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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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90

 

새것이 좋아

 

박지수

 

어떤 이가 새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한다. 새것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것이다. 새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뜯어보고 자기 양말이나 속옷이 아니라도 입어버린다고 했다. 그렇게 도가 지나친 남편이 부인은 못마땅해하고, 본인 자신도 조금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옆에서 보기에도 좀 문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새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 남편도 지나치게 새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부인들이 의외로 많았다. 새것을 좋아하는 것은 남자들의 특징인 것일까? 자연 상태에서 동물은 암컷보다는 수컷이 더 화려하다고 한다. 더 많은 종족 번식을 위해 그렇게 진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자들은 새것을 유난히 더 좋아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사실 나 역시 새것을 좋아한다. 형편이 안 돼서 그렇지, 만약에 형편이 된다면 옷도 휴대폰도 가방도 얼마나 자주 새것으로 바꾸었을까 생각해 본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여성들도 새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어쩌면 새것을 좋아하는 성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무슨 트라우마가 있거나 혹은 추억이나 어떤 집착으로 일부러 헌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은 누구나 반짝반짝한 새것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왜 이토록 새것을 좋아하는 것일까? 유난히 새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혼자 궁금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그러다 어느 날 새벽, 절 명상하면서 문득 아하!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어버이신님의 열 가지 수호 중에 인출수호가 있다. 인출수호는 우리가 성장하도록 계속 부추기고, 격려하는 성향으로 우리에게 작용하는 수호이다. 그래서 태어난 아이는 하나하나 새롭게 매일 배워가며 성장하여 차츰차츰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두 배워 커나가는 것이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기고, 웃고, 걷고…….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하나씩 새로운 것을 익혀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갔던 것이다. 새로운 것을 익혀 성장하는 것, 이것이 인출수호를 받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을 좋아해야 새로운 지혜, 새로운 깨달음, 새로운 성장에 이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에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우리 인간들은 성장하지도 않고 안일하게 안주하며 살았을지 모른다. 아니 그 자체가 멈춤이고, 죽음이지 않는가. 그러나 다행히 우리는 성장하도록 나날이 인출수호를 받고 있다.

 

태초 이야기에서는 미꾸라지를 인간의 씨앗으로 삼았다고 했다. 미꾸라지는 진흙탕 속에 살고 있지만 때때로 그 진흙탕 속을 박차고 올라와 맑은 물을 지나 허공으로 솟구쳐 하늘을 바라본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인간들은 더 높은 이상을 향해 솟구치듯 영혼의 성장을 추구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 역시 인출 수호가 작동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인간들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왜 성장해야 하고, 성장하는 방향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이 길에서는 우리가 생을 부여받고 살아가는 가장 큰 목적은 영혼의 성장, 즉 마음 성인이라고 배웠다. 우리가 왜 사는가? 사람마다 이 세상에 올 때 부여받은 소울미션(영혼의 사명)은 다를 수 있지만 크게 본다면 살아있는 동안 달성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영혼의 성숙, 마음성인이다. 따지고 들면 영혼과 마음이 다르다고 하겠지만 마음성인을 통해 영혼의 성장을 이루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교조님께서는 우리 인간들의 마음성인을 서두르시어 몸을 감추셨다고 한다. 그래서 교조 연제는 우리들의 마음성인을 위한 중요한 계기로 10년마다 거행되고 있다.

마음성인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나온다.

 

이 길에서 말하는 마음성인이란 우리가 이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신 어버이신님의 뜻, 그대로 참된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마음이 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친필에서는 다음과 같은 노래가 있다.

온 세상에 많은 사람 살고 있으나

사람들은 모두 안개 속에 사는 것 같아서 친필 6-14

나날이 맑아져 알게 되는 신의 뜻

성인됨에 따라 나타날 거야 친필 6-15

이 세상에는 수십억에 이르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나 모두가 마치 안개 속에 묻혀 있는 것처럼 한 치 앞도 내다볼 줄 모르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나날이 신앙의 길을 성실히 걷는 동안에 마음은 점차로 맑아져 성인이 되고, 마음이 성인됨에 따라 어버이신님의 마음을 분명히 납득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의 말씀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성인한다는 것은 점차 어버이의 뜻에 접근하여 어버이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그 뜻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길의 용어 176~177)

 

그리고 이길 가르침의 시작이자 핵심인 으뜸인 리에서는 인간이 성인되어가는 과정을 알려주셨다. 최초에 5푼으로 태어나 55푼으로 성인하여 세 치가 되었을 때 출직하고, 다시 태어나 5푼으로 시작해서 35푼으로, 4, 여덟 치, 한 자 여덟 치, 석 자, 다섯 자..... 그렇게 차츰차츰 조금씩 성인하여 오늘날 인간이 되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마음성인을 해 가는 과정에 있다.

이렇듯 어버이신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일, 기뻐하시는 일은 인간들이 마음성인해 가는 모습일 것이다. 마치 부모가 자녀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제일 기대하고 기뻐하는 것과 꼭 마찬가지다. 반대로 성인하지 않고, 자라지 않는 우리를 보신다면 얼마나 섭섭하고, 얼마나 걱정하실까. 성장해야 할 때 성장하지 않고, 딴청을 부리고, 헛된 짓을 계속해 나간다면 나중에는 노여워하실 게 틀림이 없다.

 

그래서 어버이신님께서는 인출수호의 리의 상징동물로 검은뱀을 사용하시지 않았나 싶다. 뱀은 성장하기 위해서 1년에 한 번씩 허물을 벗는다. 그런데 뱀을 사육하는 사육사는 뱀이 허물을 벗지 않을 때 매우 긴장한다고 했다. 만약 뱀이 허물을 벗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미루어 생각해 봐도 우리가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메시지가 인출수호의 리, 검은뱀에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설사 죽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성장이 없다면 그것은 죽은 목숨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버이신님께서는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면 아무것도 안 된다.’라고 하신다. 자녀들이 언제까지나 아이 같아서는 안 되니까 신상, 사정을 통해 손질하시며, 마음성인의 길로 인도하시는 것이다. 어떠한 신상 사정도 마음성인으로 이끌어주시는 인도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신기하게도 어떠한 걱정도 어떠한 두려움도 어떠한 괴로움도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이라도 성인해가지 않으면 즐거움이 없다. 성장이 없다면 삶이 지루해지고, 살아가는 의미도 사라진다. 나 역시, 어제보다 나은 오늘, 어제보다 나은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성장하는 기쁨을 좋아한다. 늘 가르침을 통해 깨닫고, 실천을 통해 깨달아 마음이 성장한다고 느낄 때는 정말로 뿌듯하고 행복하다.

 

친필에서는

 

어떤 것이든 질병이나 아픔이란 전혀 없다 신의 서두름 인도인 거야 2-7

온 세상 어디가 나쁘다 아프다 한다 신의 길잡이 인도임을 모르고서 2-22

조그마한 눈병도 부스럼도 신경증도 아픔도 신의 인도야 3-139

차츰차츰 자녀의 성인을 고대한다 신의 의도 이것뿐이다 4-65

 

고 하신다.

이런 친필을 읽으면 자녀들의 성인을 바라시는 어버이신님의 간절한 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신상 사정없이는 마음성인이 될 리가 없고, 마음성인이 되지 않고서는 즐거운 삶도 어림없는 것 아닌가.

 

교조전에서는

그러한 인간을 태초 이래 오랜 세월,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성인의 정도에 따라 수리와 거름으로 가르치면서, ‘기면 서라, 서면 걸어라하고 이끌어 키워주신 것도 어버이마음이고, 이번에 순각한이 도래함에 따라 이 세상에 다시 한번 즐거운 삶을 실현하려고 구제한줄기의 길을 펼치신 것도 바로 이 자녀를 귀여워하는 한결같은 어버이마음에서이다.

라고 정리해 주셨다.

 

이렇게 새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나니, 우리 인간의 타고난 본성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인출수호의 리를 다시 생각해 보면서 우리의 마음성인을 바라시는 어버이신님의 절절한 어버이 마음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다.

또 새것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은 성장할 가능성도 매우 많은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새것이 물질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영원한 차원으로 관점만 바꾸면 말이다.

사실 그동안 새것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참 유치하고 미숙한 어린애 같은 사람이라고 조금 낮춰보는 마음도 있었다. 아이들은 늘 새것에 관심이 많고, 또 금방 싫증 내지 않은가.

교조님께서는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살려 써야 해” “풋 잎사귀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말도록.” “먹다 남은 음식을 먹는 것은 덕이 되는 거야. 천한 것이 아니야.” 하셨다. 물건은 아껴 쓰고, 오래 쓰고, 귀하게 쓰라는 것이다. 주어진 혜택은 허비하지 말고 충분히 누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은 더 성인하라 하신다.

 

교리를 깊이 이해해 갈수록 주변 사람들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어떠한 방향이 올바른 삶의 방향인지 조금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