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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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년07월]마음 부자 - 조미숙

2019.07.11 16:00

편집실 조회 수:103

마음 부자

 

조미숙(진양교회)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손녀가 곧 백일이라 유모차를 한 대 사서 며느리에게 보내고 왔다고 한다. 고소영이 산 유모차라고 한다. 며느리가 얼마나 좋아할까. 그 마음이 전화기 속의 친구 목소리로 전해진다.

그 시간에 난 남편과 지인에게 얻어온 자전거를 요리조리 살펴보는 중이었다.

 

요즘 들어 갱년기로 인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증세들이 많다.

극복하는 방법을 찾다가 우선 자전거를 사기로 했다.

남편이 구해준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필요한 물건은 지금 당장이라는 급한 마음만 없애면 어디선가 생기게 되어있다는 신조로 살아가는 우리 부부다.

남편에게

일주일 시간을 줄 테니까 그 안에 못 구해주면 사줘야 해요.”

하며 웃었다.

그날 지인과 이야기 중에 지인이 안 쓰는 자전거가 있다고 주겠다고 했다. 대박...!

고소영 유모차만큼은 아니겠지만 너무나 기뻤다.

 

기쁜 마음으로 가져온 자전거 키의 비번을 알 수가 없었다. 오천 원만 주면 살 수 있으니까 사자고 했더니 남편이 0번부터 풀어보자고 했다. 4자리 수를 남편과 교대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번호를 맞춰나갔다.

미안하다. 자전거키 새로 하나 사면 좋을 텐데 이렇게 맞추고 있어서. 하지만 비번을 찾게 되었을 때의 기쁨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키를 잘라버리고 새로 살 수도 있지만 그러면 지금 키는 생명을 잃게 된다.”

라고 지인이 말한 게 생각난다고 했다.

 

귀한 시간에 5천 원짜리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남편과 많은 대화도 하게 되었고 남편의 고운 마음도 보게 된 값진 시간이다.

 

8475번째. 술러덩...! 이 순간. 이 기분.

고소영 유모차 샀을 때와의 느낌과는 다를 수도 있지만 못하다고는 못하겠다.

 

언젠가 조카의 말이 생각난다. 조카가 둘째를 낳고 한 2주 정도 함께 지낸 적이 있다. 이모 집에 있을 때. 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이모부가 뭔가를 주워 왔는데 이모가 넘 좋아했다. 좋은 물건을 사준 것도 아니고 자기 같으면 오히려 기분 나쁠 것 같았는데 희한하다 싶어서 집에 가서 남편인 이서방한테 얘기했더니 이서방이 마음이 부자라서 그렇다고 했다고 한다.

 

고소영 유모차는 아니지만. 비록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자전거지만 충분히 기쁘고 만족하는 마음 부자로 감사하게 사는 것도 또 하나의 기쁨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