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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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년04월]선생님 - 박혜경

2019.04.02 18:35

편집실 조회 수:116

선생님

박혜경(진홍교회)

 

며칠 전 큰애(혜인)의 학교에서 학부모총회가 열렸다. 아마 지금까지 학부모총회나 학교 참관수업에 14년간 한 번밖에 안 빠진 것 같다. 아무리 바쁘고 일이 있어도 학교에서 하는 행사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해서 그런지 다행스럽게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참석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난 시간에 뵈었던 선생님들을 생각해보면, 너무 권위의식에 자신을 스스로 가둬놓고 계신 분, 마음만 좋으신 분, 정말 피하고 싶은 분, 또다시 뵙고 싶은 분, 잠깐이지만 감동을 주신 분 등 여러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며칠 전의 혜인이 담임선생님은 정말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했던 선생님이었다. ‘살다 보니 이런 선생님도 다 만나는구나!’ 하는 그런 분이었다. 혜인이가 처음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들뜬 표정으로 눈을 빛내던 모습이 역시나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혜인이는 고등학교 2학년인데, 담임선생님보다 덩치도 큰 아이들을 맡았지만, 꼭 자신의 아이처럼 대해 주셨다. 개인의 하루 생활을 수시로 메모하도록 직접 사비를 들여 개인 수첩을 사 주시고, 올 한해 아이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적게 하셔서 대학에 들어갈 때 도움이 되도록 해 주셨다. 그리고 반에서 엄마들에게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에게 마음을 다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결혼도 마다하고 애들만 보고 있다는 소문이 들 정도다. 작년에는 3학년 담임이셨는데, 반 아이들의 대학에 들어가는 과정을 얘기하시며 그때의 감정을 말씀하시는데, 얼마나 절실하고 입학 소식에 자기 일처럼 기뻐하셨던 모습이 눈에 선~~ 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감동하여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걸 정말 이를 악물고 눈에 물방울을 굴리며 참아내야 했다. 이제 고3인 아이가 있는 엄마가 이렇게 해이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신앙하는 사람이 학교는 상관없다고 네가 즐길 수 있는데 가라고 하며 학원도 그만둔 딸을 응원해 주고 있는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선생님은 나보다 더 우리 아이반 모두를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살면서 나는 나의 선생님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정말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늘 들었다. 그런데, 혜인이는 선생님 복은 정말 잘 타고나서 혜인이와 만났던 선생님들은 모두 좋으신 분이고, 몇 년이 지나도 카톡으로 안부를 여쭙고 싶을 정도로 그런 분들이다. 스승의 날이면 초등학교 선생님부터 고등학교 선생님까지 카톡을 하다 보면 정말 하루가 짧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작은애가 학교에 가면서부터 그 일이 두 배나 많아졌다. 그래도 그 시간이 힘들지 않은 것은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게, 그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내가 교회 악기를 하면서부터 나와 만났던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모두에게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나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은 어떤 사람에게는 한없이 날카로웠으며, 어린 나를 너무나 과분하게 아껴주신 분들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런 모든 것들이 어쩌면 얼마나 내가 어린아이이고 부족한 사람인지 깊이 느끼게 되었다. 어제는 경남교의강습소에서 감사제 연습을 하고 왔는데, 갑자기 지나간 감사제가 떠오르며 강습생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해졌다. 다른 사람은 못 느꼈지만, 나는 확실히 나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의욕도 많았고, 혹시 수업이 안되시는 선생님이 계시면 왕복 세 시간의 거리를 마다하고 교구로 달려가기도 했고, 내 시간보다는 강습생들의 시간을 위해 우리 아이들이 주말에도 엄마가 없는 날을 많이도 보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많이 해이해지고, 또 요즘은 회장님과 같이 강의하러 가다 보니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해서 시간도 많이 절약되고, 개인 시간이 많아졌음에도 나는 예전의 열정이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혜인이 선생님을 보며 나의 모습을 비춰 보았다. 상대는 나의 거울이라는데 그 거울에 비친 나는 안 좋은 모습만 떠올랐다. 나의 완벽해지고 싶은 못된 성질에 학생들을 다그치고 지치게 한 일이 떠올랐다. 그 잣대는 나에게만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상대의 기준이 어느덧 되고 있었다. 그 생각을 하니 부끄러웠다. 강습생들이 수료를 하고 나서 나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들이 떠오를까? 하다못해 감동은 아니더라도 나의 안부를 물어보고 싶고,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정도는 되어야겠다는 나의 반성을 하며 조금은 나를 바꿔보도록 노력해야겠다.

 

우리 아이들의 존경하는 선생님들께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고, 나도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의 아는 것을 가르쳐 드리는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