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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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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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박혜경(진홍교회)

 

요즘은 어린아이까지 휴대전화기가 다 있습니다. 거기에 여러분의 가족이나 친구, 애인이 자신을 어떻게 저장해 놓으신 줄 알고 계시는가요? 제가 예전에 교회보에 한 번 올린 적이 있듯이 저는 우리 가족 이름을 사랑하는 남편, 예쁜 따님, 멋쟁이 아드님으로 저장해 놓았습니다. 그러면 남편은 더 사랑해야 할 것 같고, 딸은 더 예뻐질 것 같고, 아들은 더 멋있어질 것 같아서요. ^^ 그랬더니 제 휴대전화기를 본 사람이 사랑하는 남편을 스팸이라고 하면서 받으면 안 되는 번호라고 해서 다 같이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 회장님 휴대전화기에는 저를 여신님(ㅋㅋ,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딸은 딱따구리(말이 엄청 많음. 시끄러움), 아들은 맛있는 놈(온 몸에 살이 많음)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딸과 아들의 휴대전화기에는 뭐라고 저장되어 있을까요? 딸은 아빠를 파파 스머프, 엄마를 맘스터치, 동생을 동거인으로 재미있게 저장해 놨습니다. 아들의 휴대전화기에는 아빠를 파아아아아아아더, 엄마를 마아아아아아더, 누나를 전혠(줄인 이름)으로 저장해 놓았습니다. 정말 간단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쿨하게 적은 것 같죠? 여러분들도 가족들 휴대전화기에 저장된 이름을 서로 보시며 즐겁게 대화를 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저희는 서로의 휴대전화기에 담긴 이름을 보며 이야기를 한참 동안 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가족끼리 웃고 떠드는 중요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애들의 재치 있는 작명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희 회장님은 결혼하기 전이나 결혼하고 나서나 항상 제 이름을 불러 주셨습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여자들의 하소연인 나의 이름은 없어지고 어느 순간 누구 엄마로 불리고 있다.’ 하는 얘기가 있는데 저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름도 부르는 상황에 따라 엄청나게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교회보 마감이 다 되어 가는데 제 글이 안 올라온다거나, 기사글이 늦어질 때 , 페이지 수가 어중간 하다고 글을 더 늘리라고 할 때, 방을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뜨끔 할 때가 아주 여러 번 있었습니다. 눈도 마주치기 겁났습니다. “제발 제 이름 좀 부르지 마세요.” 하고 투덜거리며 애들이 선생님의 호명에 떨 듯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마치 제 이름을 거부하고 싶은, 어디론가 도망을 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장생활을 할 때 그 회사에 유난히 특이한 이름을 가진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정양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면접 볼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습니다. 우리 회사에 입사할 때도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사장님: 이름이 뭐고?

정양 : 정양예.(대구 사투리)

사장님: 아니 니 이름이 뭐냐고?

정양 : 정양예.

사장님: (야가 나하고 지금 장난하나?) 이름이 뭐라고?

정양 : 정양예.

사장님: 다음에 다시 보자. 주민등록등본 떼어 온나.

사장님이 그때 엄청 화를 내고 싶은데 첫 면접에 직원 될 사람한테 화는 낼 수도 없고, 황당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후 주민등록등본을 보시고는 사장님께서 그 친구가 장난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직원으로 뽑았다고 합니다. 그 친구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니 할아버지께서 손녀딸 출생신고를 하시러 가는 길에 약주를 드시고는 면사무소에 가서 정양까지 밖에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끝 자인 는 없이 그냥 정양이라고 출생신고를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엄청나게 웃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 친구를 양희야하고 원래 이름을 불러 주었습니다. 거래처에서는 놀리는 것 반 진심 반으로 정양아 라고 부르기도 했지만요. ^^

또 다른 친구는 전 숙녀입니다. 이 친구도 처음 이름을 듣고 빵 터졌습니다. 그 친구는 어릴 적 엄마한테 매달려서 이름 바꿔 달라고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친척 다 통틀어 이름이 멀쩡한데 혼자만 이상하다고 억울해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신선이라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처음에 잘 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그냥 이라고 하면 참 부드럽고 예쁜 이름인데, 성이 붙으니까 신선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물으며 뭐라고?” 하면서 어이없어하니까, 그 친구도 자기 이름을 말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우리 회장님 선배 중에는 김회장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회장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이름이라서 그런지 초등학교때부터 대학교 까지 회장에 학생회장까지 하고는 대학 졸업을 하고도 동문회장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강습소에서 칠판에 쓰인 이름을 보고 그 사람이 한국인이 아니면 어떡하지? 나는 일본말도 못 하고, 중국말도 못 하는데.’ 하며 고민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손이소미라는 이름인데, 사람을 보지 않으면 국적까지 헷갈릴 정도로 어려운 이름이었습니다. 그래도 마침 한국인이라 다행이었습니다.

이렇게 이름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었는데요, 그 사람들은 특이한 이름 때문에 불편하기도 했을 것이고, 고민도 했겠지만, 부르는 사람으로서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특이한 이름은 잊히지 않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

 

요즘에 떠오르는 것이 직장에서 직급 떼고 이름 대신 닉네임을 부르는 회사들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봉건적인 느낌의 계급사회에서 그런 일이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기도 하고, 그만큼 시대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명을 쓰기 때문에 같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거래처 정도의 사람에게는 회사를 그만두면 아무 상관없으니 책임감이 없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죠? 저도 거래처 바이어들이 다 영어 이름을 써서 오랜 시간이 지나니까 영어 이름만 생각이 나고 본명이 생각 안 날 때가 있었습니다.

 

위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또 너무 흔한 이름으로 고생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초등학교 때 한 반에 혜경이만 3명이었습니다. 그때는 이름을 부를 때마다 뒤를 돌아봐야 하고, 아니면 부끄러우니까 아예 혜경아라고 부르면 절대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나를 불렀다면 나한테 다가올 테니까 굳이 부끄러움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어린아이지만 자존심 강한 저였습니다. 그런데 여중 여고를 졸업하고 남녀공학인 대학에 들어가서 제 이름을 이야기하니까 남학생이 이름이 예쁘다고 해줘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전까지는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냥 제 이름이 평범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름 예쁘다는 칭찬을 들으니 제 이름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가수가 제 이름과 같은 사람이 나와서 그 사람 노래를 좋아하고 자주 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터전에 가서 알게 되었는데 제가 수훈의 리를 받은 날과 같은 날 한자 이름까지 같은 사람과 같이 수훈의 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참 신기했습니다.

 

또 아이스크림 이름에 엄마는 외계인이라는 이름이 있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제가 애들한테 화를 낸 적이 있습니다. 우리 애들이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도 아닌데, 괜히 엄마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고, 엄마를 이상한 사람으로 모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빠에 대한 아이스크림 이름은 없냐고 물어봤더니 아빠는 없다고 해서 제가 그럼 아빠는 철부지라는 이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남자들은 철이 늦게 드니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요? 이 글을 읽고 남자분들 항의하시지는 않겠죠? 이미 엄마는 외계인이 나와 있으니 너무 서운해하시지는 마세요.^^

 

이름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저는 위에서 이야기한 그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리고, 가족의 이름을 생각하면 그들의 휴대전화기에 저장된 저에 대한 이름이 생각납니다. 어디선가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의 가족은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무엇으로 이름 지어져 있습니까? 아무리 하찮은 꽃도 이름이 없을 때는 그냥 생물에 불과하지만,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그것이 완전해진다는 김춘수 님의 꽃이라는 시도 있지요? 그러고 보면 그 사람의 이름을 떠올릴 때 나의 이미지가 있을 겁니다. 그 이미지가 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 모습이 좋은 쪽으로 나타나도록 책임감 있게, 바르게 생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