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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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종교는 천리교입니다. (2)

 

박혜경(진홍교회)

 

얼마 전 외출하고 있을 때 친정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혹시 고등학교 때 친구 이름을 말씀하시며 기억나냐고, 그 친구가 너하고 통화하고 싶어 한다며 전화번호를 불러줄 테니 연락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집에까지 가기도 전에 차 안에서 엄마가 가르쳐주신 전화번호를 눌렀더니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전화번호를 지켜보고 전화통화로 번호를 받았으니 잘못 적을 수 있다는 생각에 유추할 수 있는 다른 번호를 눌러보았더니 여보세요?” 그 한 마디에 제 친구 음성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지난 교회보에 예고했던 친구를 만난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종교가 천리교라는 말을 친구들에게 늘 했었다는 이야기를 지난 호에서 했듯이 친구에게도 제 종교를 알렸고, 그 친구는 고등학교 내내 저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대학과 학과를 졸업하고 친구는 건축설계 사무실로, 저는 섬유회사로 취업을 하게 되었고, 그 친구가 결혼할 때까지 저희는 친하게 지냈습니다. 친구가 결혼식 할 때 꼭 제가 피아노 반주를 해야 한다고 해서 서툰 솜씨로 반주를 연습했었고, 함이 들어오는 날도 함께 있었고, 친구가 신혼여행을 가는 공항까지도 따라가 주었고, 친구가 첫 딸을 낳고서도 친하게 지내다가 제가 결혼하면서 친구와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저도 교회 일을 보느라 개인적인 모임을 하기 힘들어 자연히 학교 친구나 직장 친구들과도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평소에는 잘 가지 않는 곳에 우연히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천리교 전도를 하시는 분이 있기에 혹시나 해서 저를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분이 저를 안다고 하셔서 자기 전화번호를 주며 꼭 저에게 연락해달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처음 통화를 하면서 우리는 거의 20년만인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서로의 지난 이야기를 물으며 반갑게 통화를 했습니다. 제가 천리교 교회로 시집을 갔으니 일반 신자가 아니라서 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분에게 한 번 물어봤던 것입니다. 마침 그분이 우리 고성교회 산하 소장님이었고, 너무나 우연이 잘 맞았던 것입니다.

그동안 친구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고, 예전에는 대순진리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지금은 절에 다닌다는 이야기, 친정 식구들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몇 달 후 대구로 가는 길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친구는 이십 년 만인데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고, 우리는 어제 만난 사이처럼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친구는 심장이 안 좋았다고 합니다. 집에 혼자 있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119에 실려 가기도 했고, 결국에는 심장 수술을 개복 수술로 하게 되었고, 수술 도중에 심장이 멈춰서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겼답니다. 그 당시 친구는 30대 중반이었는데, 수술하고 나서 요양차 요양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어느 날 가족들이 면회하러 왔는데 신랑이 두 아이를 데리고 오며 날씨가 제법 따뜻해서 반소매를 입어도 될 날씨인데도 겨울에나 입을 두꺼운 옷을 입혀서 데려온 모습을 보고 친구가 자기 자신이 한심해서 눈물이 다 나더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 가족의 안타까운 모습이 눈에 그려져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그때 가까이에 있어 주지 못하고, 힘이 돼주지 못한 게 너무나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 젊은 나이에 한참 아이들을 챙겨줘야 할 엄마가 자신의 몸도 못 가누고 요양원에 있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고 죄책감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더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또 저도 그 비슷한 시기에 류마티스로 고생한 이야기를 하며 친구도 저도 많이 울었습니다. 옆에서 우리 둘을 지켜봤다면 저 사람들이 울다가 웃다가 몇 시간 동안 뭐 하는 거냐고 생각했을 정도로 저희는 그렇게 지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가기 전에 근처 연못가에서 또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헤어졌는데 4시간 이상을 이야기해도 아직도 더 하고 싶은 말이 남았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헤어졌습니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가족들에게 친구 이야기를 하며 다시 울었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친정에 도착해서 친정엄마와 다시 친구 이야기를 하며 또 울었습니다. 엄마도 우시고 저도 울고 아이들이 엄마는 또 우냐면서 핀잔을 줬지만, 아무리 이야기하고 생각해도 눈물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에 갑자기 친구에게 전화가 와 근처에 신랑과 같이 갈 일이 있는데 만나자고 했고, 마침 그날 하루만 시간이 났는데 다행히 만날 수 있어서 이번엔 부부끼리 찻집에서 만나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인연끼리 만난다고 그 친구와 저는 그동안 살아왔던 과정과 여러 가지가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아 참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종교는 다르지만, 열심히 신앙하는 친구와 함께 우리 각자 자기 신앙 열심히 하며 우리가 아플 때 지켜준 신랑들한테 잘하자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저는 천리교를 믿는다는 말을 지금도 밖에 나가면 당연히 하는 이야기지만, 친구의 머릿속에 그 생각이 지워지지 않도록 해서 이십 년 만에 소중한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친구가 그날, 그 장소, 그 시간이 아니라면 일어나지 못할 일이 마침 딸아이가 볼일이 생겨 그날에, 안 가던 그 길에서, 그 시간에 우연히 전도하시는 소장님을 만난 덕분에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종교가 천리교라는 이야기에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결국에는 더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고, 천리교로 인해 이십 년 만에 연락이 없었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 모든 것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친구와의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빌어보며 저의 이야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