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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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년10월][93회]엄마와 행복하기

2019.10.14 17:55

편집실 조회 수:84

명경지수93

 

엄마와 행복하기

박지수

 

친정엄마를 우리 포교소에 모셔 온 지 이제 한 달이 되었다. 그동안 모시고 있던 장남이 어려운 일이 생겨 모시기가 어렵게 되어 우리가 모셔온 것이다. 우리 부부는 양쪽 부모님이 노후에 연로하시면 우리가 모시자고 오래전에 약속했다. 시어머니는 불과 두 달 정도밖에 모실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제 친정엄마라도 모실 수 있는 상황이 돼서 기뻤다.

 

내 앞에 다가오는 모든 일은 어버이신님의 수호이고, 선물이라고 받아들이며 이 길을 걸어왔다. 조카인 수정이가 14살 때 이곳으로 왔을 때도 신님의 선물로 받아들였고, 그 일을 통해 서로 행복하게 지내며, 함께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이번에 엄마가 오신 것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인다. ‘신님께서 이 시순에는 엄마랑 행복하게 지내라는 미션을 주시는구나생각하며 어떻게 하는 것이 엄마도 행복하고, 우리도 행복하고, 신님도 행복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며 지낸 한 달이었다.

수정이를 받아들여 함께 지낼 때는 처음 해보는 부모 역할이 막막하여 부모교육을 받았고, 어버이신님의 가르침에 맞는 부모 역할이 어떤 것인가를 늘 공부하며 지냈다. 엄마를 모시는 일은 수정이 때보다는 훨씬 마음의 부담이 적었다. 엄마는 나를 낳아준 엄마이니 내가 잘 알고, 계속 딸로 살았으니 새삼스레 처음 해보는 역할은 아니라는 점, 게다가 수정이를 보살핀 경험이 있으니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전에 가끔 며칠씩 엄마를 보살핀 일도 있으니 나름대로 자신 있었다고나 할까.

 

올해 82세인 엄마.

팔순 노인이니 당연히 괄약근이 약해져서 오줌을 흘리거나, 똥을 주변에 흘린다. 손과 입술, 혀의 감각 기능이 떨어지니 종종 음식을 흘리는 때도 있다. 다리에도 힘이 없으니 쉽게 넘어지려 하거나 비틀거린다. 기억력, 인지력이 떨어지다 보니,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몸에 여러 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몸이 무겁고 행동이 굼뜬다. 자세도 구부정하다. 그리고 이젠 아기같이 되어서 모녀가 역할이 바뀌었다. 생각해보니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오줌을 흘리는 것도, 똥을 묻히고 실수하는 것도 아무렇지가 않다.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연세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건강을 잘 관리하고, 또 타고난 건강도 있고, 복덕도 많으면 저 연세에도 팔팔하게 지내실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크나큰 복덕인 거고 보통은 엄마처럼 저렇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당연하고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래도 엄마는 여러 가지로 고마웠다. 말없이 밖으로 나가시는 일도 없고, 나에게 딱 붙어서 같이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지도 않으신다. 식사도 그런대로 잘하신다. TV를 보시거나 가만 누워계시는 거 좋아하고, 말도 별로 없으시다. 무슨 이야기를 하면 그저 하하 웃으신다.

수발하기 쉬운 편이다. 조금 인지능력이나 배변 기능이 문제가 있긴 해도 저나마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저 정도는 사실 저 연세에 누구나 당연히 생기는 문제일 것이고,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조금 더 챙기고 신경 쓰면 되는 거니까.

엄마가 나를 키울 때도 당연히 온종일 신경 쓰며 기저귀 갈고 똥 치우고, 씻기고, 먹이고 돌보아주셨다. 이제 나도 당연히 엄마를 돌본다. 엄마가 사랑으로 나를 키우셨듯이 그 사랑을 생각하며 은혜 보답하는 마음으로 수발을 한다.

엄마의 증세들이 그 연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불만 가질 것도, 불평할 것도 없다. 그냥 하면 된다. 엄마가 아기를 키우듯 당연한 거니까. 하지만 저것을 당연하다 생각지 않고, 우리 엄마는 왜 똥오줌도 제대로 처리 못 하고 흘려서 지린내가 나도록 하는 거야? 이야기해도 기억하지 못하고 묻고 또 묻고를 반복하는 거야? 왜 씻지 않으려고 하는 거지? 등등 불평을 하자면 끝이 없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엄마는 연세가 많으시니 당연히 저렇게 하시는 거지, 생각하면 괴로움 없이 그냥 할 수 있게 된다.

세상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과 당연하지 않고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은 내가 할 일이다. 엄마를 수발하는 것, 내 도리를 다하는 것, 역할에 충실한 것 따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당연히 받아들여서 기꺼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당연하지 않은 것은 어버이신님의 수호, 대자연의 혜택, 빌려 받아 쓰는 고마운 몸, 남이 베풀어주는 친절과 배려, 그리고 은혜들이다. 그런 수호, 은혜들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감사히 받아야 한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고, 당연하지 않은 것을 감사히 받을 때 더 즐겁고 더 편안하고 더 자유자재하게 되는 것 아닐까. 그런데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지 않고,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받으면 세상살이가 그만큼 더 괴롭고 더 힘들고 더 부자유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남편이 물었다.

장모님이 오셔서 좋은 점이 뭐야?”

좋은 점? 그게 뭘까?’ 질문을 받고 보니 막연하게 생각했던 좋은 점들이 떠올랐다.

첫째는 엄마가 오시니 예전에 알지 못했던 안정감, 든든함이 생겼다. 물론 평소에도 늘 편안하게 잘 지내고는 있었지만, 엄마가 오시니 뭔지 모를 든든함, 마음이 안정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낳고 키우고 보살펴주신 내 엄마라서 그럴까. 엄마라는 존재이기에 영혼과 영혼, 에너지나 기로 연결돼있는 무언가가 있겠지. 여자는 엄마로부터 여자로서 살아갈 에너지, 힘을 얻는다고 하니 더 그럴 것도 같다.

엊그제 아침근행을 엄마와 함께 올리면서 문득 지금 나는 근원에 가 닿아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근원이란 어버이신님, 그리고 엄마다. 근행이란 우리 존재의 근원인 어버이신님께 가 닿는 행위다. 어버이신님의 마음에 내 마음을 맞추는 일, 어버이신님을 내 안에 깊이 맞아들여 어버이신님과 하나가 되는 일이 근행이지 않는가.

그런 근행을 엄마와 함께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큰 감사로 즐거움으로 기쁨으로 다가왔다. 어버이신님이 모든 존재의 뿌리고 생명의 근원이지만 엄마 역시 또 다른 내 삶의 뿌리고 생명의 근원이라는 생각이 겹쳐졌다. 게다가 엄마는 내게 신앙을 전해 준 토대이다. 그런 엄마와 함께 어버이신님께 근행을 올린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해 지면서 충만한 기쁨이 밀려왔다. 참으로 흔감하구나!

 

두 번째는 평소에 잘 생각지 못했던 내 모습, 내 성격, 내 인연을 더 잘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외모부터 엄마를 빼닮은 나는 성격도 무척이나 많이 닮았다. 엄마의 행동을 보면서 내 교만을 깨닫고, 차가운 성격을 느낀다. 내 모습이 저렇구나! 놀라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한다. 또 엄마의 어떤 면을 보고는 좋은 성격을 물려주셔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엄마를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자신을 더 다듬고, 더 성장시킬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이 좋다.

 

세 번째는 신앙한답시고 평소에 멀리 지냈던 형제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엄마를 모시겠다고 하니 다른 형제들이 거부하지 않고, 모두 안심하고 기뻐했다. 엄마가 오랫동안 신앙을 해 오셨기에 신님집에 계시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엄마는 매일 조석근행을 올리며 제금을 치시고, 수훈도 받으니 자식들의 기대대로 많이 좋아지셨다. 그리고 일요일마다 엄마께 자식들과 영상통화를 하도록 연결해 드린다. 그렇게 엄마의 노년이 더 행복하고 편안해지도록 늘 마음을 쓰고 있다.

추석이 되어 한 달 만에 만난 엄마를 보고 올케가 어머니가 정말 좋아지셨어요.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지고, 말씀도 편찮으시기 전처럼 많이 하셨어요.” 하며 놀라워했다. 부모가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계시는 것은 자녀들에겐 크게 안심이 되는 일이기에 모두가 기뻐하며 우리에게 고마워했다.

 

그리고 소소하게 생기는 즐거움들도 있다. 때때로 엄마가 천진난만하게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일 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밖에서 함께 운동하다가 까치나 까마귀, 고양이를 보면 엄마가 아이처럼 좋아하며 재밌게 반응하신다. 그 모습에 내 마음도 천진난만하게 되어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다.

 

요즘 이렇게 나는 신님의 선물인 엄마와 함께 행복하기 미션을 즐거이 수행하고 있다. 아이라면 엄마와 행복하기는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이에겐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이 제일 행복하니까. 그런데 이제 처지가 바뀌어서 아기 같은 엄마와 행복하기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신경 쓸 일도 많아졌지만, 그 속에서 엄마와 행복하게 지내는 미션을 감사히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