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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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미용실

 

김연수(도성포교소)

 

우리 동네에 독특한 미용실이 하나 있다.

빵집을 하고 얼마 안 있어서 알기 시작한 미용실이니 벌써 10년도 넘게 알고 지내온 미용실이다.

한두 해 전이었던가. 라디오를 듣다가 이 미용실하고 비슷한 집의 사연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어느 젊은 새댁이 보낸 사연이었는데 그 내용은 대충 이렇다.

 

그 새댁이 사는 동네에 아줌마들이 5천 원에 파마를 해주는 미용실이 있다고 해서 신기해서 그 미용실에 갔다. 처음 가서 보니 분위기가 이상했다. 손님의 대부분은 할머니들이었고 젊은 사람은 자기 혼자였다. 손님이 많은 탓에 그래도 싸니까 좀 기다렸다가 머리나 하고 가자는 생각으로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앉아있노라니 어느덧 점심때가 되었단다. 그 미용실 주인아주머니가 다짜고짜 젊은 새댁이 앉아서 뭐해. 점심상 좀 차리는 것 좀 도와줘.”라고 해서 얼떨결에 밥상을 차리게 됐고, 거기 오신 할머니들하고 같이 밥도 먹게 됐다. 먹고 나서는 뒷설거지도 하게 됐다.

분위기가 이상했지만, 이왕 기다린 거 마저 기다렸다가 머리나 하고 가자는 심산에 머리를 하게 됐다.

그랬다, 그 미용실은 동네 할머니들 놀이터 겸 점심 한 끼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쉼터를 겸하고 있고, 그 주인은 그런 장소를 제공하고 덤으로 머리까지 싸게 해주고 있던 터였다.

그런 분위기의 미용실이었으니 젊은 새댁의 생각과는 맞지 않았을 테고, 머리가 제대로 됐을 리 없을 거로 생각했고, 할머니들 뽀글이 파마해주듯 해주는 파마라고 기대도 하지 않고 머리만 대충하고 늦게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명절이 되어 시댁에 가서 여러 동서, 형님들과 어울리게 됐는데, 그 분위기 이상한 미용실에서 한 대충했다고 생각한 머리를 두고 어디서 했느냐. 머리가 너무 이쁘게 나왔다. 엄청 비싼 집에서 했겠다.”라며 칭찬 일색이었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듣고 자신의 머리를 찬찬히 보니 꽤 괜찮게 나온 것 같더란다.

그러고 나서 그 미용실에 자주 가게 됐고, 어느덧 그 분위기에 젖어, 갈 때마다 할머니들을 위해 밥상 차리는 일이며 간단한 빨래 같은 일까지 하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동네 미용실도 이런 분위기다. 아는 포교소장님이 어디 시장통 뒤에 가면 파마를 5천 원에 해주는 미용실이 있는데 할머니들이 많다는 얘기를 해줘서 알게 되었다.

그 미용실 아줌마도 그런 식이다. 거기에 한술 더 뜬다. 머리를 싸게 해주고, 밥해 먹이는 것은 물론이고, 할머니들 집에서 농사지은 쌀이고 콩이고 뭐고 미용실에 갖다 놓으면 그것도 다 팔아준다. , 저녁 즈음, 일이 한가해지면 할머니들하고 고스톱도 쳐주고 놀아주기도 한다.

아줌마가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었다. 나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처음 알게 됐을 때가 나이 60 왔다 갔다 했을 정도였다. 그 아줌마는 작게라도 노인복지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 공부도 좀 하는 것 같고, 간단하게나마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따놓은 것 같았다.

그러고 시간이 꽤 흘러서 지금은 그런 의지가 좀 약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들 쉼터를 제공해주는 봉사는 더 열심히 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집에 갈 때마다 참 대단하신 분이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처음에 그 집에 갔을 때가 전도를 나름 열심히 하려고 시작했을 때여서 누구에겐가 기회가 있으면 신님 말씀을 전해주려는 욕구가 강했던 때였다. 그 집에 가서 앉아있는 할머니들을 상대로 전도하고 싶다는 생각도 좀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후로 몇 번 그런 마음으로 갔다가 아줌마 하는 모습을 보고, 함부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아줌마의 모습에 내가 감화 당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교조님께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도 감사한 마음,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만 있으면 그 리가 하늘에 닿는다고 했다.

라디오 사연에 나왔던 아줌마나, 우리 동네 아줌마나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할머니들과 놀아주고 머리를 해주는 것이라면 나름의 하늘에 닿는 리를 쌓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