아주머니, 운동하는 어르신, 출근하시는 동네 아저씨... 평소에는 거의 얼굴 보기가 힘든데 많은 분이 지나가신다. 지나가던 동네 분들이 하나같이 일에 열중해 있는 내게 먼저 반가운 인사를 건네신다.

"거기 풀이 장난이 아니던데... 깨끗하니 참 조오타~. 수고하요."

"아이고, 교회 앞에만 오면 꽃향기가 나네. 저 꽃도 피면 참 예쁘것소.”

욕 보요, 사모님. 항상 주변을 가꾸네. 여길 지나가면 기분이 좋아. 고맙소이.”

 

이런 말씀들을 주셨다.

만날 때마다 우리 인사에 받는지 안 받는지, 알 듯 모를 듯 고개만 끄덕이고 가시던 분도 먼저 인사를 건네셔서 속으로 놀랐다.

'그래! 그렇지. 자기의 일을 하고 칭찬이나 인사를 받는 일은 거의 없지. 당연한 일이니까. 근데 이렇게 동네길 조금이라도 꽃 가꾸기를 하니 다들 인사를 건네네. 나야 우리 집 앞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인사를 받으니 기분이 좋다. 하긴 사람이라면 누구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기 마련이지.’

 

누가 인사나 칭찬을 하지 않아도 집 앞 동네 길을 꽃길로 가꾸는 일은 힘들지만 즐겁다. 그렇다고 온 동네를 혼자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누구라도 자기 집 앞의 길가를 조금씩이라도 가꾼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자기 선 자리를 먼저 가꾸고, 조금 더 마음을 내어 주변을 가꾼다면, 모두가 그렇게 한다면 세상은 정말 아름다울 거야. 그런데 그렇게 못하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없고, 시간이나 체력의 여유가 없어서겠지? 나 역시 집안일, 그리고 밖으로 나가는 일이나 전도 활동 따위가 많으면 손 쓸 여력이 없잖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우리 집 앞길을 정리하고 꽃을 심는다. 그렇게 하고 옆집 앞으로 연결된 길을 보니 조금 답답해진다.

내킨 김에 저걸 다 해 버려? 아이고, 이제는 더 할 자신이 없다. 이미 세 시간이 지났고 벌써 지쳤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기회에!!!’

 

몇 년 전에 옆집 아저씨와 동네 길인 각자 집 앞을 가꾸자고 의기투합하였고, 같이 꽃을 사 와서 심었던 적이 있다. 그때 정말 흐뭇하고 따뜻하고 기분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옆집 아저씨는 자기 집 앞을 방치해 버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집 앞길에 꽃을 가꿀 생각이 없어지셨나 보다. 아니면 다른 일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도록 바쁘신가? 어쨌든 나 혼자 옆집 앞길까지 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

그런데 올해 들어 가만히 보니 옆집 아저씨는 자기 집 안 꽃밭을 엄청 열심히 가꾸느라 바쁘셨다. 조금 높은 그 집 화단을 보면 예쁜 꽃들과 나무로 가득 찼다.

어쩌면 저렇게 자기 집을 잘 가꾸실까. 그런데 집 앞길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가 보다. 그동안 무언가 바쁜 일이 있어서 여력이 안 됐던 거겠지. 저렇게 꽃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분이니, 눈을 돌리면 보이는 앞길에 마음이 가지 않을 리 없겠지? 누구나 자기 집일이 우선이니 그 일이 끝나면 마음에 여유가 생겨 앞길도 보이지 않을까.’

내가 할 여력은 없고,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히노끼싱하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

자신이 선 자리를 아름답게 가꾸고, 또 조금 더 마음을 내어 주변을 돌본다면, 온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워질 거라는 것. 누구 한두 사람이 크게 애쓰지 않아도, 특별히 거창하고 대단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아름답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각자 그저 조금의 힘만 더 내면 되는 일이다. 정말 간단하고 쉽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있지만, 쉬운 듯 보이는 이런 일이 실천하기가 쉽지만 않은 것 같다. 그 모두가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

형제들과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결론에 이르는 내용이다.

우리 서로 각자 건강하게 잘 지내자. 자기 몸 잘 챙기고 행복하게 지내자. 그것이 서로를 돕는 길이고, 온 가족이 행복한 비법이다.”

몇 년 전, 식구 중 한 사람이 중병에 걸려 형제자매들, 모두 노심초사하며 함께 아픔과 어려움을 나눈 경험에서 새겨진 깨달음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챙겨서 건강한 것이 서로 돕는 것이란 자연스러운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그동안 열정적으로 해왔던 외부 전도 활동과 수련회를 할 수 없어진 요즘에는, 더욱 내가 선 자리를 가꾸고, 주변을 가꾸는 일이 더욱 소중해졌다. 전도 활동, 수련회 개최는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오히려 다른 할 일이 많아져 오히려 더 알차게 된 느낌이다. 그것은 기원근행과 자신을 성인 시키는 감사 찾기, 참회하기, 공부하기, 전화로 가르침 전하거나 수훈 전하기, 또 주변에 어깨띠 매고 산책하듯 도보하는 전도 활동, 집터 돌보기와 주변 히노끼싱이다.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고생하고, 아픈 사람들과 희생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지만, 밖으로만 나돌던 마음을 안으로 거두어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집터를 돌볼 수 있게 되었으니 참 좋다. 그에 따라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잔잔한 감동이 일상에 감돌고 있으니 늘 감사하다.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든 돌아오는 답은 내가 선 자리, 그리고 그 주변이라도 맑히고 밝혀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며 침울하기보단,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작은 것이라도 찾아서 감사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며, 건강한 세상을 위한 지름길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