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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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인식 어려움과 길치의 만남

박혜경(진홍교회)

 

오늘은 우리 부부의 치명적인 단점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제목에서도 보시다시피 굉장하지요? 우리 회장님은 본인이 평소에 사람을 잘 못 알아보는 걸 전혀 인식 못 하고 살았나 봅니다. 결혼 초에 각종 교회 행사에 저와 같이 가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고는 그냥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한테 저분이 누구신지 소개를 해 줘야 나중에 다시 그분을 만나면 아는 척을 하지요.” 했더니, “저분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하는 겁니다.

어느 날은 신자분 때문에 병원에 갔는데, 어떤 분이 회장님을 보고 알아보고는 인사를 했는데, 회장님은 그분을 전혀 모르는 겁니다. 그분과 이야기하다 보니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었다는 걸 알았는데, 회장님은 그분을 전혀 몰라 보셨습니다. 아마 그분은 상당히 서운해하셨을 것 같습니다. 또 고등학교 동창회 다녀왔는데, 담임 선생님을 뵈었는데, 본인이 알던 분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한 일도 있었다는...

그 이후로도 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우리 회장님은 안면 인식 장애가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사실 거창하게 장애로 하기는 그렇고 안면 인식 어려움 정도라고 할까요? 그래서 부부가 같이 다니게 되면 제가 거의 아는 척을 다 하고 나중에 저분 누구시지?” 하고 물어보면 제가 그분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식으로 합니다. 그래서 우리 회장님은 상급이 아니면 저와 항상 같이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도 상급에서 뵌 분들은 워낙 오랫동안 봐와서 아는 사람에 속해 있다나 어쩐다나....... 그렇지만, 어떤 분들을 모르는 사람처럼 대해서 서운해하신 분들도 있답니다. 이 글을 읽으신다면 앞으로 우리 회장님이 본인의 생각보다 덜 반갑게 여긴다면 저 사람 날 몰라보는구나.’ 하고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길치입니다. 제가 길치라는 걸 알게 된 이유는, 직장 생활을 할 때 결혼한 친구가 집들이를 한다고 집에 초대했습니다. 보통 낮에는 친구들과 항상 모임을 같이 마치지만, 저녁 모임은 우리 집 통금 시간에 맞춰야 하므로 늘 혼자 먼저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친구 집 아파트 현관문을 나오며 갑자기 들어왔던 방향과 전혀 다른 겁니다. 주변 모습도 방향이 이상하고. 그래서 아파트 현관에서 아파트 입구를 찾기 위해 여러 동을 돌아다니다 겨우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은 제가 섬유무역회사에 3년 정도 근무할 때인데, 그때 서울에 있는 거래처에 수금하러 가던지, 업체 방문을 하러 출장을 가면 신기하게도 한 번 갔던 곳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심지어 사장님께서 서울 출장 가셔서 길을 모르겠다며 저에게 전화로 길을 물어보시면 주변 건물까지 가리키며 정확하게 위치를 가르쳐 드려서 칭찬까지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신혼 초에 시장을 나갔다가 집을 못 찾아서 동네를 얼마나 뱅뱅 돌았는지 모릅니다. ‘분명히 여기 같았는데 왜 우리 집은 없는 거지?’ 하면서 찾아다녔습니다. 집에는 가야겠고, 분명히 집은 근처인데 집을 못 찾는 심정은 안 당해 본 사람은 아마 모를 겁니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 회장님은 사람 얼굴을 잘 모르지만 길은 잘 찾는 편이고, 저는 길은 잘 못 찾지만 사람 기억이나 숫자 기억, 상황 기억에는 탁월하다 할 만큼의 능력(?)이 있다 보니 둘이 있으면 뭐 웬만한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참 잘 만났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이렇게 같은 사람인데도 상황에 따라 너무 달라집니다. 그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은 내가 절실하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지금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 회장님은 그동안 교회 사람들만 만나니 굳이 사람을 잘 몰라봐도 간단한 반갑습니다.”만 하면, 웬만한 사람과는 소통이 끝나는 것이고, 저도 돈과 연관이 된 직장에서는 그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길을 알아야 하니까 정확하게 길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그냥 우리 집 이니까, 언젠가는 나오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있으니 길을 못 찾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절실하게 무언가를 바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느껴봅니다.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도 무엇이 절실한지 아닌지를 알고 나면 답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절실한 일이 기다리고 있고,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반드시 신님이 바라시는 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