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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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94

 

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하늘의 혜택

 

박지수

 

얼마 전 오신 손님들을 치르면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되었다.

처음에 손님들이 오신다고 했던 날은 11일이었다. 그래서 도와줄 분들도 그날 맞춰서 오기로 하고, 함께 손님을 맞이할 계획이었다. 사전에 준비하는 것은 우리 부부가 하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함께 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사흘 전에 갑자기 하루 당겨서 오신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되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 상을 차리고 맞아 줄 사람도 필요한 데, 갑자기 멘붕 상태가 되었다. 평소같이 포교소에서 상을 차리면 그것도 큰 문제가 없는 일이고, 멘붕에 빠질 일도 아니며, 10명 남짓 손님이 큰 걱정거리도 아니다. 부엌과 식사할 공간이 내 시야 안에 있으니, 바쁘지만 별문제가 없다.

 

그런데 우리 계획은 옆 건물인 수련원 2층 씨앗방에서 식사도, 다과도, 손님맞이도 하기로 한 것이다. 손님들도 새로 역사한 수련원을 둘러보고 하루 쉬었다 가려고 오신 것이니 당연히 수련원에서 손님을 맞이하려고 했다. 하지만 수련원 2층에는 아직 취사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서 포교소 쪽 부엌에서 식사에 필요한 것을 수련원 2층으로 옮겨야 한다. 요리하는 부엌과 상 차릴 건물이 다르다는 것은 많은 수고를 동반하게 된다. 요리는 부엌에서 내가 하지만 그것들을 2층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것을 할 사람이 없었다.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부엌에서 요리하고 챙겨서, 옆 건물인 수련원으로 가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무거운 밥솥이랑, 국 냄비, 온갖 반찬 냄비들을 옮기고, 그릇들, 수저 등등 필요한 것들을 날라야 하는데 사실 요리하는 것만도 바쁜 시간에 옮기는 것은 큰일이 아닌가. 왜 그리 밥 한 끼 먹는데 필요한 것은 많은지. 과장해서 말하면 이사 가는 수준이다. ㅠㅠㅠ

그런데 상황은 나는 계속 요리를 해서 만들어 내야 하고, 누군가 날라야 하는데, 남편은 이리저리 밖에 다니면서 챙겨야 할 것이 많을 테니 멘붕일 수 밖에.

 

신전에 가서 신님께 엎드리니 저보고 다 어찌하라고요?” 하는 원망이 먼저 올라온다. 그러고는 다 할 수 있으니 혼자 한번 해보라고요?” 하는 반문도 잇따른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신님전을 문득 쳐다보니, “혼자 한번 해봐라, 혼자 할 수 있잖아?”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정성스럽게, 즐겁게! 하라신다. 웃음이 났다.

그래요. 제가 혼자 할 수 있다고,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고 믿으신다는 거죠? 뭐 좋아요, 해볼게요!” 반쯤은 오기 어린 마음, 반쯤은 신님이 믿으신다는 데 힘이 나서 말씀드린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이런 말들이 계속 이어지며 자신을 다독였다.

'신님께서는 넌 사실 할 수 있잖아? 넌 충분히 할 수 있어.’라고 하시는 거야. 사실 힘은 들지만 못할 것은 없지. 마음과 정성을 내면 충분히 할 수 있어. 선생님들이 학생에게 문제를 내거나 숙제를 줄 때 힘은 좀 들지만, 마음을 내고 노력을 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을 주시잖아. 그래서 그것을 통해 좀 더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길 이끌어 주시는 거잖아.

그렇듯이 신님께서도 내게 힘은 들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주시지 않겠어? 나는 80 정도가 내 최선이고, 한계라고 생각하지만, 신님 생각은 다른 거지. 신님께 힘들다고 징징거리지만, 신님은 내가 100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신 거야. 그렇게 엄살 부리지 말고, 조금 더 노력해서 100의 힘을 내 보라는 거지. 이게 다 나를 조금 더 성장하도록 이끌어 주시려는 게 아니겠어? 그렇다면 해 봐야지. 신님께서 믿고 주신 숙제인데 못할 게 뭐 있어? 할 수 있어. 파이팅이야. 요시! 요시!!'

어버이신님께서는 손님들 일정을 하루 앞당겨서 함께 도와줄 사람을 아무도 올 수 없게 만들었다. 혼자 할 수밖에 없도록 해서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어 버리셨다. 손님들이야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겠지.

이렇게 상황을 만드신 것이 신님이란 사실을 받아들인다. 만약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쪽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정을 바꿔버린 그분들을 탓하게 된다. 평소에 내 앞에 다가오는 무슨 일이든 신님께서 하시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에 따라 생각해 보니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고, 즐겁게 정성스럽게 손님맞이를 할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시는 거구나를 깨달아지게 된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며, 또 즐겁게 바꾸려고 노력하다 보니 조금씩 밝아졌다. 이것이 신님의 마음성인 정도를 시험하시는 것이니 합격하기 위해서 더 즐겁게, 더 정성스럽게 하게 되었다.

 

그리고 손님들이 도착하였다.

아침에 9명이라고 연락받았는데, 실제로는 두 분이 더 오셨다. 순간, 또 내 좁은 마음이 일렁이는 걸 느꼈다. 9명에 맞게 식사 자리를 준비해 놓은 것이 떠올라서. 사람이 예상보다 많다는 것은 1층에서 밥상과 의자를 더 갖다 올려놓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버이신님, 한 번 더 제 마음을 시험하시는군요! 괜찮아요. 의자, 상 갖다 놓으면 되죠. .’ 가볍게 넘기며 밝은 얼굴로 손님들을 맞는다.

사실 내 성향은 계획이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바뀔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성향이었다. 그래서 예전 고성교회에서 특별수련회를 시작하던 초기에는 엄청나게 힘들었다. 하루도 아니고 23일 동안, 나 혼자가 아닌 20여 명이 함께하는 수련인데, 얼마나 시행착오나 계획변경이 많았겠는가.

그래서 수련회를 할 때마다 그런 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짓눌렸고, 수련회를 마칠 때쯤 되면 탈진할 정도가 돼 버렸다. 하지만 수련회를 거듭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그런 자신의 성향을 더 정확하게 알아채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되었다. 사실 상황은 늘 변하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신속하고, 빠르게, 걸림 없이 받아들이는 마음이 되는가가 항상 문제이다. 이것을 충분히 이해하자 조금씩 편안해졌다. 그런 내 마음에 따라 수련회 분위기도 덩달아 더 편안해지게 되었고, 수련회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내 마음대로,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속이 좁고, 교만하고, 독선적인 성격이란 뜻이다. 세상일이 어디 내 뜻대로 되는 게 얼마나 있겠나? 나 혼자 하는 일조차도 수없이 변한다. 아이들조차 세상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불교에서 말하듯 제행무상(모든 것은 변한다)이 세상의 기본 원칙이니 바뀌지 않은 계획이란 애초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세운 계획은 늘 틀어지기 마련이고, 바뀌는 게 당연하니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사실상 거의 없다.

이렇게 머리로는 세상 모든 것은 변하여 일정하지 않고, 모든 일이 신님 뜻대로 흘러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게 그런 상황이 닥치면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아직 어리고 미숙하고 성인이 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 내가 세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난다. 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기분이 나쁘다.’라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내 마음대로 통제하고픈 마음이다. 그야말로 독선적이고, 독불장군, 무소불위의 교만, 독재자의 마음이 아닌가.

 

물론 내 계획대로 되는 때도 있다. 그것은 그 계획이 신님의 뜻에 맞을 때인 것 같다. 세상은 신님의 뜻대로 되는 것이니,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신님이 원하시는 일이 같을 때는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 계획을, 내 마음을 신님의 뜻에 맞추면 세상사 모든 일이 얼마나 편안할까? 그런 경지가 최고 행복한 신앙, 자유자재한 삶, 신인화락의 상태이리라. 그런 경지에 들 때까지는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지도말씀에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하늘의 것,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하늘의 혜택이야. (1887.11.21)

라는 말씀이 나온다.

손님을 치르면서 이 지도말씀이 다시 생각이 났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하늘의 혜택이라니! 참 그렇구나!’ 무릎을 친다. 그리고 여유가 생기는 것을 느낀다. 보통은 뜻대로 기원대로 될 때, 수호라고 혜택이라고 생각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더 크게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신님 뜻을 바르게 알기 위해 찾게 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런 일을 통해 자신을 더 낮추고, 그릇을 더 키워, 어떤 일에도 걸림이 없는 큰마음으로 성인 되어 간다. 뜻대로 안 되는 일을 통해, 더욱 노력하게 되니 역량도 키워진다. 그러니 하늘의 혜택이라고 하신 것이리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이 얼마나 큰 수호인가.

 

그렇게 손님을 치르는 12일 동안 순간순간 신님의 테스트를 받으며 조금 더 성인 되는 기회를 얻었다. 마음 성인의 길로 이끄시는 신님의 사랑을 더 깊이 느끼게 되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